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시사주간지 리뷰] 8월 둘째주 ‘광복 70주년’ ‘롯데그룹에 칼날 세운 정부’ ‘변호사 성공보수 금지’
[아시아엔=정용인 <주간경향> 기자] 8월 둘째 주 시사주간지 리뷰입니다. 대부분의 시사주간지가 광복 70주년 기획을 이번 주에 다루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시사주간지의 유통기한은 다음 호 발매 전일까지입니다. 이번 주에 발매된 시사주간지에 표시되어 있는 날짜는 대부분의 시사주간지가 8월 18일입니다. 광복절(8월 15일)은 토요일입니다. ‘유통기한 내’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1. 그럼에도 이번 주 시사주간지 커버스토리 기사를 보면 같은 내용의 주제가 없습니다. 역설적으로 ‘사회적으로 이슈가 집중되는’ 큰 사건이 없었다는 뜻이 되겠죠. ‘광복 70주년’ 관련 기획을 커버스토리로 올리고 있는 잡지는 <한겨레21> ‘밀양 아리랑’, <주간동아> ‘백범家 70년’, <주간조선> ‘한국의 히로시마 합천의 눈물’입니다. <시사저널>은 “‘일본롯데’ 지배구조 대해부”를, <시사인>은 ‘당신 아이의 적성검사, 믿을만한가요?’를, <주간경향>은 ‘대법관K-권순일 대법관이 바꾸고 있는 한국사회’를 커버스토리로 냈습니다.
2. “대한민국이 배신한 밀양 三代”- <한겨레21>의 커버스토리 제목입니다. 중국 길림성 영고탑에서 1926년 9월 쓰러진 밀양출신 구영필. 일합사라는 비밀결사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다가 복역한 뒤 만주로 이주해 의열단 활동을 하다 여명의숙이라는 민족교육기관을 설립한 인물입니다. 그는 김좌진의 신민부에 의해 암살을 당합니다. ‘일제의 밀정’이라는 혐의가 붙었습니다. 해방 뒤 공개된 일제의 기밀문서에 그는 ‘배일(排日)의 거두’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반일운동의 주도권 싸움 와중에 희생된 것이죠. 그의 독립운동 경력은 지금까지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광복회의 주류가 김좌진계의 신민부에 의해 장악되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큰아들 구수만. 일제 강점기 청년동맹 활동을 하고, 조선공산당 당원으로 활동하다 검거됩니다. 일제의 고문후유증으로 병석에 누웠습니다. 가난과 불행은 그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의 막내 딸 구미현씨(65)는 2007년 부산에서 밀양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건강이 악화되어 요양차 찾은 곳이었습니다. 3년이 지나 건강이 괜찮아질 때 쯤, 헬리콥터가 마을에 굉음을 내며 날아왔습니다. 공사반대투쟁에 나섰던 구미현씨를 비롯한 4가구에게 내려진 벌금은 줄잡아 2억원입니다. 남편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해 2년형을 받았습니다. <한겨레21>은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국가에 외면받은 독립운동 역사도 모자라, 삶의 터전마저 국가에 훼손되는 현실을 말하며 구미현씨는 눈이 붉어졌다.”
3. 나머지 잡지들의 ‘광복70주년’ 기획도 간략히 살펴보죠. <주간동아>의 백범 김구 선생 가문 70년 기획 역시 조금은 우울한 기획입니다. 김구의 아들은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입니다. 백범선생의 66주기인 6월 26일, 그의 손자 김양(62) 전 국가보훈처장은 서울 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습니다. 해군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 도입과 관련 방위사업비리 알선수재 혐의입니다. 이 기구한 운명도 <주간동아>의 보도에 따르면 굴곡진 한국현대사와 그대로 맞닿아있습니다. 연세대 정외과 71학번인 김양 처장은 학교 다닐 때는 조용한, ‘유신반대’ 학생운동과는 아예 인연없는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공직입문 전, 그는 프랑스 항공무기제작 업체 아에로스파시알 한국지사장을 10년 가까이 맡았는데, 그건 아버지 김신 공군참모총장이라는 후광덕분이었다는 평가입니다. 이승만과 척을 질 수밖에 없었던 김신 총장 일가는 박정희,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가 우군이었습니다. 그를 공직에 발탁한 것은 1998년 DJ 정부 당시 대한주택공사 감사였는데, 이명박 정부는 그를 차관급 정무직인 보훈처장에 임명했습니다. 인맥이 중시되는 무기도입시장에서 퇴임하고 나온 그는 ‘탐날 수밖에 없는 경력자’였을 것이라고 <주간동아>는 추론하고 있습니다.
4. 2012년부터 합천에서 비핵?평화대회가 열리는 것을 아십니까. 아시는 분이라면 합천 평화의 집이라고, 한국의 원폭피해자복지회관이 있는 것도 알 것입니다. <주간조선>은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이곳을 찾아 아직도 살아있는 원폭피해자, 그리고 2세, 3세 환우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제목은 이렇습니다. ‘한국생존피해자 2584명 당신들을 기억합니다.’ 그런데 왜 합천이었을까요. <주간조선>이 전하는 ‘사정’에 따르면 “산으로 둘러싸여 농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운데서, 그나마 쓸만한 것은 일본이 다 뺏어가서” 살길을 찾아 히로시마로 건너간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부산에서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로 가는 배가 있어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사람이 바로 옆 히로시마에 간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히로시마에 있던 조선인들 역시 떼죽음을 당하거나, 간신히 살아나더라도 방사능 피폭을 당해 죽거나 평생을 환우로 살아와야했습니다. 며칠 후 나카사키에서도 마찬가지였죠. 중요한 것은 한국인 피해자가 얼마나 되는지 아직도 정부에서는 체계적으로 조사조차 하고 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추정은 10만명입니다. 한국의 원폭피해자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입니다. 부끄럽게도 70년이 지나도록 아직 이 문제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관련 법안이 17대부터 국회에 올라왔지만, 벌써 두 번 자동폐기된 상태입니다.
5. <주간경향> 역시 광복 70주년 기획으로 독립운동가 서영해 손녀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오스트리 빈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는 수지 왕씨입니다. 서영해라는 이름 자체가 낯설 수있는데, 독립운동사에서는 아주 중요한 인물입니다. 당시 ‘미국에 이승만이 있다면, 프랑스 유럽에는 서영해가 있다’고 할 정도였다고 <주간경향>은 전하고 있습니다. 1919년 3.1운동에 참여한 서영해는 수배가 되자, 상해의 임시정부를 찾아갔습니다. 불과 17세의 앳된 소년이었던 서영해에게 임정 요인들은 장차 프랑스와 관계를 생각하며 프랑스 유학을 권유했습니다. 프랑스에 자리잡은 그는 ‘고려통신사’를 설립하고 일제의 한국침략 부당성을 주장하는 외교전을 펼칩니다. 자서전격인 소설 이외에도 <심청전>, <흥부와 놀부>를 불어로 번역해 소개하기도 합니다. 서영해는 프랑스로 유학온 오스트리아 여인 엘리자와 사귀게 되는데, 이승만의 부인 프란체스카도 오스트리아 출신입니다. 엘리자는 고국에 돌아가 아이를 낳았습니다. 그리고 2차대전의 발발로 두 사람 사이는 갈라지게 됩니다. 막역한 사이였던 서영해와 이승만은 해방 후 갈라지게 됩니다. 임정을 지지했던 서영해는 친일파의 득세와 이승만의 정치노선에 실망, 중국을 거쳐 프랑스로 돌아갈 계획을 세웠는데 방문한 중국에서 행방불명되었습니다. 수지 씨는 어떻게 자신의 할아버지를 찾게 된 걸까요. 할아버지의 흔적을 찾다 10년 전에 서영해 이야기를 보도한 원희복 선임기자에게 연락을 취해온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한편의 드라마같은 이야기입니다.
6. 다른 커버기획을 보겠습니다. <시사인>의 커버기획은 초·중·고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흔히 보게 되는 아이의 적성검사와 관련한 의혹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보자는 “2014년 한해에만 24만명 가까운 초중고교 학생들이 엉터리 심리검사를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종합적성검사(CHCA 검사라고 합니다) ‘주의집중력’ 항목 T점수가 한학교 평균이 80.7점이 나왔는데, 있을 수 없는 결과라는 것이 <시사인>이 검증의뢰한 심리학 교수들의 반응입니다. 이 결과대로라면 그 학교라는 “집중력 천재들의 학교”라는 것입니다. 신뢰도를 알 수 없는 엉터리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 적성검사를 개발한 회사는 “규준은 영업기밀 사항으로 공개 불가”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결국 검증할 길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실토한 셈이겠죠.
7. <주간경향>은 변호사 성공보수를 금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 판결의 뒷이야기를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판결을 이끌어낸 대법관은 아직 취임이 채 1년이 되지도 않은 권순일 대법관입니다. 전합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모두 참여해 결론을 내리는 것입니다. 그 자체가 입법의 의미를 지니는 쉽지 않은 판결입니다. 그는 총 5건의 전합사건 주심을 맡았는데, 이번 판결과 함께 불법체류 외국인 노조 설립 허용 역시 그의 작품입니다. 기사를 쓴 베테랑 사법기자 이범준 기자에 따르면 하급심 판사 시절 대학 시간강사의 노동자성을 처음 인정하고, 삼성 그룹 이재용 남매들에게 수백억 세금을 부과토록 하는 판결을 이끌어 냈고, 주심 대법관으로서도 ‘어용집회 금지’, ‘상지대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에도 이사선임취소소송 가능’ 등의 판결을 이끌어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그는 진보성향의 판결을 내려온 사람일까요. 평상시 그는 주위에 “나는 진보법관이 아니다. 법관은 원래 보수적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헌법에 따라 소수자를 보호하고 시장경제를 지지할 뿐이다.”라고 말해왔다고 합니다. 한국사회의 대립선이 ‘이념이 아닌 상식’에 그어져 있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언급이네요.
8. 롯데가의 분쟁을 바라보는 <시사저널>의 프레임은 ‘사정’입니다. 커버스토리 기사의 제목은 “사정 칼날의 첫 번째 타깃은 제2롯데월드”입니다. 국세청 세무조사에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가의 지배구조 조사에 착수했다고 합니다. 검찰은 제2롯데월드 건설, 맥주산업 진출, 면세점 특혜, 부산 롯데타운 신축 등 그간의 논란을 전반적으로 다시 돌아보고 있다고 합니다. 이 논란들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명동의 롯데백화점이 “박정희가 10.26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에 준 마지막 특혜”라는 이야기는 많이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밀월은 역대 정권을 거쳐오면서 계속되어 왔는데, 특히 지난 정부, MB정부와 특별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MB는 당선인 시절부터 인선작업을 롯데호텔 31층 로열 스위트룸에서 진행했고, 이 덕분에 롯데호텔은 ‘작은 청와대’라는 별칭을 얻었다고 합니다. MB 정부 시절 롯데는 급성장합니다. 46개였던 계열사가 79개로 늘어났고, 49조 2천억원의 자산총액은 95조 8천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납니다. 그 정점이 제2롯데월드 건설허가이지요. MB는 김은기 당시 공군참모총장을 경질하면서까지 제2롯데월드를 밀어붙였습니다. 2013년 7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롯데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해 600억을 추징하고도 검찰고발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까요. <시사저널> 기사는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롯데그룹은 ‘왕자의 난’을 시작으로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한 제1사정 타깃으로 전락하고 있다.” 지켜볼 일입니다.
9. <한겨레21>에 실린 기사 중 박흥수 기관사의 유라시아 기차횡단기라는 특집연재가 눈길을 끕니다. 6월 19일 블라디보스토크를 출발해, 러시아 대륙을 횡단해 7월 4일 베를린에 도착하는 여정인데, 박 기관사 일행 3명은 기차에 올라타는 순간 ‘대박’을 경험합니다. 바로 자신이 탄 칸에 가득한 북한 노동자들이죠. 북한 노동자들이나, 박 기관사 일행이나 여지간한 골초였던 모양인데, 열차가 쉬는 시간마다 담배를 나누는 ‘우정’에서부터 평양으로부터 싸온 도시락을 나눠먹는 이야기, ‘미제의 쓴 물’ 콜라를 나눠마시면서 너스레를 떤 이야기까지 재미있는 일화가 가득합니다. 앞으로의 연재가 기대됩니다.
10. 7월 28일, 언론들은 일제히 ‘메르스 사태 사실상 종식’이라는 보도를 내놓습니다. 그렇다면 메르스 사태는 정말 끝난 것일까요. 이날 종식 사태의 근거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국무회의에서 총리 발언”이 전부였습니다. 공식적인 종식은 마지막 환자가 퇴원하고 28일후에 가능합니다. 아직 10명의 환자가 입원 중입니다. 이들이 당장 내일 퇴원한다고 하더라도 종식선언이 가능한 날은 9월 12일입니다. 빅데이터라는 말이 유행한지도 벌써 3~4년이 되었습니다. 사실, 빅데이터는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확산 국면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메르스 국면에서 그 ‘역할’은 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주간경향>의 보도에 따르면 빅데이터가 성공하려면 각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들이 합쳐져여야 하는데 그것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 데이터는 가지고 있으니 너희 데이터를 가지고 오면 돼!’와 같은 기관이기주의와 국민의 권리를 지켜야할 개인정보보호법이 국민권리를 지키지 못하고 기관이기주의의 ‘방패막이’가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메르스 국면 후반부에는 “오히려 ‘소리 소문없이’ 격리환자의 개인휴대폰과 교통카드 기록을 급하니 갖다 썼는데, 언제까지 쉬쉬하고 넘어갈 일은 아닐 일”이라는 업계 관계자의 말도 전하고 있습니다. <주간경향> 보도였습니다.
※ 해당 리뷰는 <주간경향> 정용인 기자가 작성해 <주간경향> 페이스북에 등록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