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시사주간지 리뷰] 9월 셋째주 ‘문재인·안철수 미묘한 기류’ ‘국정 역사교과서 논란’ ‘서울역 7017 프로젝트’
[아시아엔=정용인 <주간경향> 기자] 9월 셋째 주 시사주간지 리뷰입니다. 난민, 국정 역사교과서 논란, 새정치연합 내부 대권주자 권력투쟁, 국감, MBK파트너스···이번 주 시사주간지들의 주요키워드입니다.
6개 시사주간지의 커버스토리는 이번 주도 모두 갈렸습니다. <시사인>은 ‘위태로운 교과서’라는 이름의 국정교과서 논란을 다뤘고, <한겨레21>은 “난민인정은 신의 일”이라는 제목으로 유럽을 달구고 있는 시리아 난민 사태 논란을 커버로 다뤘습니다. <주간경향>은 ‘빈곤층 죽이는 복지검열’을 커버스토리로 다뤘습니다. <시사저널>은 재미교포 브로커에 동부화재, K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 국내 굴지의 4대 보험사가 2000억 사기를 당했다는 기사를 커버로 내보내고 있습니다. <주간동아>는 ‘재수생 13만 명에 연간 손실 5조원’이라는 제목으로 ‘대입재수생 망국론’을, <주간조선>은 ‘베이비부머의 罪’라는 제목으로 한국사회의 자원, 구체적으로 부동산이라는 자산을 독점한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한 비판 기사를 표제기사로 냈습니다.
1. <시사인>이 커버스토리로 다룬 국정교과서 논란은 이번 주말을 경유하면서 논란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시사인의 표지를 보면, 이 ‘역사 국정교과서’의 표지가 태극기와 욱일승천기가 합성되어 있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많이들 지적되어온 문제이지만, 지금 한국에서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는 주체들, 그리고 바다 건너 일본에서 이른바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추진해온 세력은 묘하게도 닮은꼴입니다. 그건 종전의 역사교과서 기술이 자국의 역사를 긍정하는 것이 아니라 (좌파적) 자학사관에 물들어 있다는 주장이지요. 9월 2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정교과서 도입이 필요하다며 주장한 “자학의 역사관, 부정의 역사관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는 말과, 아베가 자신의 책 <새로운 나라로>에서 주장한 “전후 일본인의 심성 어딘가에 국가=악이라는 방정식이 심어졌다”는 주장은 서로 유사합니다. <시사인>은 왜 한?일 우익이 기존 역사 교육을 공격하고 하필이면 이 시점에 자국 내에서 ‘역사 전쟁’을 꾀하는지 되묻습니다. 아베는 자신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가 A급 전범이었다는 것을 의식하듯이 “역사는 선악으로 단순히 나눠지는 것이 아니며, A급 전범이란 지도적 위치라 편의적으로 부른 것일 뿐 죄의 경중과 관련 없다”고 앞의 책에서 주장합니다. 한국의 박근혜, 김무성은 모두 부친의 친일경력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시사인>은 “결국 자기들의 뿌리를 정당화하는 면에서 한?일 우익의 전략이 유사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2. 한국의 보수를 대표하는 또 한 분을 봅시다.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다.” 지난 2013년 1월, 보수단체 신년회에 참석한 한 인사의 발언입니다. 이 분은 누굴까요. 공안검사를 지낸 고영주 변호사(66)입니다. <한겨레21>의 보도에 따르면 그는 당시 축사에서 “여러분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해주신 것은 대한민국이 적화(공산화)되는 걸 막기 위함이었을 것”이라고 발언합니다. <한겨레21>에 따르면 그는 그 근거로 자신이 수사한 1981년 ‘부림 사건’의 변호를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한 변호사가 바로 문재인이라는 것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부림 사건, 어디서 많이 들어본 사건이죠? 바로 영화 <변호인>에서 다룬 그 사건입니다. 그런데 문재인변호사는 1981년 당시 사건을 변호하지도 않았고, 지난해 9월 대법원은 부림 사건 관련자에게 33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고영주 변호사는 지난 8월 21일 MBC의 대주주이자 감독, 관리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이사장이 됩니다. 그는 한겨레21 정은주 기자를 지난 8월말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는데, 고소장에는 “종북, 좌파세력과 북한 공산집단이 날 음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으며, 이들에게서 비난을 받는 것은 (내가) 애국활동을 했다는 징표”라고 적혀있다고 합니다.
3. 지난주, 이태리 로마의 바티칸에는 한국에서 온 원정 투쟁단이 교황 앞에 ‘인천 교구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청하는 플랜카드를 들고 나섰습니다. 왜일까요. 원정 투쟁단은 인천성모병원 홍명옥 지부장과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들입니다. 홍 지부장은 인천성모병원의 노조탄압과 ‘돈벌이 경영’이 극에 달했다며 지난 7월 단식농성으로 호소했지만 인천성모병원의 경영주체인 인천 교구는 무응답으로 일관했습니다. <주간경향>은 그들이 바티칸까지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인천성모병원 내부문서들과 돈벌이경영의혹에 대한 제보를 검증하고 있습니다. 인천성모병원 측은 “사제들이 병원의 운영주체라는 것을 이용한 공격”이라고 반발하고 있지만 의혹은 해당 병원 경영진이 얽힌 대목까지 뻗쳐 있습니다. 급기야 지난 7월말에는 국회에서 ‘인천성모병원 사태에 관한 토론회’가 환노위 소속 4개 의원실 주최로 열리기까지 했습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국감에서도 주요한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몇몇 의혹은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이긴 한데 과연 규명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4. 정치권 이야기입니다. 안철수와 문재인, 혹은 새정치민주연합 내의 대권주자들 이야기를 대부분의 시사주간지에서 다루고 있는데, 여기서는 여권 내부의 당?청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중심으로 보겠습니다. <시사저널>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9월 7일, 대구시 지역구 의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구와 경주 방문 당시 “정치인은 참석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을 대구시당 측으로부터 받습니다. 그런데 이 동선은 공교롭게도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친한 의원들-이종진(달성군), 김희국(중?남구), 김상훈(서구)-의 지역구였습니다. 게다가 청와대 인사들이 이례적으로 이날 행사에 박대통령과 동행했는데, 올해 초부터 대구 수성갑 출마설이 돌고 있는 안종범 경제수석, 대구 청구고를 졸업하고 중?남구 출마설이 돌고 있는 신동철 정무비서관 뿐 아니라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도 동행했다고 합니다. 박 대통령은 9월 9일 인천 송도의 지역희망박람회에는 인천 지역 국회의원 전원을 초청하고 대구 지역 의원만 ‘출입엄금’을 한 건, 결국 여러 설(說)들이 난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시사저널>은 전하고 있습니다.
5. <시사인>은 ‘정치 외곽에 있는’ 한 정치인을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 제목은 이렇습니다. “박근령 인터뷰가 박근혜 정부를 살렸다.” 이 리뷰코너에서도 다룬 적이 있는 박근혜 대통령 동생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의 지난 7월말 니코니코 동화 인터뷰의 덕을 박 대통령이 봤다는 주장입니다. 글쎄요. 이 인터뷰를 한 사람은 누굴까요. 박근령 이사장의 남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박근령 인터뷰가 대한민국과 박근혜 정부를 살렸다. 발언 이후 대통령 지지율이 2% 가량 내려앉았다가 다시 반등했다. 흐트러진 보수 세력이 박근령 발언으로 집결한 것이라고 본다.” 글쎄요. “일본 정치인들의 신사참배를 비판하는 것은 내정간섭”이라던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국 측이 자꾸 사과요구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이야기에 ‘한국보수’가 동의한다는 말일까요. 어쨌든 신 총재는 <시사인> 주진우 기자에게 전화를 해 인터뷰를 자처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정치적으로 탄압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공화당의 의장이 경기도 포천에서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했고, 선관위에서 당원이 아닌 사람이 당비를 냈다는 의혹 등으로 조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살해의혹과 관련해서 그는 지만 씨와 법정다툼을 하다가 무고로 구속된 전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재판과정에서 신 씨 측 증인이 살해당하고, 살해범도 변사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지요. 주진우 기자는 이 사건에 대한 보도로 1년 넘게 재판을 받는 고초를 겪다가 최종 무죄를 받은 전력이 있습니다.
7. ‘서울역7017 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다른 이름으로 서울역 공중정원 프로젝트입니다. 박원순 시장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기획이지요.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늦어도 2017년에는 철거해야할 운명이었던 서울역 고가도로를 뉴욕의 하인라인 파크처럼 공중정원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그런데 경찰청과 문화재청이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경찰청은 개?보수 후 재개통을, 문화재청은 철거를 지지하며 ‘심의보류’를 하고 있는데, 서울시 측에서는 이에 대해 정치적 반대라고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주간동아> 기고 글에서 이종훈 시사평론가가 이 논란을 자세히 짚고 있습니다. 사실, 박 시장을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은 전임 두 시장의 ‘개발’에 반대했기 때문인데, 이들 지지자들에게는 시장 임기 내에 공사를 마무리하려는 박시장의 계획에 대해 고민의 대상이 될 것으로 이 박사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경청’과 시민과의 ‘소통’을 이야기했던 박시장이 이 사안만큼은 귀를 닫고 있다는 비판이 박시장과 맞서고 있는 정치적 반대 단체들이 아니라 풀뿌리단체들과 서울시 시 행정 감시단체들로부터 나온 것은 사실입니다. 이종훈 평론가는 찬성이든 반대든 분명한 이슈가 된다면 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논란을 키우는 것은 정치권이 애용하는 방식이라며 “그러기 때문에 이 사안을 두고 대권주자로서의 승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요.
8. 경제문제도 하나 보겠습니다. 9월 7일,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7조 2천억 인수’ 뉴스는 MBK라는 사모펀드 운용그룹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MBK라는 이름은 골드만삭스 출신인 김병주 회장이 자신의 영문이름인 마이클 병주 김의 첫 글자를 따서 설립한 것입니다. 1963년생인 김병주 회장에 대해 알려진 것은 사실 의외로 얼마 되지 않습니다. <주간조선>은 지난 1월 한국경제신문이 발간한 ‘1조원의 승부사들’이라는 책을 인용, 10살에 미국으로 건너간 김 회장이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아버지가 해줬던 처방, ‘영어책을 소리 내어 읽어라’라는 것을 열심히 실천한 덕분에 독서광이 되었다는 일화를 언급합니다. 그런데 그의 아버지가 누군지는 알려져 있지 않고, “단 사립명문대를 갈 정도고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았다는 것으로 봐 평범한 집안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고 있습니다. 유명한 것은 그가 박태준 전 포스코회장의 넷째 딸과 결혼했다는 것이죠. 박전 회장의 딸 4명은 모두 내로라하는 유명인과 결혼한 것으로 유명한데, 박 씨의 첫째 사위는 윤영각 전 삼정 KPMG 회장이고, 둘째 사위가 고승덕 변호사였습니다. 그는 20년도 안되어 이혼했는데,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그 이후의 ‘결과’는 모두 목격했었죠. 셋째 딸이 결혼한 사람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 씨입니다. 재용씨도 머지않아 이혼하고 탤런트 박상아씨와 재혼했지요. <주간동아>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의 두 얼굴’이라는 기사에서 MBK가 “부실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으로 정상화시킨 다음 비싸게 되파는 바이아웃(Buy-out) 펀드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과거 ING 생명, 케이블방송 씨앤앰 인수과정에서 희망퇴직이나 정리해고를 단행하게 했다는 점이 단적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홈플러스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9. <주간조선>의 연재 글 중 신복룡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석좌교수의 ‘인물로 본 해방정국의 풍경’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고 있는 연재 중 하나인데, 여운형과 김규식, 박헌영의 여인들, 김구와 이승만의 대립, 홍명희와 이극로, 백남운 등 북한에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진보라는 이름의 좌파’라면 테러리스트이자 정통 보수 민족주의자인 김구를 추앙할 것이 아니라 양평의 여운형 생가나 묘소, 또는 충남 예산 신양면의 박헌영 생가에 가서 추모식이라도 올리는 것이 더 진솔한 표현”이라는 신 교수의 글에서 그의 포지션이 엿보입니다. 하지만 “남로당을 지하로 내려가게 만들었던 조선정판사 위폐 사건이 우파들에 의해 조작된 것이었다”(<소용돌이의 정치>를 쓴 그레고리 핸더슨이 바로 이 입장이었죠)라던가 홍명희, 이극로, 백남운 등에 대한 신 교수의 평가 등을 보면 일종의 보수판 ‘이제야 말할 수 있다’를 읽는 느낌입니다.
사실, 진영을 떠나 남과 북에서 모두 버림받은 비운의 지도자들, 그들의 삶과 생각, 행적을 복원하고 기리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재는 막간에 쉬어가는 코너로 그동안의 연재에 대한 소회를 밝힌 글인데 이런 대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언제인가 자칭 진보라는 내 자식들로부터 지금 아빠의 글에 어떤 댓글이 올라있나 읽어보라는 말을 듣고 인터넷을 열었다가 기겁을 해서 닫았다.” 남은 연재에서는 제주 4.3사건, 여순사건, 한국전쟁에서 김일성과 맥아더, 마오쩌둥, 휴전, NLL, 통일 문제 등을 다룬다고 합니다.
10. 식당에 가면 벽 한구석에 적힌 원산지 표기를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초밥집이나 뷔페, 대형 마트같은 곳에서 그런 표기를 보신 적이 있나요? 없을 겁니다. 현행 원산지 표기법을 보면 수산물의 경우 원산지 표시 의무가 있는 종은 넙치, 조피볼락, 참돔, 미꾸라지, 뱀장어, 낙지, 명태, 고등어, 갈치 등 9종에 불과합니다. 그중에서도 명태 중 황태나 북어 등 건조한 것은 제외되는데, 흔히 회로 떠먹는 광어(넙치)와 우럭(조피볼락) 같은 걸 제외하면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TV 음식프로그램에 보면 가끔 도미 대신 중국산 점성어를 사용하거나, 넙치 대신 팡가시우스 메기 등을 쓰는 경우가 폭로되는데, 왜 이런 일이 버젓이 일어나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즉, 이런 생선들은 정상적인 수입과정을 거쳤지만, 원래 익힐 것을 전제로 수입 유통된 생선들이기 때문에 날생선으로 먹을 때 식품 안정성은 장담할 수 없음에도, 수산물의 원산지 정보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하는 단계는 수입과 유통, 납품과정에서 공급업자가 식당 업주에게 넘길 때까지 만이라고 합니다. 관련해서 법 개정이 시급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11. 그리고, 보너스 ‘정보’. 머지않아 대형떡밥이 터질 것 같습니다. 대형 떡밥이란 ‘MB’관련입니다. BBK?4대강이나 자원비리···같은 거 말고, 지금까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사안입니다. 9월 15일 현재, 복수의 시사주간지?월간지, 그리고 몇몇 일간지가 각각 팀을 꾸려 이 사안 취재에 뛰어든 것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추석 전에 전모가 밝혀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다음 주부터 조금씩 보도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기대해주세요.
※ 리뷰 글은 <주간경향> 정용인 기자가 작성해 <주간경향> 페이스북에 등록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