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시사주간지 리뷰] 8월 셋째주 ‘임기절반 박근혜 성적표’ ‘다음카카오 앞날은?’
[아시아엔=정용인 <주간경향> 기자] 8월 셋째 주 시사주간지 리뷰입니다. 광복절이 지나고 여름휴가도 막바지입니다. 시사주간지의 유통기한인 다음 주 화요일(8월 25일)이 박근혜정부의 임기 중반일입니다. 이 날을 기점으로 임기 후반부에 접어듭니다. 이번 주 시사주간지에서 <시사인>의 커버스토리 기획, <시사저널>의 ‘역대정권 임기 반환점’ 기사에서 이를 다루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기는 다음 주 수요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아마 다음주 정도에 전반기를 평가하고 후반기를 전망하는 기획이 쏟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1. 앞서 언급한 두 기획을 볼까요. <시사인>은 전임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까지 포함해 보수집권 1.5기를 분석합니다. 흔히 “보수는 부패했고 진보는 무능하다”는 정치권 격언이 사실처럼 자주 언급됩니다. 그렇다면, ‘보수집권 1.5기’는 과연 유능했을까요. <시사인>은 다보스포럼의 국가경쟁력 지수, 프리덤 하우스가 내놓은 세계자유지수, 세계은행 거버넌스 지표 등 글로벌 지수를 통해 검증합니다. 공적제도 평가 순위, 재산권보호, 정부 규제 부담, 사법 독립성, 정부정책투명성, 정부 편파성, 부패로 인한 공적 자산손실, 정부 지출 낭비, 언론자유의 9가지 지표에서 보수정부들이 거둔 성적표는 형편없습니다. 딱하나, 창업절차개수에서 노무현정부 때 지속적으로 하락하다 이명박 정부 때 약간 반등(그래도 MB정부가 달성한 성과는 DJ정부의 수치에는 못 미칩니다)한 뒤 박근혜정부에 들어 개선되는 조짐이 보입니다. 특히 보수의 대원칙인 ‘재산권 보호’나 ‘정부규제 부담’이 보수정권으로 교체 이후 가장 크게 떨어졌다는 지적이 인상적입니다.
2. 언론사 편집국장을 역임한 시사저널의 김현일 대기자가 분석한 역대정권의 반환점 이후 성적표 역시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1987년 체제, 즉 5년 단임제 대통령제가 도입된 후 역대정권의 집권기간을 일로 환산하면 1826일입니다(노무현 정부 만 탄핵으로 직무정지를 겪어 1762일). 김기자의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정권운영 패턴은 집권첫해 6개월 내 대대적 사정으로 분위기 일신, 4개월간 대규모 개혁드라이브 → 집권2년차, 집권공약 추진으로 안정적지지 확보 → 임기반화점을 도는 집권 3년차에 각종 시책 정착 및 지지율 제고 → 4년차, 공약 이행 점검?보완 → 마지막 5년 차엔 국정의 안정적 관리와 마무리(평가대비)의 공식을 따릅니다. 그러나 전부 다 ‘성공한 대통령’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주목할만한 것은 MB입니다. 촛불시위로 역대 최저 지지율로 출발한 집권 첫해에 비해, 임기 반환점을 돌던 3년차에 역대대통령 중 최고치(49%)를 찍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913은 과연 어떨까요.
3. 박대통령은 지난 8월 6일 대국민담화에서 ‘청년 일자리를 위한 노동개혁’을 역설했습니다. 노동계, 시민사회로부터는 “청년층을 방패막이로 삼아 내년 총선과 대선을 염두로 삼아 세대전쟁을 꾀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죠. 실제 청년층들은 어떻게 답할까요. <주간경향>과 <한겨레21>은 2015년, 대한민국 청년들의 모습을 커버스토리로 담았습니다. 먼저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제목의 <한겨레21> 기획을 보죠. <한겨레21>은 20대 4명, 30대 초반 1명의 ‘현실’ 생활-주거와 노동, 임금, 연애, 생활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들을 묶는 키워드는 ‘청년빈곤’입니다. ‘노인빈곤’이나 ‘여성빈곤’과 같은 범주는 익숙합니다. 그런데 청년빈곤이라는 개념이 타당할까요. <한겨레21>은 청년빈곤 현실을 드러낸 연구작업을 주도한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과 함께 청년빈곤의 구조적 현실을 짚습니다. 만 18~24살은 5명 가운데 1명꼴(19.7%), 만 25~29살은 10명 가운데 1.2명꼴(12.3%)로 상대적 빈곤 상태입니다. 노인(만60~64세)의 20.3%, 만50~59세 빈곤율 11.4%와 유사한 수치입니다. 만 18~35살 청년층 실질실업률은 30.9%입니다. 지난 6월 청년실업률은 10.2%인데, 이 수치는 1999년 6월(11.3%)이래 최고치라고 <한겨레21>은 전하고 있습니다.
4. <주간경향>은 박대통령의 ‘노동개혁’ 주장에 맞선 청년당사자들의 목소리, 청년들이 만들어 나가고 있는 대안에 주목을 합니다. 서울시가 대방동과 구로 등에 마련한 ‘무중력지대’라는 공간을 아십니까. 일자리 문제를 주로 다루는 청년유니온이나 주거문제를 다루는 민달팽이유니온과 같은 청년단체들의 이름은 들어봤어도 평화교육단체 모모, 아현동쓰리룸, 최게베라와 같은 모임들의 이름은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단체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이라고도 애매한 청년들의 대안을 모색하는 모임들이 최근 2~3년 사이에 소리소문 없이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여기에 청년활동가들이 주목하는 개념이 ‘청년보장’입니다. 서울시의 뉴딜일자리와 함께 앞서 언급한 ‘무중력지대’와 같은 공간을 매개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회의 안팎을 연결하는 활동에 대한 안전망 차원의 논의입니다. ‘청년보장’의 개념이 생소하게 들리는 분도 있겠지만, 이미 2~3년전부터 유럽에서는 활발한 논의와 실험이 이뤄지고 있는 제도입니다. 약 50여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해 사회밖에 머무르는 청년들의 창조적 실험과 활동을 지원하자는 취지입니다.
5. 지난주 논란이 되었던 경기도 파주 군부대의 목함지뢰 사건도 시사주간지들의 분석대상입니다. <주간동아>의 분석이 돋보입니다. <주간동아>는 지난 5월, ‘남북 총격전 월 1회 수준, 휴전선이 위험하다’는 발굴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습니다. DMZ 인근의 군사충돌은 2010년 10월 29일 북한군 GP에서 우리 측으로 기관총 2발 사격한 것을 시작으로 특히 지난해 6월 2차례, 10월 차례, 11월 1차례 ‘총격전’이 일어났습니다. <주간동아> 분석에 따르면 군 당국이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아 주목받지 못했을 뿐, 휴전선을 둘러싼 남북한 충돌은 이미 이때 비등점을 넘어섰다고 <주간동아>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김정일 선군시대에 잘나갔던’ 북한의 야전지휘관들의 현재 불안한 위치가 결합되어 있다고 이 잡지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현영철 숙청을 비롯한 인민군 핵심 보직이 바뀌는 상황에서 ‘돈과 권력을 모두 잃은 북한 군부가 평양 권력투쟁에서 판세를 뒤집기 위해 강 대 강 대결구도를 만들려 시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우리입니다. 8월 4일 사건의 대응과정에서 드러났던 청와대-국가안보실-국방부의 의사소통체계 마비, 한미간의 불협화음 등을 생각해보면 8월 4일, 두 차례의 지뢰폭발음은 한반도 최악의 위기의 시작일 수도 있다고 이 잡지는 경고합니다.
6. <시사저널>의 커버스토리를 장식하는 기사는 다음카카오의 선택입니다. 8월 10일, 다음카카오의 새 CEO로 35세의 약관청년 임지훈씨가 내정되었다는 뉴스가 언론의 주요면을 장식했습니다. 깜짝 인사의 배경에는 다음카카오의 ‘오너’ 김범수 의장의 결단이 있습니다. 김범수 의장과 임지훈 케이큐브벤처스 대표 사이의 인연은 2011년 모바일커머스 스타트업 로티플 인수를 통해 맺어졌다고 잡지는 전하고 있습니다. 임 대표는 2012년, 김의장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투자사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로 임명되는데, 그후 임 대표는 뛰어난 투자안목을 보여왔다는 것입니다. 한편, IT업계에서는 지난해 다음과 카카오의 전격합병 후 두 조직이 시너지를 내는지, 어떤 불협화음은 없는지 주목해왔습니다. 사실상 공룡 다음이 카카오톡으로 뜬 신생벤처 카카오에게 먹힌 셈이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톡을 선보일 당시, 김의장이 내세웠던 이제범 당시 대표는 지난 6월 회사를 떠났습니다. 그는 그에 앞서 회사를 떠난 이확영 전 카카오 CTO와 함께 카카오톡을 개발한 주역이었습니다. 이석우, 최세훈 공동대표는 이제 어떻게 되는 걸까요. <주간조선>의 기사가 전한 바에 따르면 9월 23일에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임 대표에게 자리를 넘긴 후 당분간 회사에 남아 원래 담당하는 업무인 재무관리, 대외업무를 맡기로 했다고 합니다.
7. <주간조선>의 기획은 영국 보수당 캐머런의 ‘노동개혁’을 주제로 한 재영칼럼니스트 권석하씨의 리포트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었던 것은 ‘네트워크 사회의 暗’이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스페셜 리포트입니다. 테제는 단순합니다. 네트워크 사회가 야기하는 부의 양극화. 인터넷 대중화가 야기하는 승자독식 사회는 사회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단편적으로 보이는 것이 맛집입니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맛집은 긴 줄이 끊이질 않습니다. 반면, 파리날리는 집은 더 손님이 안가게 됩니다. 인터넷서점의 베스트셀러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득불평등도 심화됩니다. 한국의 경우, 소득상위 1%가 가진 부가 전체의 19.6%입니다. 이 수치는 OECD 평균 9.7%보다 압도적인 수치로, 한국보다 높은 수치를 가진 나라는 미국밖에 없습니다. 해법은 없을까요. <주간조선>은 정부 차원의 소득재분배 정책과 자생적인 움직임으로 부자들의 통큰 기부, 자선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사회를 연구해온 연세대 사회학과 김용학 교수 인터뷰도 주목할만한 언급이 있습니다. 얼핏 정보의 평등사회, 개방사회처럼 보이지만, ‘입맛에 맞지 않는 정보’는 아예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범람하는 정보로 내 입맛에 맞는 정보만 찾는 경향이죠. 미국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 사이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인터넷 카페를 중심으로 평등화와 양극화라는 모순된 추세가 사회를 지배하는 논리가 되고 있다고 김교수는 말합니다.
8.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은 소수자, 인권 옹호 판결로 유명한 여류 판사입니다. 긴즈버그의 내한강연이 열리던 날, 그를 보러 왔던 판사들 중 많은 이들이 여성판사였습니다. 강연이 진행되는 와중에 그들의 휴대폰 카카오톡 문자가 진동했습니다. ‘서울 남부지법 이○○ 판사 과로로 사망.’ 판사들의 얼굴이 굳어졌습니다. <주간경향>이 추적한 ‘어느 여성판사 죽음에 관한 보고서’입니다. <주간경향>에 따르면 전국 판사의 1인당 한해 사건처리 건수는 2013년 기준으로 579건입니다. 1인당 거의 하루에 2건에 가까운 사건을 처리하는 것인데, 과연 제대로 판결할 수 있을까요. 잡지는 ‘판사의 살인적인 업무량은 재판의 부실화와 시각의 보수화로 이뤄진다’고 지적합니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연수원을 최상위권으로 수료한 현직판사의 이야기가 인상적입니다. “대학입시준비, 사법시험 공부, 사법연구숸 시험을 거쳐왔는데, 돌이켜보면 지금 판사 시절이 가장 힘들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고등학교 3학년 때보다 강도가 높다.” 숨진 이 판사는 기록을 가지고 퇴근하기 위해 배낭을 메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 판사의 단짝 동료는 이렇게 말합니다.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이 짐이거나 스트레스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 모두 일에 치여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법관은, 재판은 죽을 정도로 과하게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가 판사로서 행복다고 했다. 도대체 뭐가 행복했는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9. “박원순 시장이 변했다!” <시사인>이 전하는 서울시 공무원들의 말입니다. 1기 때 박원순 시장의 좌우명은 ‘큰 일을 벌이지 말자’였습니다. ‘보도블럭 10계명’이 대표적이었죠. 그 박원순이 지난해 6월 재선 이후 대규모 프로젝트를 입안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서울역고가공원화’ 뿐 아니라 ‘마포석유비칙기지 문화공원화’, ‘남산예장자락 재생’, ‘은평 서울혁신파크’ 등도 있습니다. 이른바 ‘박원순 식’ 랜드마크들입니다. 완공시기도 대부분 2017년에서 2018년입니다. 박시장의 임기내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앞서 ‘불도저’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이것은 MB가 들었던 별명이었죠. (본인은 컴퓨터+불도저라고 해서 컴도저라고 불러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박시장이 MB의 전철을 따라가고 잇는 것일까요. 고재열 기자가 쓴 <시사인>의 이번 기사는 평가에 대해서는 유보적입니다. 최대한 사업이 어떤 구상과 맥락에서 나왔고,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지 객관적으로 짚는데 주력합니다. <시사인>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이런 랜드마크들로 ‘걷는 도시 서울’이 실제로 구현되고 도시재생의 계기가 만들어진다면 박원순 시장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급상승할 것이다. 물론 사업이 잘되었을 경우다. 주민 반대와 정부의 비협조 등 수많은 난관을 박 시장이 어떻게 뚫고 나갈지 주목된다.”
10. 마지막으로 가벼운 기사를 하나 보겠습니다. 여름 행락철, 계곡이나 유명 관광지 등에서 평상이나 돗자리를 펴놓고 자릿세를 받는 경우를 대부분 경험했을 것입니다. 닭도리탕이나 멍멍탕 등이 주메뉴지요. 그런데 그런 영업 대부분 불법입니다. 평상 등의 주인들은 개인 사유지라고 주장하지만, 실상 물이 흐르는 계곡은 국유지로 지자체가 관리 주체인 경우가 많습니다. <주간경향>은 이와 관련 시에 민원을 냈던 한 누리꾼의 사연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누리꾼은 “사유지니 계곡에 물을 담글 수 없다”는 주인의 말을 듣고, 일단 철수 한 뒤 그곳의 토지대장 등을 체크해 국유지라는 것을 밝혀냅니다. 뭐,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요즘 휴대폰에는 GPS가 달려 있고 포털 지도 등에 들어가면 위치정보와 결합된 지번을 쉽게 검색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불법 영업 단속을 시에 요청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일단 기자가 취재에 나서니 현장단속을 나갔지만, 감시인력 미비 와 법제도 때문에 근절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주장입니다. 통상적으로 15일 정도 계도 기간을 주게 되어 있는데, 대부분 그런 곳이 여름 한철 장사다보니 ‘계도 2~3차례 후 지도’라는 절차를 지키게 되면 실효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누리꾼이 의혹제기하는 ‘불법장사-공무원 유착’에 대해선 “요즘 세상에 그런 일이 없다”고 펄쩍 뜁니다. 애초의 민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현장에 나가보니 땅을 빌린 사람의 말과 너무 달라 난처하다”는 것이 단속 공무원의 말입니다. 누가 맞을까요. <주간경향>의 언더그라운드 넷 기사였습니다.
※ 해당 리뷰는 <주간경향> 정용인 기자가 작성해 <주간경향> 페이스북에 등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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