“트럼프는 사기꾼” 일갈한 긴즈버그 대법관이 부러운 까닭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은 일제 하 애국지사로 이승만 대통령과 맞먹는 권위를 가졌으나, 이후 임명된 대법원장은 이승만, 박정희에 겨룰 수 없었다. 이회창이 대법관으로는 권위가 높았다. 그러나 대통령 예하의 감사원장으로 간 것은 잘못되었다. 이회창은 정치인으로서도 실패했지만 김영삼으로부터 감사원장을 받는 것부터 심사숙고했어야 했다.
법원의 권위는 법관으로부터 찾아야 한다. 정치학에서 미국은 흔히 사법부 우월(judiciary supremacy)의 나라라고 한다. 긴즈버그 대법원 판사는 미국 민주주의의 구조, 사법부 우월, 여권 발전의 역사 등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미국의 대법원 판사는 대통령이 지명(appointment)하고 상원에서 인준(consent)을 받는다. 우리는 지명指命을 임명任命으로 받아들인다. 미국에서 대법관 임기는 종신이다. 공화당 정부에서 임명된 판사가 민주당 정부에서 판결하기도 한다.
우리 제1공화국에서 이승만 대통령, 신익희 국회의장, 김병로 대법원장이 같이 앉은 사진이 있는데 그 의의를 심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박정희 시대부터 대통령만이 상석에 앉는 모양새가 되었는데 누구도 이의제기를 안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 최고령 판사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RBG)가 다닌 코넬대학교 법대에는 1951년 여학생이 없었다. 코넬은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브라운, 컬럼비아 등과 함께 Ivy league에 속한다. 즉 힐러리와 같은 여자도 엘리트에 오르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1960년대 미국에는 흑인인권운동이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남북전쟁이 1865년에 끝났지만 백년 후인 1963년 케네디 대통령 때 25만 흑인의 워싱턴 행진이 이루어졌고,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 연설이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지금도 미국 남부에 가면 13개의 별이 있는 남부 연방기를 건 집이 있다. 남북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긴즈버그는 줄기차게 여성에 대한 차별에 맞서 싸웠다. 버지니아군사학교(VMI)는 군사학교 중 명문이다. 세계 제2차대전의 마샬 원수를 비롯한 수많은 장군이 배출되었다. 그러나 200년 동안 여자생도가 없었다. 1975년 최초로 여성생도가 입학하였다. 긴즈버그가 내린 판결 덕분이었다.
1997년 우리 공군사관학교에도 여생도가 입교했는데 이양호 공군참모총장이 결단을 내렸다. 그 후 육군사관학교, 해군사관학교에도 확대되었는데 성공적이었다.
1997년 긴즈버그를 대법원판사로 임명한 것은 클린턴 대통령이다. 미국에서 대법원판사 권위는 무척 높다. 19대 잭슨 대통령은 퇴임 후 대법관이 되었다. 미국에서 민주당은 대체로 진보적(progressive) 공화당은 보수적(conservative)인데, 흑인·여성 등 민권 확대는 민주당 정부에서 많이 이루어졌다.
긴즈버그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트럼프를 사기꾼이라고 일갈했다. 판사가 이런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와는 별개로, 한 희한稀罕한 정치인에 대한 미국의 양식을 대변한 것이다. 그러나 탄핵의 굴레를 벗은 트럼프가 재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