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시사주간지 리뷰] 8월 첫째주 ‘롯데 경영권 분쟁’ ‘조현오 전 경찰청장 수사’

[아시아엔=정용인 <주간경향> 기자] 여름 휴가는 다녀오셨는지요. 8월 첫째 주 시사주간지 리뷰입니다. 이번 주 시사주간지들의 커버스토리들은 모두 제각각입니다. 일단 사법관련 커버스토리 기사가 두 개입니다. <주간경향>은 이른바 성공보수가 반사회적이라는 대법원의 결정이 낳을 파장을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있습니다. <한겨레21>은 장화식 론스타 수사기록에서 드러난 김&장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시사인>은 ‘빨간모자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김정은체제의 북한 경제운영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사경제, ‘돈주’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시사저널>은 ‘롯데시네마’라는 이름으로 롯데가 경영권 분쟁을 다루고 있고, <주간조선>은 면접현장에서 벌어지는 기업들의 ‘甲질’을 ‘잔인한 면접’이라는 이름으로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있습니다. 아래에서 다루겠지만, <주간동아>의 커버기획도 눈을 끕니다. “팔방미인 대마를 許하라” 대마초 합법화를 주장하는 걸까요?

1. 일단 눈이 가는 기사입니다. <시사인>은 특집기사로 조현오 전 경찰청장 비리 수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밤 마다 내가 간첩으로 몰려서 검찰에 쫓기는 악몽에 시달린다.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들의 기막힌 심정을 이제야 알 것 같다.” 이 말을 한 사람은 누굴까요. 나꼼수에서 김용민 PD가 목소리를 흉내 내던 그 사람, 조현오 전 경찰청장입니다. 그에게 부여된 혐의는 2011년 3월 말 청장 공관에서 부산시 경찰간부 3명의 승진 청탁조로 건설업자 정 아무개씨로부터 5000만원을 수수했다는 혐의입니다. 정씨는 긴급체포되었는데, 법원은 정씨 영장을 기각했습니다. 조 전 청장은 “사실이라면 할복자살하겠다”는 다소 과한 반응도 보였는데, 수사는 부산 조폭 두목 이모씨의 투서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시사인>의 기사는 한때 조 전 청장과 대척점에 있던 주진우 기자가 썼습니다. 심지어 주진우 기자는 조 전 청장을 만나 인터뷰도 합니다. 조 전청장은 인터뷰에서 수사권 문제와 관련한 검?경 갈등 국면에서 자신이 취한 입장에 대한 괘씸죄가 작용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2011년 권재진 MB정권 당시 민정수석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공개하는데, 그는 이렇게 절규(?)합니다. “검찰의 무리한 표적 수사로 나는 이미 국민에게 뇌물받고 매관매직한 파렴치한으로 인식됐다. 검찰권을 이렇게 행사해도 되는가. 사건이 끝나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생각이다.”

2. ‘신격호 70년의 꿈 산산조각 나다’ <시사저널>이 롯데가 분쟁을 다룬 기사의 제목입니다. 이 사안은 현재도 신문방송의 톱기사를 장식하면서 굴러가고 있죠? 사실 롯데그룹의 실상은 베일에 싸여있습니다. 회사 고위관계자들도 오너 일가의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시사저널>은 전합니다. 그나마 아는 사람들이 재일교포 한상들입니다. 일본 최대 파칭고회사 마루한 한창우 회장 같은 사람들이죠. 이들은 매년 말 일본에서 송년회를 열고 있습니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역할은 이들 재일교포 한상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야쿠자 보스’와 비숫한 면이 있는데, 이 리더십의 특징은 배신이나 분란에 대해 용납하지 않는 것이라고 <시사저널>은 주장합니다. 형제간 대결 조짐은 이미 2년 전부터 보였는데, 신격호 총괄회장이 특유의 카리스마를 잃어가면서 “원래 세워놨던 후계구도가 무너지면서 벌어지는 사태”입니다. 과거 동생들과 분쟁-신춘호 농심회장과 라면 분쟁, 서울 양평동 롯데제과 자리를 놓고 분쟁을 벌인 막내동생 신준호 푸르밀 회장 등 “피보다 돈이 진하다”는 재벌가 집안싸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다툼입니다.

3. <주간경향> 이범준 기자는 헌재 판사나 직원의 필독서인 <헌법재판소, 한국현대사를 말한다>를 낸 베태랑 법조기자입니다. 대법원이 형사재판에서 변호사의 성공보수는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라 무효”라는 판결이 낳은 파장은 일파만파입니다. 이 기자는 변호사와 형사법 교수, 전현직 대법관과 현직 검사들을 취재해 혹시 ‘형사재판의 피고인’이 되었거나 된다면 이 성공보수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노하우’를 적고 있습니다. 그가 공개한 노하우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이미 계약서에 서명했거나 성공보수를 지급한 경우에도 돌려받아라. 대법원이 성공보수를 민법 103조의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봤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소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일반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입니다. 둘째, 사정이 급해 (성공보수) 계약서에 사인했다고 했다고 하더라도 변호사가 달라는 대로 줄 필요가 없습니다. 형사사건에서 착수금+성공보수가 사라졌기 때문에 ‘사건 하나에 얼마’식의 통계약이나 일한 시간 만큼 비용을 지불한 ‘타임차지’로 가게 됩니다. 재판에 강한 법원 출신 전관은 타임차지를, 수사에 강한 검찰 출신 전관은 통계약을 선호할 가능성이 큰데, 의뢰인은 뒤집어 구체적 내역을 요구해야 변호사도 열심히 일하고 더러 비용도 깎을 수 있다고 합니다. 셋째, 전관을 고용할 여력이 안되면 국선전담을 붙이라고 요구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어설픈 사선보다 100배 낫다”는 것이 이 기자의 진단입니다.

4. 앞서 “팔방미인 대마를 許하라”라는 <주간동아>의 커버스토리를 언급했죠? 표지에는 실제 대마사진이 가득합니다. 아무래도 보수적 성향이 강할 매체에서 대마초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이었을까요. 기사에서 ‘팔방미인’이라고 하는 것은 대마의 다양한 쓰임입니다. 대마는 원래 옷감, 종이의 소재로 사용되어왔죠. 여기에 대마 벽돌, 화장품, 대마기름을 원료로 하는 바이오 디젤…등 쓰임새가 많다고 합니다. 게다가 연간 이모작도 가능해 친환경 산업의 재료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주간동아> 기사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이지만 대마는 ‘마리화나(Marijuana)’와 ‘헴프(Hemp)’로 구분된다고 합니다. 아편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와 관상용 양귀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마리화나에 비해 헴프는 환각을 일으키는 마약의 주성분인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의 성분이 낮아 산업용으로 활용가능성이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국내 법상으로는 헴프도 마약류로 분류해 불법사용 및 유통을 엄속히 단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주간동아>의 기획은 영화배우 김부선씨 등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마초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용 대마인 헴프의 합법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5. 투기자본감시센터 장화식 대표의 8억 수수 이야기는 한국 시민사회의 ‘흑역사’처럼 기록되어 있습니다. 외환카드 노조위원장이었던 장 대표는 2006년 5월부터 매주 목요일마다 김앤장 사무실 앞에서 1인 시위를 했는데, 2008년에는 김앤장을 파헤친 <법률사무소 김앤장>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한겨레21>이 입수해 공개한 수사기록에 따르면 낯익은 이름이 나옵니다. 조응천 변호사. 정윤회 국정농단 의혹 사건 당시 옷을 벗고 나온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맞습니다. 그는 김앤장 변호사였습니다. 장화식씨와 고등학교 동창일 뿐, 졸업 뒤 만난 적 없던 조변호사는 그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 술마시는 자리에서 “김앤장 앞에서 시위하지 말라”는 용건을 꺼냈다고 합니다. (반면 조변호사는 올해 2월 검찰조사에서 “장씨가 먼저 전화를 걸어와 만나기 시작했다”고 밝힙니다) 2011년 8월, 장화식씨는 조변호사를 만난 자리에서 전 론스타코리아 대표인 유회원씨가 법정 구속되자 “피해보상금 10억원을 주면 그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내겠다”고 제안했다고 합니다. 그뒤 장씨와 김앤장의 긴 줄다리기 시작됩니다. 유씨의 변호인은 합의금 지급 각서를 주기도 합니다. 장화식씨의 변호인은 “장씨가 받은 돈은 부당해고에 다른 보상금이지고, 적대적 행위를 하지 않은 것은 유회원 쪽 변호인의 요구 때문이다”라며 “이 사건 금전 제공관련 변호사들에게는 배임수재죄의 공범인데 아무런 조치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김앤장도 공범인데, 검찰은 침묵하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한겨레21>의 보도였습니다.

6. <주간조선>의 보도에서 눈에 띄는 것은 황은순 차장의 일본 르포입니다. 오키나와 현지를 방문해, 아베정부로부터 탄압받는 오키나와의 일간신문 ‘류큐신보’의 싸움을 다루고 있는 것입니다. 지난번 “엄마들이 뿔났다”라는 기획으로 일본에서 전쟁반대에 나서는 엄마들의 움직임을 보도한 내용의 후속 기사, 7월 26일 시부야 안보법안 폐기 집회 기사도 첨부되어 있습니다. 사실 지난번 <주간조선>의 보도를 보면서 마뜩찮았던 것은 과거 비슷한 엄마들의 움직임-촛불시위 당시 유모차부대-에 대해 적대적 보도태도를 취했던 언론사가 발행하는 매체가, 일본 엄마들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커버스토리로 까지 다루는 것에서 느껴지는 자가당착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권말에 실린 최준석 편집장의 글을 보니, 황 차장은 여름 휴가 기간에 오키나와에 방문하고, 또 도쿄 집회 취재를 하는 열성을 보였다고 합니다. 콘텐츠의 내용이 일본 쪽에 경도되긴 했지만, 이 역시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7. 롯데가의 갈등처럼 박은주 전 김영사 대표와 김강유 대표이사 회장 사이의 분쟁 역시 세 개 매체가 일반기사로 다뤘습니다. 그중 가장 팩트를 많이 담아낸 매체를 꼽아보라면 <주간조선>의 기사이네요. 다른 매체들처럼 <주간조선>도 용인에 있는 백성농장 ‘법당’을 방문했는데, 다른 매체들에 실린 “잘 몰랐다”고 이야기하는 주변 동네사람들 내지는 “침묵을 보였다”는 농장관계자들의 멘트와 달리 이 매체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멘트들을 뽑아냅니다. 익명을 전제로 코멘트를 한 ‘현지에서 만난 사람은’ “박은주씨는 김강유 대표와 함께 몇 번 백성농장 레스토랑에도 들렸는데, 김회장을 대하는 태도가 위축되어 보였다”라며 “한번은 무엇을 잘못했는지 (박대표가 김회장에게) 울면서 사죄했다”고 목격담을 전하기도 합니다.

8. 국정원 해킹사건의 진실은 이대로 묻히는 걸까요. <한겨레21>은 국정원이 “모든 책임을 졌다”고 주장한 국정원 직원 임씨의 죽음을 계속 추적하고 있습니다. <한겨레21>에 따르면 임씨는 지난 7월 1일, 대전의 한 개척교회 목사에게 연락해 ‘빨간 마티즈’ 차를 구입했는데, 자전거를 타고 나타난 임씨는 “집(용인)에 왔다갔다 하려고 (중고)차를 사게 되었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임씨에 대한 감찰실의 강도 높은 조사 의혹은 임씨 유가족들로부터 제기되는데, 대전으로 발령받았던 임씨는 사건이 나자 서울의 본원에 새벽 일찍 나가고 저녁 늦게 들어오는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한겨레21>은 유가족 등의 증언을 종합해 “임씨는 7월 13일부터 숨지기 전날일 7월 17일까지 격무와 심적부담이 극도로 압축된 5일을 보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 잡지는 임씨의 위치추적 과정에 국정원도 따로 움직였는데, 그 단서는 동선이 실시간으로 추적되는 임씨의 전화기였다고 합니다. <한겨레21>의 기사는 이렇게 제목으로 의혹을 정리합니다. “정말 다 짊어지려고 길을 선택했을까?” 임씨 친인척 ㄱ씨의 말이었습니다.

9. 인상깊게 본 장면입니다. <주간조선>의 라이프섹션에 ‘하늘 위 바리스타의 스페셜티 커피 투어’라는 이름으로 심재범 아시아나 항공 바리스타팀 그룹장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이번 주 기사에서 글쓴이가 방문한 곳은 ‘헬카페’라는 곳으로, 서울 용산구 보광동에 자리잡은 가게입니다. 커피에 대해 잘은 모릅니다만, 기사에 자그마하게 실려 있는 사진이 주목을 끕니다. 사진 설명은 ‘권요섭 바리스타가 드립커피를 만들고 있다’라고 되어 있는데, 정작 눈길을 끄는 것은 책 제목이 반쯤 짤린 채로 놓여 있는 책 두 권입니다. 위에 놓여 있는 책은 아마도 <죽기 전에 꼭 들어야 할 클래식 1001(1001 classical recordings you must hear before you die)>로 보입니다. 권 바리스타의 음악취향을 알 수 있는 책입니다. 문제는 밑의 책입니다. <어느 혁명가의…>에서 끊겨 있는데, <어느 혁명가의 삶 1920~2010>입니다. 2010년에 타계한 비전향장기수 허영철 선생의 구술을 담은 <역사는 한번도 나를 비껴가지 않았다>를 바탕으로 박건웅 화백이 만화로 그린 책입니다. 권 바리스타는 왜 그 책을 매장에 두고 있었을까요. 원작 구술 책도 좋고, 박건웅 화백의 작품도 한국현대사의 빈공백을 채우는 좋은 책들입니다. 시간되시고 여유되시는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10.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읽을 거리 하나를 소개합니다. 여름은 괴담의 계절이라고 하죠. 지난 주 <시사저널>에 이어 <주간경향>은 괴담특집 기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소복에 긴머리’ 처녀귀신과 도깨비는 흔히 한국적 전통으로 인식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이들 ‘귀신’이미지가 우리 고유의 전통이 맞을까요. 우리가 알고 있는 도깨비의 형상은 사실 일제 강점기 생성됩니다. 우리 이야기가 아닌, 일본 이야기인 혹부리 영감 이야기가 일제 시대 당시 조선어 교본에 실려 있는데, 삽화로 실려 있는 도깨비는 일본 오니로부터 가져온 것입니다. 최초의 도깨비 그림이라고 일컬어지는 <귀화전도鬼火前導> 속 도깨비는 희끄무래한 아이의 형상입니다. ‘소복에 긴머리’ 처녀귀신은 어떨까요. 4번 영화화된 장화홍련전의 원작 속 홍련 귀신의 외형 묘사는 ‘녹의홍상(綠衣紅裳)’ 즉, ‘연두저고리에 다홍치마의 미인’이었습니다. 그런데 1972년에 리메이크된 장화홍련에서는 ‘소복에 긴머리’ 차림이죠. 이 귀신 상 역시 일본의 영향입니다. 기점은 1967년 만들어진 영화 <월하의 공동묘지>였다고 <주간경향>은 밝히고 있습니다. <주간경향>의 이 기획에는 이밖에도 진화심리학적 연구에 따르면 많은 유령목격담이 설명될 수 있다는 이야기와 함께, 노래 ‘젊은 연인들’이 알고 보면 산행 중 등산사고를 당한 연인을 보고 지은 노래라는 ‘괴담’의 실체를 추적하는 기획, 그리고 대한민국 대표흉가였던 ‘늘봄갈비의 그후’를 살펴보는 기획도 덧붙여있습니다.

※ 해당 리뷰는 <주간경향> 정용인 기자가 작성해 <주간경향> 페이스북에 등록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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