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시사주간지 리뷰/9월 둘째주] ‘탈의실 몰카와 인격권’ ‘MB정권 대형낙하산은?’ ‘고위급회담 이후 개성공단’

[아시아엔=정용인 <주간경향> 기자] 9월 둘째 주 시사주간지 리뷰입니다. 중국 전승절을 앞둔 남북 대치 상황이라는 큰 고비가 지나가니 시사주간지들의 커버도 각자가 판단한 중요한 이슈로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원래 무작위로 시사주간지들을 나열해놓고 사진을 찍었는데, 오늘은 위쪽에 ‘주간’이 붙은 시사지를 모아놓고 아래에 한겨레21, 시사저널, 시사인을 모아 놓아봤습니다. <주간경향>은 탈의실 몰카로 불거진 CCTV와 사생활 인격권 문제를, <주간조선>은 1억원이상 수입차 소유 법인 사업자 명단을, <주간동아>는 공기업과 정부공공기관의 낙하산 문제를 커버로 다뤘습니다. <한겨레21>은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을 천착해온 한 기자의 이야기를, <시사저널>은 남북대치 국면 직후의 개성공단 표정을, <시사인>은 ‘여혐’ 문제를 커버스토리로 다뤘습니다.

1. 먼저 지난주에 있었던 큰 이슈,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여에 대한 시사주간지적 시각의 분석을 볼까요. 여러 시사주간지가 이 사안을 다뤘지만, 그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주간동아>에 실린 9?3 전승절 열병식의 국제정치학 기사입니다. 국제정치학 박사인 황일도 기자가 작성한 기사인데, 이번 전승절 참석에서 지난 2000년간 동북아시아의 질서였던 ‘조공의 정치학’까지 확장해 보고 있는 ‘깊이’가 눈에 띕니다. 기사에 따르면 요즘 서구학계의 중국 조공시스템에 대한 연구는 “조공질서가 주변국에 그리 가혹하지 않았다”는 것인데, 이런 연구들이 중국 정부나 대학의 자금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것이 국제정치학계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합니다. 최근 자주 시사문제로 언급되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동심원으로 그려보면 ‘동쪽’으로 진출은 보이지 않는 찌그러진 형태의 원인데, 그 동쪽의 끝에 대한민국이 있다고 <주간동아>는 지적합니다. 현재는 이 동심원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이 숨쉴 구멍이 있지만, 이 찌그러진 동심원이 펴지는 때, 다시 말해 ‘북핵’으로 대표되는 북한 문제가 해결될 때 남북한 모두 중국이 구축하는 새로운 질서의 동심원 안에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는 상황,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잡지는 경고하고 있습니다.

2. 이번 주 시사주간지들을 보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매체들의 ‘분발’이 눈에 띕니다. <주간조선>은 국토교통부의 ‘1억 원 이상 수입차’ 11만 903대의 소유자 명단을 단독으로 입수해 커버스토리로 공개했습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자신이 돈을 벌어 어떤 차를 구입해다니던 문제될 것은 없겠죠. 그런데 이 잡지가 주목하는 것은 이들 소유자들 중 유독 영농조합법인, 농업회사법인 등 소규모 자영업자와 법인이 소유한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1억원 이상 차 중 업무용이 분명한 트럭이나 버스를 제외하고 승용차, 승합차, 스포츠카가 5만 6041대로 전체 1억원 이상 수입차 중 50.5%를 차지합니다. 법인이나 자영업자가 구입한 목적은 ‘업무용’이라고 하지만 과연 업무용일까요. 현행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상 업무용 차량으로 구입하면 구입비, 취?등록세, 자동차세, 보험료, 유류비, 수리비까지 전액 무제한 경비처리가 가능합니다. 아마 비슷한 ‘꼼수’에 대해 들어보신 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국회에서 관련 규제를 담은 비슷한 법안이 5개 상정되었다고 하는데, 앞으로는 이런 ‘꼼수’를 못보게 될까요.

3. <한겨레21>의 표제기사는 ‘초록 눈물’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습니다. 부제는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진 강을 온몸으로 기록하는 김종술 기자의 분투기’라고 되어 있습니다. 지난해 6월, 그는 풍찬노숙 3일 만에 공주보 인근 수상공연장에서 난생 처음 보는 징그러운 어떤 생명체를 목격했습니다. 사진을 찍어 환경단체들에게 보낸 뒤 더 걸어 들어가 쌍신공원 물속에 더 많이 창궐한 것을 목격했습니다. 환경단체들과 교수들 모두 모른다, 일색이었는데 청양지천생태모임의 복권승 대표의 답신이 그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큰빗 이끼벌레. 강에 서식하는 큰빗이끼벌레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한 것이 그였습니다. 그는 6년째 금강으로 출근하고 있습니다. 그는 요즘 4대강 투명카약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시금모금으로 마련한 것입니다. 목표액은 300만원이었지만 지금까지 모인 돈은 1100만원입니다. 6년간 그는 가진 것 없는 빈털터리에 두통만 남았습니다. <한겨레21>은 이렇게 말합니다. “강물에 젖은 옷, 눈물로 빤 손수건, 강변 흙 묻은 신발, 무릎에 날마다 붙이는 파스, 그리고 그가 쓴 900여개 기사. 그것들만이 그를 증거한다. 그는 리얼리즘이다.”

4. ‘검찰 발 정계개편’ 시사주간지들이 유심히 촉각을 세우고 들여다보고 있는 부분입니다. 9월 3일 포스코 정준양 전 회장 소환의 창끝이 겨누고 있는 것은 역시 MB입니다. <시사저널>은 정 전 회장 소환 이틀 전 이뤄진 포스코의 제철소 설비 보수?관리업체인 티엠테크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에 주목합니다. 이 회사의 실소유주는 박 아무개 씨인데, 그는 MB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최측근 인사입니다. 그가 정 전회장의 정?관계 로비의 핵심 축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고 이 잡지는 전합니다. 박씨는 포스코가 소재한 경북 포항출신으로, 이상득 전 의원과 동향입니다. 그는 이 전 의원이 국회의원으로 일할 당시 포항 남?울릉지역구의 국회의원 사무소장을 맡는 한편, 이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로 일하면서 정치자금에도 관여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 <시사저널>은 또 다른 기사에서 검찰수사의 창끝은 MB 뿐 아니라 야당을 향해서도 겨눠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A 중진의원을 현행 도로교통법을 이익단체에 유리하게 개정하는 대가를 받았다는 ‘첩보’를 바탕으로 수사하고 있고, 특수2부의 금호그룹 수사, 그리고 ‘제2의 성완종’이라는 타이틀로 계속 보도가 나오는 광주의 중흥건설 회장 관련 수사, 또 1971년 대선 당시 김대중 당시 신민당 후보의 공보비서를 맡았던 신원그룹 박성철 회장과 정치권 커넥션도 수사대상이라고 잡지는 전하고 있습니다.

5. <주간동아>도 검찰 수사와 관련 ‘첩보’를 덧붙이고 있습니다. MB정권이 심은 ‘대형 낙하산’이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 민영진 전 KT&G 사장이라고 잡지는 주장합니다. 최원병 회장은 MB 대통령과 동지상고 선후배 사이이고, 민영진 사장은 2010년 MB정권에 의해 일약 사장으로 낙점된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들 ‘낙하산 3인방’에 대한 수사는 만만치 않습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미 물건너 갔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주간동아>의 기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최근 차기 검찰총장으로 유력시되고 있는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의 대통령 독대설’입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 전 회장 비리 의혹 수사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과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대표 구속 영장이 기각(8월 23일)된 직후 “박성재 지검장이 청와대로 불려와 대통령을 독대했는데, 서울중앙지검장이 대통령을 독대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고 합니다. 향후 진행방향을 유심히 살펴볼 대목입니다.

6. ‘기울어진 운동장론’이라고 다들 아시죠? 현재의 보수우위의 정치지형에다 국정원 댓글 사건과 같은 국가권력기관의 개입 등이 결합되어 진보 혹은 야권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매우 힘들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최근 잇따라 이 ‘기울어진 운동장론’이 틀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태섭 변호사가 최근에 낸 책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나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소장이 낸 책 <하드볼게임> 등에서 주장하는 내용이지요. 한마디로 말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론은 패인을 외부탓으로 돌리는 핑계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2년 남은 대선에서 진보야권이 이기기 위해 필요한 전략은 무엇일까요. 집토끼/산토끼 논란이 재현되고 있습니다. 집토끼 전략이란 간단히 말해 진보결집론입니다. 진보 정체성을 명확히 하지 않는 중도 전략은 그나마 갖고 있는 집토끼도 잃게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반면 중도전략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2017년 대선이 ‘진보對보수’와 같은 진영대결로 간다면 진보는 필패라는 시각을 담고 있습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을 찍었다가 이명박으로 갈아탄 유권자는 최소 651만명이며, 지난 2012년 대선에서도 ‘박근혜 정권교체’를 선택한 유권자들을 뺏어오지 않는 한 집권은 불가능하다는 시각입니다. 흔히 ‘스윙보터’라고 칭하는 이들 유권자들의 선택을 ‘이명박근혜의 본질을 깨닫지 못한 어리석은 자들’ 식으로 대한다면 다음 대선도 필패할 것이라는 주장을 <주간경향>은 자세히 분석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7. <맥심코리아> 9월호 표지 ‘나쁜 남자’ 논란을 계기로 <시사인>은 ‘여성혐오의 뿌리’를 탐구하는 기획을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 경향신문 주말 판의 헬조선 분석에서 ‘트위터 대 일베’의 틀을 사용했던 것처럼 <시사인>의 이번 분석에서도 의미망 분석을 통해 일베의 ‘여성혐오’담론 지도를 그리고 있습니다. 기사가 발견하는 것은 짝짓기 시장, 그러니까 결혼까지 포함한 ‘연애시장에서의 환멸’이 여성혐오의 뿌리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축약한 단어가 ‘김치녀’지요. 이런 여성혐오 사상은 다시 1975년도부터 붕괴하기 시작한 성비 불균형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통계청 데이터는 1983년부터 2006년까지 무려 24년 연속으로 남아비율이 자연성비를 초래했고, 그 결과 ‘남자 10명 중 1명은 짝이 없는’ 거대한 남성잉여세대가 탄생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웹과 모바일로 연결된 초연결사회는 여성혐오를 배양하고 증폭해낼 공간을 온라인에서 발견해냈다고 기사는 전하고 있습니다. 기사는 진화심리학과 결혼의 경제학 이론까지 동원해 다양한 측면에서 이 ‘여성혐오의 뿌리’를 다루고 있는데, 사실 여성혐오가 대다수의 온라인커뮤니티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정서라는 점에서 비교분석이 아닌 단일사례로 분석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다음호에는 ‘혐오의 거울’이라는 이름으로 ‘메르스갤러리’를 분석한다고 하니 기대해보겠습니다.

8. 8월말, 온라인 공간에는 끔찍한 사진이 게재되었습니다. 바로 강남역 지하철 스크린도어 수리에 나섰던 정비업체 직원의 시체 사진이었죠. 결국 일간에서는 단신으로 묻히게 된 사건입니다만, 사망자 조씨(28)가 혼자 나서게 된 사연을 추적하는 것이 시사주간지와 같은 긴 호흡으로 취재를 하는 매체들의 몫일 것입니다. 역시 <시사인>이 전한 바에 따르면 조씨가 속했던 회사는 유진메트로컴이라는 회사인데, 이 회사는 1~4호선 121개 중 24곳을 관리합니다. 이 회사는 해당 역사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광고수익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민자사업 형태로 계약을 맺었고 운영권은 2028년까지 보장되고 있습니다. 직원은 34명에 불과합니다. 서울메트로가 요구하는 계약조건은 역당 1.29명의 인력확보만 하면 됩니다. 1~4호선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가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시스템을 ‘안전’보다 ‘비용절감’을 목표로 짰다”고 비판받을 수 있는 근거입니다. 나머지 97개 역은 은성PDS라는 업체가 관리하는데 이 업체 역시 이번 조씨와 비슷한 사고가 난 적이 있습니다. 은성PDS의 초창기 인력 중 70%는 서울메트로에서 명예퇴직한 직원들, “대부분이 스크린도어 정비와 별 상관없는 일을 해온, 정년을 앞둔 역무원들이었다”고 <시사인>은 전합니다.

9. 가벼운 기획을 하나 보죠. <주간조선>은 남북 고위급 회담이 진행되던 당시, 판문점 직전에서 대기하고 있던 통일대교에서 보도를 위해 기다리던 기자들이 짜장면을 배달해 먹는 에피소드로 기사를 시작합니다. 짜장면 130년. 기사의 제목입니다. 많이 알려진 이야기입니다만, 짜장면은 인천 중구 선린동에 모여 산 중국인들이 고향에서 즐겨 먹던 짜지앙미옌(炸醬麵)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 것이 기원입니다. 삶은 국수에 중국산 된장과 야채를 얹어 비벼먹는 음식이었는데, 화교들이 산둥식 짜지앙미옌을 기본으로 된장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량하면서 국민음식의 반열에 올라섭니다. 인천선린동의 짜장면박물관에 전시되어있는 짜장면의 역사를 바탕으로 짜장라면까지 다양한 짜장면에 대한 교양지식을 기사는 담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짜장면이 얼마일 때를 기억하고 있습니까. 이 글을 쓰는 저는 1978년 무렵, 짜장면이 100원이던 시절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79년에서 80년 사이에 200원으로 배를 뛰더니, 80년대에 들어서는 500원, 700원, 1500원···식으로 가파르게 값이 올라갔었죠. 기사를 쓰는 <주간조선> 조성관 편집위원은 “1970년대 초반 초등학교 시절 60원을 하던 것이 기억난다”고 적고 있습니다.

10. <한겨레21>의 안수찬 편집장이 권두언에 쓴 말이 유난히 눈에 띕니다.
“불행한 기자는 쓰고 싶은 게 없는 기자고, 평범한 기자는 데스크가 쓰라는 기사를 써내는 기자다. 유능한 기자는 독자가 원하는 것을 쓰는 기자이며, 훌륭한 기자는 독자에게 알려야할 것을 쓰는 기자다. 정말 탁월한 기자라면, 독자가 원하는 것 가운데 반드시 알려야 할 것을 솎아내 자신이 쓰고 싶은 것과 연결시키는 기자일 것이다. 여기서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어떤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에게 무엇을 알려야 좋은지 찾아내는 일이다. 나는, 그리고 한국의 기성언론은 그 대목에 대체로 무능했다.” 통렬한 자기비판입니다. 비판의 목적은 앞으로 그러지 않기 위한 다짐입니다. 모두들, 이제는 보통 명사화된 ‘기레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 각자 선 자리에서 ‘분투’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 리뷰 글은 <주간경향> 정용인 기자가 작성해 <주간경향> 페이스북에 등록한 것입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