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시사주간지 리뷰 11월 첫째주] ‘국정교과서’ ‘2018년 인구절벽’ ‘삼성위기설’ ‘치킨게임’

[아시아엔=정용인 <주간경향> 기자] 11월 첫째 주 시사주간지 리뷰입니다. 정부는 일정을 앞당겨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 확정고시’를 어제 날짜(11월 3일)로 했습니다. 국민의견수렴 팩스는 꺼져있다는 것이 확인되었죠.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시사주간지 지면의 상당부분은 국정교과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있는 매체는 ‘시사인’, ‘한겨레21’ 두 매체입니다.

1. ‘시사인’의 표지 제목은 ‘닥치고 국정화 왜?’입니다. 80페이지 전체 지면 중 절반 가까이가 국정교과서 관련 이슈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숙이 편집장은 권두의 ‘편집장 브리핑’에서 ‘조희팔’을 7년 추적했듯이 국정화 문제를 다루겠다고 다짐합니다. 눈에 띄는 것은 천관율 기자의 ‘자유주의자가 어떻게 ‘국정화’를 지지해?’ 기사입니다. 기사는 다음과 같은 단언으로 시작합니다. “자유주의자를 자처하던 이들이 ‘자유의 적들’로 등장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은 한국 보수의 맨얼굴을 폭로했다.”

역사학계 주류의 해석이 민족주의와 일국사의 함정, 심지어 스탈린주의의 영향력에 사로잡혀 있다고 보는 뉴라이트계열 연구자들은, 자신들의 역사 ‘재해석’은 개인의 자유와 주체성을 강조하고 집단주의적 역사해석을 배격한다는 의미에서 ‘대안적 해석’이라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국제적 시야’, ‘선입견 없는 일차 사료 연구’로 뒷받침된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그리고 교학사 교과서가 외면을 받자 ‘더 품질이 좋은’ 교과서가 선택되지 않는 ‘시장의 실패’로 해석했고, 그 결과 국정화가 그 실패를 교정하는 매력있는 대안으로 간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자가당착은 ‘국가의 개입을 자유에 대한 최대의 위협으로 간주하는 자유주의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국정화를 정당화할 것인가’는 것에서 벌어집니다. 자유주의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비상상황이므로 긴급조치가 필요하다는 논리인데, 잡지는 20세기 경제학의 거목인 밀턴 프리드먼의 말을 인용하며 이 논리를 반박합니다. “정부 독점의 가장 큰 해악은 되돌리기가 극히 어렵다는 점이다. 참을 수 있는 한에서는 사적 독점이 그나마 가장 낫다.” 사적 독점을 국가 독점으로 대체하자는 주장은 ‘자유주의 족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기사의 결론입니다.

2. ‘한겨레21’도 국정교과서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지난 주 ‘주간경향’처럼 일종의 스핀오프입니다. ‘한겨레21’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운동의 뿌리는 영애 박근혜가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서거 이후 이끌었던 ‘새마음 운동’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젊은 날의’ 박근혜는 단행본 <새마음의 길>(1979년 발행) 및 각종 인터뷰, 기고 글을 통해 이 운동을 주창합니다. 새마을의 뒤를 잇는 새마음 운동이란 무엇일까요. AFKN과 인터뷰에서 박근혜는 “물질적 발전과 정신 개발이 병행되도록 하려는 정신혁명운동”이라고 말합니다. 새마음이란 “충?효?예를 바탕으로 한 ‘밝은 마음, 맑은 마음, 고운 마음, 깨끗한 마음’”입니다. 영애 박근혜는 전국을 돌며 시?도별 중?고등학교 결의대회를 열고 녹색 ‘새마음기’를 전달하거나 새마음 갖기 궐기대회를 여는 등의 행사를 가졌습니다. 중심에는 다 알다시피 구국여성봉사단이 있었죠.

‘한겨레21’의 보도와 무관하게 국가기록원에 가면 당시 박근혜 중심으로 벌어진 새마음 운동에 대한 기록사진들이 남아있습니다. 사진들을 보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최태민 목사입니다. (그리고 이 단체의 사무국장을 역임했던 모 대학 이사장 부인의 젊은 시절 모습도 자주 목격됩니다) 이 봉사단의 ‘명예총재’ 영애 박근혜의 위상엔 모두 고개를 숙였습니다. 상석에 앉은 영애 박근혜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 줄서서 비굴한 미소를 띄고 고개 숙여 악수하는 MB, 차트를 앞에 두고 굳어있는 젊은 시절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모습과 같은 ‘희귀사진’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코미디 같은 부조리극의 실상 대신, 워딩과 기고글 속에서만 국정화의 ‘기원’을 찾는 ‘한겨레21’의 기획은 아쉬움이 조금 남는군요. 새마음 운동의 핵심이자 실상은 ‘앙꼬없는 찐빵’같은 뻔한 말을 진지하게 되풀이하는 영애 박근혜를 앞세운 최태민 일파의 전횡이었으니까요.

3. ‘주간경향’은 생소해 보이는, 요즘 시쳇말로 ‘듣보잡스러운’ 인물을 표지에 세웁니다. 김흥기 회장이라는 분입니다. 표지에 다시 길게 뽑힌 제목은 이렇습니다. ‘중국과학원 명의 도용 가짜 수료증 장사에 장?차관, 정부기관 동원했다.’ 이 기획은 지난해 말부터 경향신문과 ‘주간경향’이 끈질기게 추적해온 KTL,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용역팀 ‘댓글부대’ 의혹의 연장선입니다. ‘주간경향’은 지난 8월부터 6회에 걸쳐 이 ‘댓글부대’ 의혹을 다룬 바 있지요. 10월 국회 산자위 국감을 통해서 이 용역의혹이 집중 제기되었고, 마침내 경찰 수사가 시작됩니다. 특허청과 국정원 출신인 김흥기 카이스트 겸임교수는 지난해 12월 해당 용역업체 회장으로 취임했는데, ‘주간경향’의 이번 기사는 김 교수가 지난해 말 출간된 저서나 각종 강연 등에서 강조한 모스크바대 초빙교수라는 학력이 허위라는 것을 밝힘과 동시에, 그가 주도한 ‘중국과학원 지식재산 최고위 과정’이 가짜 수료증 장사였다는 것을 러시아?중국현지 취재를 통해 확인한 것입니다. 전?현직 장차관들이나 박근혜 정부의 실세 국회의원이 이 가짜 수료증 장사에 참여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얼핏 학위 위조, 가짜 수료증 장사등 정권 주변에 모여드는 끄나풀, 사짜 들의 전형을 다루는 이야기일 것 같지만, 어쩌면 이 사안에 박근혜 정부의 종잡을 수 없는 의사결정, 다시 말해 곳곳에서 흔적을 남기고 있는 비선(秘線)의 본체가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퍼즐’을 맞추는 장기 기획입니다. 단지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선대위 주변인사들 뿐 아니라 기사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권력실세들의 이름들의 거론빈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주간지가 할 수 있는, 또 해야만 하는 탐사취재의 전형을 보여주는 기획인 듯싶습니다.

4. ‘주간동아’의 기사 중 눈을 끄는 기사는 작계5015를 다룬 ‘전쟁나도 김정은 체제 유지?’라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한반도 유사시를 가정한 새로운 작계 5015가 작성되었다는 사실은 지난 8월 하순에 공개되었는데, 이전까지 한반도 전면전에 대비한 작계 5027, 그리고 압도적인 공군력과 정밀유도무기를 이용해 북한의 주요군사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5026이 종전의 작전계획이었다면 5015는 두 작계를 통합한 것인 것입니다. 전면전 도발 이전에 국지도발 상황부터 연합방위 체계를 구축해 핵이나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징후가 포착되었을 때 선제타격을 하는 내용도 들어있다고 합니다. 주축은 이른바 ‘참수작전’으로 알려진 북한 정권 수뇌부에 대한 정밀 타격과 공중 강습부대를 투입,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능력을 초기에 제거하겠다는 계획인데, 주목할 만한 사실은 ‘전쟁이 벌어진 후 북측 영역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설정이 없다’는 것이 이전 작계와 새 작계의 특징이라고 기사는 전합니다. 다시 말해, “전쟁이 벌어지고 한미 양국군이 반격에 성공하더라도 휴전선을 넘고 밀고 올라갈 병력이 없고, 더욱이 미국은 그러한 전쟁 개념에 극히 회의적이고 새 작계에는 이런 시나리오 자체가 아예 설정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한국군이 북한으로 올라가 접수하게 되는 걸까요. 이 기사가 걱정하는 것은 ‘북한 지역에 대한 헌법적 주권’에 대해 주변국 사이의 근본적 합의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10월 20일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나카타니 켄 일본방위상이 “한국의 지배가 유효한 범위는 휴전선 남쪽이다”라는 발언은 심상치 않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5. ‘주간조선’의 커버스토리 기획도 한번쯤 생각해볼만한 주제입니다. ‘2018년 인구절벽’ 이미 책도 몇 권 출간되어 있습니다. 인구절벽은 미래 특정시점에 인구통계 그래프에서 유소년과 청소년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미국 경제학자이자 투자컨설턴트인 해리 덴트 덴트연구소 대표의 말입니다. 그는 자신의 책 ‘인구절벽’에서 “2018년 한국이 인구절벽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어떤 근거였을까요. 일본과 한국의 출생인구가 가장 많았을 때는 1949년과 1971년이었는데, 한국은 일본을 정확히 22년 후행(後行)하며, 가정에서 소비가 정점을 찍은 시기는 47살 때입니다. 한국의 경우 출생인구가 정점을 찍은 1971년의 47년 후인 2018년이 바로 인구절벽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입니다.

서론이 길었지만, 이미 그 미래의 ‘인구절벽’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초초고령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수도권 지역의 농촌입니다. 잡지는 경기도 양평군 삼산리의 사례를 르포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구가 없으니 돈이 돌지 않고, 번듯한 기차역(막대한 사회 인프라가 투여된)은 있지만 기차역 앞 식당이나 편의점은커녕 구멍가게도 없습니다. 고령자는 늘어나는데 이들이 이용할 병의원조차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과연 심산2리는 인구절벽에 부딪힌 대한민국의 미래상을 드러내는 모습일까요.

6. 이재용을 표지인물로 내세운 ‘시사저널’의 커버스토리는 그동안 찌라시 등을 통해 돌던 ‘삼성위기설’의 실체를 보여줍니다. 찌라시성 정보가 아니라 사실이었습니다. 삼성그룹은 목하 구조조정 중입니다. 삼성전자 등은 “통상적인 경영활동의 일부”리고 해명하는 모양입니다만, 본사 인력의 현장배치를 넘어서 현장에서도 폭넓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삼성전자가 한때 신수종 사업으로 이야기했던 LED사업부의 경우 아예 인사파트에서 대상자까지 지정해 내려왔다고 이 잡지는 전합니다. 제일모직과 합병한 삼성물산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특히 두 기업의 주력사업이던 건설업 부문 인력감축이 주목표라고 합니다. 잡지는 삼성물산 측이 10월 중순 직원들에게 발송한 현재 업황에 대한 회사의 입장과 구조조정 대상 및 보상내역 등을 담은 문서를 ‘증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문건을 읽다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눈에 띕니다. “본인의 업무가 추후 지속적으로 활용가능할지, 비전이 있을지 고민해보시기 바라며 회사에서는 선택의 기회를 드리겠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가시적으로 긍정적 상황이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해볼 것” 문건을 받아 읽는 직원들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것이 눈에 선합니다.

이러한 삼성의 선택에서 주목받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의 리더십입니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병상에 누운 후, 두 번의 대형 빅딜을 통해 화학과 방산 계열사를 다른 기업에 팔아버렸고, 또 삼성전자 내부에서 LED사업처럼 신수종 사업을 일찌감치 포기했다고 잡지는 평가합니다. 재계와 언론에서는 실용주의로 포장하지만, 잡지가 전하는 삼성 내부의 목소리를 다소 다릅니다. “경영전략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공격적으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았던 이건희 회장과 다른 것은 분명하다.” 과연 이 부회장은 옳은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7. 치킨게임. 보통 이판사판의 싸움을 일컫는 말이죠. 요즘 치킨업계가 그렇다고 합니다. ‘주간동아’의 보도입니다. 보통 배달 업체에서 1만 6천원 가량 하는 치킨 가격의 원가는 얼마나 할까요. 대한양계협회의 10월말 공시가격은 대(1.6㎏)가 1100원, 중(1.4~1.6㎏)이 1200원, 소(1.4㎏)가 1300원 한다고 합니다. 이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0원 폭락한 가격입니다. 지난해 말까지 2000원선을 유지하다가 올해 들어 2000원 선이 붕괴했다고 합니다. 이 가격을 결정하는 곳이 닭고기 공급업체인 하림, 동우, 마니커, 체리부로식품, 사조화인코리아 등의 회사인데, 이들 5개 대형업체가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인 14㎏를 기준으로 적정 공급량은 연간 670억마리인데, 생산량은 770억마리. 매일 30억 마리가 시장에 과잉공급 되기 때문에 업체들은 재고를 줄이기 위해 덤핑에 나서고 있다고 합니다. 이 덤핑은 3년째 지속되고 있는데, 결국 5개 대형업체 중 어느 한 업체가 도산할 때까지 치킨게임은 계속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문제는 업체가 문을 닫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위탁계약한 농가에게 돌아갈 것인데, 정부가 현 상황을 수수방관하고 있지 않는가라는 우려입니다. 기사가 지적하는 문제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생산가격이 원가 이하로 떨어졌는데도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은 요지부동인데, 반대로 생닭가격이 조금이라도 인상되면 인상분은 치킨 가격에 그대로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결국 소비자만 피해를 볼 상황이 명약관화인데,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8. 3주 전, 이 리뷰에서 ‘주간조선’에 고정일 소설가의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글을 쓰면서 “경부고속도로에 반대한 DJ와 YS가 양재 공사판에 이불을 깔고 누워 반대시위를 했다”라고 쓴 주장이 근거가 있느냐는 문제제기를 한 바 있습니다. 그 주, 고 작가에게 물어보니, “당시 나는 학생이라 현장에는 없었지만, 다 알려진 일 아니냐. 사진도 있고”라고 답했습니다. 그 사진이 “공사현장에 몸소 드러누워 진보, 개혁, 민주화운동을 몸으로 실천하신 ‘움직이는 양심’ 슨상님”이라는 설명이 붙은 사진이냐고 물으니 고 작가는 “다른 사진”이라고 답했습니다.

3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고 작가는 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들과 책을 거론했지만 사진은커녕 그 시위가 언급되어 있는 것도 찾지를 못했습니다. 당시 야당의 중진의원들이 만약 시위를 했다면 언론보도가 있을 텐데 옛날신문에서도 보도의 흔적은 없습니다. 자료를 찾다보니 지난해 말 출간된 <정주영- 이봐 해봤어?>라는 책에 또 비슷한 언급을 발견했습니다. 책의 저자인 박정웅 전 전경련 상무 역시 “정 전 명예회장이 생전 식사자리에서 그런 말을 했던 것을 옮겼을 뿐”이라며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했습니다. 어쨌든, DJ?YS의 경부고속도로 반대 시위 사진이라고 주장하는 사진은 후대에 특정한 정치적 목적으로 조작된 사진이라는 것이 거의 확정적입니다. 고 작가는 자신이 말한 사진이 실린 책이 있다며 “반드시 찾아서 근거를 제시하겠다”고 하지만 글쎄요. ‘주간경향’의 ‘언더그라운드.넷’ 보도였습니다.

9. 미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밝혀진 천경자 화가의 이야기를 주간지들이 안하고 넘어갈 수는 없겠죠. 천경자 화가가 이른바 절필을 하게 된 것은 10.26 사건 후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재산 압류과정에서 발견된 ‘미인도’가 발단이었습니다. 미인도라는 이름은 당시 검찰이 압류품 목록을 만들면서 임의로 붙인 이름인데, 1991년 국립현대 미술관이 ‘움직이는 미술관’이라는 전시를 기획하면서 이 ‘미인도’로 아트포스터를 만든 것이 위작논란의 시작이었다고 ‘시사저널’에 글을 기고한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말합니다. “선생님 작품이 목욕탕에 걸려 있더라”는 말에 충격을 먹은 천화백은 그 그림이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선언해 이 위작논란이 시작된 것인데, 정 전 실장은 논란 이전에 발간된 도록에 그 작품이 실려 있는 점, 화랑협회 감정위원회가 3차에 걸쳐 진품이라고 인정한 점 등을 근거로 이 작품이 위작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결국 법정까지 간 이 사건은 ‘판단 불가’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반전. 1999년 미술품 위조전문범 권춘식 씨가 “미인도는 자신이 그린 것”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그런데 다시 정 전 실장은 권 씨가 그렸다는 1984년 이전인 1980년,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이전되었다는 점을 들어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재미있는 것은 ‘주간조선’이 이 권춘식 씨의 ‘단독인터뷰’를 싣고 “미인도는 내가 그렸다”는 그의 주장을 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권 씨는 인터뷰에서 “천경자 화백의 위작을 모두 4점 그렸다. 지인의 부탁으로 달력 그림을 조합해 3점을 그려줬고, 관훈동 B화랑 주인이 부탁해 한 점을 별도로 그려줬다”고 소상히 밝힙니다. 그는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근거로 천경자 화백이 ‘석채’라는 미술재료를 악센트 넣는 것처럼 쓰는데, 자신이 그린 작품엔 분채 물감을 썼다는 점, 또 노란 꽃을 따라 하기 쉬워 그렸고, 나비 역시 선집에 나온 천경자 화백의 다른 그림에서 따다 그린 것이고, 눈동자를 그릴 때도 천 화백은 금분을 쓰는 데 자신은 그냥 노란색을 썼다는 점 등의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합니다. 시기와 관련해서 그는 이번 인터뷰에서 “미인도를 그린 시점은 1978년에서 1979년 사이”라고 말을 바꿉니다. 누구의 말이 옳은 걸까요.

10. 이래저래 리뷰 글이 길어졌습니다. 마무리는 현재의 국정화 교과서 국면을 걱정하는 노 정객의 글로 하겠습니다. ‘시사인’에 실린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의 글입니다. 남 전 장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사상전’이라고 규정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사상전이 전개되면 우파, 극우가 유리하다는 것은 처음부터 분명하다. 그렇기에 우파는 이제까지 그 편리한 수단을 자주자주 사용해왔다. 이명박 정부 때는 좀 잠잠했다. 그러다 박근혜 대통령 들어 다시 바람몰이가 시작된 것이다. 박 대통령의 한 맺힌 과거기억이 작용한 걸까. ‘박근혜이즘’이라 할 만 하다. 사상전에 대한 반격은 마치 언덕을 오르는 것처럼 어렵다. 그러나 느리지만 줄기찰 것이다. 사상전이 회오리처럼 휩쓸고 간 뒤에 남는 것은 황폐한 정치풍토 뿐일 것이다. 국민에게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남 전 장관의 글은 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을 바꾸길 주문하며 ‘아버지’의 이야기를 하며 마무리됩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너무 완벽하게 고삐를 쥐려 한 나머지 결국 좌절한 게 아닌가.” 한국 현대사와 정치를 몸소 겪어온 대표적 원로의 우려와 사려 깊은 충고를 단지 흰소리쯤으로 취급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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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 글은 ‘주간경향’ 정용인 기자가 작성해 ‘주간경향’ 페이스북에 등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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