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시사주간지 리뷰] 8월 넷째주 ‘청년실업 심화’ ‘~충 혐오신드롬’
[아시아엔=정용인 <주간경향> 기자] 8월 넷째주 시사주간지 리뷰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부터 한반도에 초미의 군사적 긴장을 불러왔던 남북간의 대립이 일단 6개항의 남북공동보도문 발표로 진정국면으로 접어들었습니다. 목함지뢰부터 시작되었던 대립관계가 지난 주말 갑자기 대치국면으로 이행하면서 각 시사주간지들을 보면 ‘지면에 어떻게 반영할까’ 고심한 흔적이 보입니다. 시사주간지가 유통되는 시점인 이번 주 초가 되면 의도치않게 군사적 충돌로 확전될 가능성도 없지 않았기 때문이죠. 일단 표지에 사태가 반영된 곳은 <시사저널> 밖에 없습니다. 이전에 언급한 것처럼 시사주간지 유통기한은 약 10여일 내외인데, 그 이후까지 사태가 지속될 것으로 각 시사주간지 데스크들이 판단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1. 표지기사를 일별해보겠습니다. <한겨레21>과 <주간동아>가 청년실업 문제를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있습니다. <시사인>은 ‘건들면 다칠 걸’이라는 제목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반쪽 얼굴을 커버에 내세우고 있는데, 박래군,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그리고 페북에서 유명한 둥글이 박성수씨 기소의 공통점이 되었던 이른바 ‘박근혜의 7시간’ 명예훼손 기소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간경향>은 맘충, 흡연충, 급식충, 자전거충….등 한국사회를 휩쓸고 있는 충(蟲)-혐오신드롬을 커버로 다루고 있습니다. <시사저널>은 남북관계에 관한 전문가 8인의 긴급진단을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있습니다. 기사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평해전 육지에서 일어날 수 있다.” 반면 <주간조선>은 조금 한가(?)해보입니다. 경북 문경시가 서예가 120명을 모아 아리랑 1만68수를 한지에 붓글씨로 남겼다는 이야기를 커버로 다루고 있습니다.
2. <시사저널>의 지면을 살펴보면 이번 남북간 대립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커버스토리로 다룰 기획이 뭐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특집기사로 잡혀있는 기획입니다. 특집 메인 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의도 1번지는 ‘막장 드라마’ 제작소”입니다. 기획의 계기는 로스쿨 졸업 자녀를 지역구에 있는 회사인 LG디스플레이에 지난 2013년에 취업청탁을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윤후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야기입니다.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의 야권의 비중있는 의원이고, 을(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정치민주연합의 을지로 위원회에서 핵심적인 인사라는 점에서 ‘섹시함’을 갖춘 아이템이긴 합니다. 다른 매체들 대부분 이 사안과 관련해서 여?야 의원들의 청탁 비리 의혹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만, <시사저널>이 유난히 크게 다루고 있는 까닭은 시사저널이 인터넷경제매체로 특화시킨 ‘시사비즈’의 특종이기 때문입니다. 불미스런 소송이나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위반에 휩싸인 19대 국회의원들에 대한 총정리판인데, <시사저널>의 정리에 따르면 19대 국회의원 중 금고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은 18명이고, 기소돼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의원은 14명입니다. 이 추세를 봤을 때 역대 최고 의원직 상실수를 기록한 18대(21명)을 넘어설 전망입니다.
3. <한겨레21>은 지난주 청년빈곤에 이어, 이번 주에는 ‘청년정치’를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은림 새누리당 서울도봉구 의원(33), 여선웅 새정치민주연합 서울 강남구 의원(32), 임한솔 정의당 서울 서대문구 위원장(34), 백상진 노동당 서울시당 총무부장(27), 김수민 녹색당 경북도당 사무처장(33)을 차례로 등장시켜 청년정치의 현실을 논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미 21세기 초반에 출마했던 20~30대 정치신인들” 기획이 덧붙여 있습니다. 기획에는 지난 주 다룬 청년빈곤 문제를 신문사 부설로 연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의 조사를 통해 좀 더 보강하는 기획과, 지난 주 <주간경향>에서 커버스토리로 다뤘던 청년보장과 성남시의 청년배상과 관련한 논의도 붙어있습니다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 기획입니다.
4. <주간동아>의 청년실업 기획 ‘세대전쟁 누가 부추기나’도 이점에서는 비슷해서 따로 살펴보지는 않겠습니다. 정작 <주간동아>의 기사에서 눈에 띄는 기사는 북한이 위성발사대행으로 대박을 꿈꾸고 있다는 북한 기사와 야권 신당론 기사입니다. 10월 10일은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인데, 노동신문 등의 김정은 현지시찰 행보 등에서 드러나는 메시지, 위성사진으로 확인되는 미사일 발사기를 감안하면 이날 평양이 장거리 로켓발사라는 ‘기념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북한은 위성발사대행사업까지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의 한해 전체 수출액이 30억 달러 안팎인데 ‘위성발사 대행 서비스’의 1회 이용비용이 5000만 달러에서 1억달러에 이르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군침이 돌만한 금액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근본적인 한계는 “과연 북한에게 위성발사를 맡길 ‘고객’이 있겠느냐는 점”이라고 이 기사는 밝히고 있습니다.
5. 개인적으로 여의도에 갈 때면 횡단보도 등에 떡하니 걸려 있는 민주당 명의의 플래카드가 도대체 누가 내거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주간동아>의 야권신당 기사의 박스 기사를 통해 의문이 풀렸습니다. 원외정당 민주당을 등록한 대표는 강신성씨인데, 그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5년간 피선거권이 묶여 있었던 김민석 전 의원의 후원회장이었습니다. 즉 현재는 ‘원외정당’인 민주당이 현 새정치연합이 야권신당의 등장으로 복잡하게 이합집산하는 과정에서 다시 당명으로 민주당을 도입할 경우 ‘당 대 당’의 입장에서 협상을 할 수 있다는 복잡한 계산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지난 총선 당시 새누리당이 버린 ‘한나라당’의 이름을 가져간 측도 꽤 재미를 봤는데, <주간동아>의 보도에 따르면 이런 버린 이름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치열하다고 합니다. 민주당의 경우도 ‘제비뽑기’까지 했다고 하네요.
6. ‘~충 신드롬’을 분석하고 있는 <주간경향>의 커버스토리 제목은 이렇습니다. “민폐 과다와 배려결핍, 혐오를 낳다” 노인 지하철 탑승객의 ‘민폐’ 지적에 노인충, 무임충과 같은 단어가 따라붙고, 아이 똥 기저귀를 음식점에 방치하고 간 엄마에 ‘맘충’이라는 낙인이 붙습니다. <구간경향>의 분석에 따르면 바늘가는데 실 가듯 ‘~충’에 으레 따라붙는 표현이 ‘극혐’입니다. 단순히 문제점을 지적하고 비판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노골적으로 혐오감정을 드러내는 세태가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특정 계층이나 집단을 ‘벌레’로 낮춰 표현하고 그들을 혐오하는 배경에는 ‘헬조선’, ‘지옥불반도’로 표현되는 팍팍한 현실이 자리잡고 있다고 이 기사는 덧붙이고 있습니다. 기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일침입니다. “(일상화된 ~충 용례에 비춰) 기득권 층에 대한 용례는 둠편이다. ‘대통령충’이나 ‘재벌충’과 같은 표현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대적으로 자신보다 약자라고 여기는 대상을 중심으로 비하와 혐오의 정서가 표출되는 것이다.”
7. <주간경향>의 기획을 하나 더 보겠습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정치평론가이지요. 다른 평론가들이 다른 이야기를 할 때 그는 꿋꿋하게 박근혜 당선을 주장했고, 그의 예측대로 결론이 났습니다. 8월 25일로 임기 절반을 지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그는 어떻게 평가할까요. <주간경향> 인터뷰에서 고 평론가는 세월호 사건, 메르스 사태 등 대통령이 겪을 왠만한 사태를 다 겪은 뒤에도 그의 지지율은 30%를 유지한다는 뜻은 박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임기 후반기에도 계속 유지될 것으로 봤습니다. 그러나 박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기는 힘든데, 그 이유는 박대통령에게 주어졌던 과제가 국민통합인데 그것을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선거를 이끄는 정치인 박근혜와 국가운영을 해야 하는 대통령 박근혜는 다른데 국정운영의 철학이나 비전이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고 평론가의 비판대상은 박대통령을 비판하는 반대진영에도 맞춰져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든 보수 35% 진보 25% 중도 40%의 구도에서 ‘중도층을 잡는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데, 진보진영의 대응전략을 보면 결국 진영논리에 회귀하는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고 평론가는 정치평론의 역할을 ‘예측’으로 봐왔고, 박대통령 당선을 주장한 것도 그 예측의 산물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2017년 대선은 어떻게 볼까요. 고평론가는 반기문 UN사무총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의 대결구도가 이뤄져 6:4로 반기문 총장이 당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반총장이 여권의 후보로 나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네요.
8. <시사인>은 박래군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 상임위원이 구속된 발단이 지난 6월 22일 청와대 앞 기자회견에서 그가 제기했던 ‘박대통령 7시간 의혹’ 이야기 때문이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보수단체들이 이 발언을 문제삼아 고발을 했는데, 이건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페이스북에서 유명한 유랑투쟁가 둥글이 박성수씨의 구속에서도 반복되었던 패턴이었습니다. 명예훼손 수사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인데 박근혜 대통령의 ‘의사’는 어떻게 확인될까요. 이것은 실제 가토 전 지국장 재판에서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박대통령은 지난해 9월 “대통령에 대한 모욕이 도를 넘었다”고 발언했는데, 이것을 두고 “대통령이 처벌에 대한 의사를 밝혔다”고 검찰은 주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박성수씨 재판에서 변호인 신문때 수사를 했던 대구 수성경찰서 담당관이 잘 답하지 못하자, 검사 측은 증인인 경찰관에게 지난해 9월 기사를 보여주며 “처벌할 의사를 보인 것이 아니냐”고 확인했다고 합니다. 다른 명예훼손 수사건은 기소율이 줄어들고 있는데,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만 검찰이 민첩하게 칼을 빼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사인의 박스기사가 간접적으로 답합니다. 과거 유신시대인 1975년 만들어졌다가 7년이 지난 5공시절 첫 적용이 되었던 ‘국가원수 모독죄’에 대한 추억입니다.
9. 금태섭 변호사의 책 <이기는 야당을 갖고 싶다>와 관련된 논란은 개인적으로 큰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습니다. <시사저널>은 “‘시골의사’ 박경철이 다시 나왔네”라는 제목으로 안철수 의원의 대선 출마 당시 비선논란을 다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왜 금변호사가 안의원을 ‘디스’하는 것으로 보이는 책을 이 시점에 출간했는지가 궁금했는데, <시사저널>이 전한 안철수 ‘진심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는 “내년 총선과 연관해 자신을 부각시키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주목할만한 것은 “비선의 존재에 대해서는 당시 캠프에 있었던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는 당시 진심캠프 관계자의 발언입니다. 금 변호사가 책에서 기술한 내용이 거의 대부분 사실일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죠. <시사저널>이 전한 바에 따르면 안 의원도 금변호사가 이런 내용의 책을 쓰고 있다는 소식을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는데, ‘말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에 “쓰라고 하세요”하고 쿨(?)하게 반응했다고 합니다.
10. <주간조선>에 실린 ‘7번째 여행 가이드북 낸 전명윤씨’ 인터뷰 기사를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전씨는 ‘국내 출판업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인세를 받는 여행 가이드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그의 첫 책이 2003년에 낸 ‘인도 100배 즐기기’라는 책입니다. 이어 홍콩, 중국, 인도와 네팔, 상하이, 베이징, 오키나와 편을 연달아내는데, 인도와 홍콩 편은 지금도 대박 베스트셀러로 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요. <주간조선>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고교 시절 밥먹듯이 ‘야자’를 빼먹고 대학 때는 수업의 3분의 1을 나가지 않았던 자유분방한 청년이었습니다. 수업을 빼먹으면서 열중한 것은 시위였습니다. 6년간 사귄 첫사랑과의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여행하기로 결심했는데,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인도 공동체 ‘아슈람’을 찾기 위해 1996년 무작정 인도로 향한 것이 처음의 계기였다고 합니다. ‘시위’ 언급에서 보이는 대학시절 운동권이었던 그가 했다는 다음과 같은 말이 인상적입니다. “내가 그랬듯 과거 운동권들은 혁명국가에 대한 로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종의 테마여행으로 볼 수 있는 ‘반미 국가 여행’을 해봤는데 여행을 통해 직접 확인해보니 혁명의 유효기간은 20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10년 전이었으면 모를까, 20년 지난 후 방문한 반미국가 중에 제대로 운영되는 곳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 그의 결론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리뷰 글은 <주간경향> 정용인 기자가 작성해 <주간경향> 페이스북에 등록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