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시사주간지 리뷰 11월 넷째주] ‘IS 파리테러’ ‘민중총궐기와 물대포’ ‘농민 백남기씨’
[아시아엔=정용인 <주간경향> 기자] 11월 넷째주 시사주간지 리뷰입니다. 11월 13일 IS의 파리테러, 14일 민중총궐기 그리고 물대포 직사와 농민 백남기씨. 이번 주 시사주간지들의 핵심키워드입니다. ‘시사인’과 ‘주간조선’이 파리테러를, ‘한겨레21’이 민중총궐기가 남긴 숙제를 커버스토리 기사로 다뤘습니다. ‘주간경향’은 최경환의 귀환을, ‘주간동아’는 고교입시퍼즐, ‘시사저널’은 대한민국 대장암도 세계 1위를 표제 기사로 내놓고 있습니다만, 특히 IS의 파리테러 이슈를 비켜가진 않았습니다.
1. ‘한겨레21’의 표지이야기 기사 제목은 ‘형님 건배사는 지켜야 하지 않겄소’입니다. 농민 백남기씨. 백씨가 평소 좋아하던 말이 있다고 합니다. 술자리에서는 건배사로, 지인들과 헤어질 때는 인사말로 썼다고 합니다. 1.건강백세, 2.사업번창, 3.자손발복, 4.백년해로, 5.안심입명. 건강하게 살고, 하는 일 잘 이루고, 자손들 복되게 살고 부부간 의좋게 지내고, 편한이 이 세상을 떠나기를 빈 말입니다. 백씨는 1947년 전남 보성군 웅치면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경찰이었습니다. 가톨릭과 인연은 대학 때 유신철폐 시위를 주도한 뒤 수배, 1974년~75년 명동성당에 피신했다가 무기정학, 그후 1977년 인천 갈멜 수도원에서 3년 동안 수사 생활을 하면서 맺어졌습니다. 1980년 ‘서울의 봄’ 때 후배들은 복학한 그에게 부총학생회장직을 억지로 떠안겼습니다. 계엄군이 들이닥쳤지만 그는 피하지 않았습니다. 가톨릭농민회 일도 “서울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던 백남기라는 자가 지금 고향에 내려와 농사를 짓고 있다. 꼭 함께 농민운동을 해야 할 사람이다.”는 말을 들은 농민회 관계자가 그를 찾아가면서 하게 되었습니다. 당당하고 소신이 강한 태도는 아이들의 이름을 지을 때도 드러났다고 이 잡지는 전합니다. 87년 6월항쟁이 있기도 전에 첫째는 민중을 뜻하는 도라지(33), 둘째는 통일을 의미하는 두산(31), 셋째는 민주화를 염원하며 민주화(29)라고 지었습니다. 셋째 민주화씨의 절절한 글을 SNS를 통해 보신 분이 있을 겁니다. 다들 손을 저어 말렸는데, 백씨는 담담하게 “10년만 지나면 민주화라는 이름은 다 쓰는 이름이 될 거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백남기씨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2. 민중총궐기 행사와 관련, 눈에 띄는 글은 시사인 이숙이 편집장의 권두언, 편집국장 브리핑입니다. ‘꼭 청와대로 진격해야 했나’라는 제목의 이 글은 ‘공권력의 명백한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집회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공권력이 ‘토끼몰이’를 준비하고 있음이 명백한 상황이라면 ‘강 대 강’으로 부딪칠 게 아니라 이를 치밀하게 무력화할 방법을 모색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이 식용유까지 발라놨다는 차벽을 굳이 넘어 ‘청와대로 진격’해야 할 절박한 이유가 있었을까. 정작 대통령은 외국에 나가 있었는데 말이다. 게다가 더 큰 잘못은 여론을 오독한 데 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이들의 공감대가 가장 넓었던 주제는 무엇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였다.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내보이기 위해 아이들과 함께 나온 학부모나 청소년들은 시위대 뒤에서 겉돌다 자리를 뜨고 했다.” 차벽을 사이에 두고 공성전과 같은 집회형식이 과연 맞는 것인가라는 문제제기가 ‘ㅍㅍㅅㅅ’과 같은 매체를 통해 이미 제기된 바 있습니다. 한번쯤 고민해 봐야할 문제입니다.
3. 테러는 비대칭전략입니다. 전쟁은 국가만 감당할 수 있는 비싼 옵션입니다. ‘시사인’ 천관율 기자는 독일 정치학자 헤어프리트 뮌클러의 ‘새로운 전쟁’을 인용해, 전쟁이 값싸졌다고 지적합니다. 중화기 대신 AK47로, 징집 정규군 대신 자원 소년병으로, 군용 지프 대신 현대기아차 1톤 트럭으로 대체하는 전쟁이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블랙워터와 같은 용병기업의 출현, 전쟁의 민영화도 그런 흐름 중 하나입니다. 그 극단에 IS가 있다고 이 잡지는 진단합니다. “파리의 테러는 1세계로 흘러넘친 값싼 전쟁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과거 9.11테러가 미국 금융자본주의의 심장부 세계무역센터를 폭파하는 ‘상징성’을 보여준다면 2015년 파리 테러는 AK47을 든 빈민가 출신 테러범이, 별달리 큰 상징성도 없는 극장가에서 총을 난사했습니다. 상징성보다 철저하게 대량살상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소프트 타깃’ 테러인 것입니다.
4. IS는 왜 테러에 나설까요. 김영미 국제분쟁 전문기자는 ‘시사인’에 실린 글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테러의 목적은 ‘공포 확산’과 ‘존재감 과시’다. IS가 가지고 있는 군대와 무기로 전세계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하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하다. (…) IS와 같은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이 혐오하는 술집이나 전자기타 같은 ‘타락한 악기’를 사용하는 콘서트홀은 그들의 테러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또 ‘13일의 금요일’은 서구 사회의 미신을 조롱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이 모든 것이 IS의 선전전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다.” ‘주간경향’이 분석하고 있는 참수동영상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잔혹한 참수 영상 그들이 노리는 것은”) 사실 점점 더 스펙타클화하는 이런 영상에 대해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설혹 무슬림이라고 하더라도 ‘미친 짓’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주간경향’에 따르면 IS의 선전은 항상 ‘투트랙’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저런 영상과 함께 ‘따뜻하고 포근하고 친근한 내용을 담은 선전영상’도 있다고 합니다. 전투에서 질 때마다 ‘프로파간다로 패배를 보상하기 위해’ 잔혹영상을 발표한다고 이 잡지는 전하고 있습니다.
5. ‘최경환의 귀환’. 실세 부총리라는 별칭을 얻고 있는 최경환의 귀환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고 ‘주간경향’은 전합니다. 단지 개인의 귀환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 정확히 말하면 친박 세력의 재편과 관련이 있는 노림수라는 것이 이 잡지의 분석입니다. 박대통령이 ‘진실한 사람’을 언급한 이래, 여의도에서 유행한 진박(眞朴), 가박(假朴)이라는 분류의 진박에 해당하는 사람이 최경환이며, 그를 중심으로 친박이 재편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최 부총리는 어떻게 박근혜 정부의 실세가 되었을까요. 잡지의 분석에서 한 친박계 인사의 다음과 같은 말이 눈에 띕니다. “최부총리가 2007년 대선캠프의 상황실장일 당시 4인방(고 이춘상 보좌관 포함)과 함께 했고, 그때 이후 박 대통령을 돕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들과 가까운 거리에 있게 되었다.” 2005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유승민 전 원내 대표가 그때 함께 일했던 ‘문고리 3인방’을 몇 차례 비판한 것과 대조적이라는 것입니다. 친박 정권의 재장출과 수렴첨정을 위한 개헌, 과연 최근 친박의 움직임에는 그런 밑그림이 있는 걸까요.
6. 다른 표지기사도 보겠습니다. ‘시사저널’의 커버스토리 기사는 “대한민국이 또 하나의 불명예스런 기록을 갖게 됐다. 대장암 발생률 1위.”라는 말로 시작합니다. 사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닌데 왜 이 이야기로부터 시작했을까 근거를 찾아보니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최신자료를 보면 전 세계 184개국 가운데 한국의 대장암 발병인구가 10만명 당 45명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는 것입니다. 2012년 자료입니다. 2위는 슬로바키아로 42.7명이고, 3위는 헝가리(42.3명)입니다.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3위였는데, 1위가 되었다는 것이 이 잡지의 주장입니다. 이유는? 술, 붉은색 고기, 유전자 변형, 건강검진입니다. ‘삼겹살 구이에 소주’는 최악의 조합이라는 지적입니다. 붉은색 고기 섭취율이 과거에 비해 급속도로 늘어난 것도 한 이유로 꼽힙니다. 그런데 미국이나 영국 같은 고기를 많이 먹는 나라의 대장암 발병률이 한국보다 낮은 이유는 한국인이 대장암에 취약한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가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잡지가 마지막으로 드는 이유가 건강검진인데, 기사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는 한국이 대장암 발병률이 세계 1위가 된 것은 이것이 핵심적인 이유이기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시사저널’의 기획을 보면 “미국에서 대장 내시경 검사비가 약 200만원인데, 한국은 몇 만원 정도”라고 나오는데, 여기에 ‘힌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합니다. 이 부분을 좀 더 파고들어봤으면 하는 아쉬움이 개인적으로 남습니다.
7. IS의 파리테러와 같은 사건엔 아무래도 중동 문제를 오랫동안 들여다본 전문가들을 제대로 찾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앞의 김영미 기자나 ‘주간경향’에 기고한 하영식 분쟁전문 저널리스트와 같은 분들의 진가가 이런 국면을 통해 드러납니다. 이밖에 서정민, 이희수 같은 분들은 벌써 20년 가까이 중동문제 분석을 해오신 분들입니다. 일회적 사건 중심의 일간지보다 시사주간지에 실린 분석글이 ‘짧은 시간에 문제의 핵심과 주변부 에피소드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깊이 있는 통로로 유용한 부분입니다. ‘주간조선’의 커버를 쓴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의 분석 역시 수준급입니다. IS는 왜?라는 질문보다 이 사건이 향후 유럽정치를 어떤 방향으로 바꿀까를 분석한 글입니다. ‘주간조선’의 편집을 보면 눈에 띄는 것은 이 커버스토리와 바로 다음에 이어져 있는 포커스 ‘국정교과서 반대 세력의 뿌리와 가지’ 그리고 이어 붙어있는 권영해 대한민국건국회장 인터뷰 글이 모두 ‘외주’라는 것입니다. 국정교과서 ‘반대세력’을 분석한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의 글은 ‘조갑제 닷컴’과 같은 우파매체에서 애용하는 스토리텔링 형식입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 저자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 전국역사교사모임 등을 분석하면서 관련자들이 얽힌 주요공안사건을 나열하는 식입니다. 이를테면 얼마 전 작고한 김형근씨(한겨레21에서 김씨의 투병과 관련된 이야기를 다룬바 있습니다)는 “2005년 5월 전북 순창군에서 개최된 빨치산 추모제에 학생들 180명을 인솔해갔는데, 김형근씨도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원이다.”는 식의 빨간 칠을 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의 견강부회적인 접근을 ‘한국보수의 스타일’로 인정해야 할까요.
8. 일반 기사를 보겠습니다. “배우자 뒤 캐면 징역산다!” ‘주간동아’에 실린 기사입니다. 2월 간통제 위헌 판결 이후, 변호사 사무실이나 이혼컨설팅 업체, 법률구조기관, 이혼관련 상담소에는 배우자의 불륜증거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고심하는 사람들의 도움요청이 쏟아진다고 합니다. 배우자 휴대폰의 카톡 메시지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요. 법조 기자들의 이야기를 보면 실제로 광범위하게 증거자료로 제출되고 있다고 하는데, 이 잡지에 따르면 배우자의 사행활이 담긴 E메일, 휴대전화 메시지를 빼돌리면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해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고 합니다. 본인이 직접 증거를 수집하더라도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됩니다. 통화내용 도청, 메신저 대화내용 훔쳐보기 앱을 까는 경우 통비법 상 불법감청에 해당해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쳐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배우자의 주민번호를 몰래사용하면 주민등록법 위반이며, 내연녀(남) 집에 몰래 들어가면 주거침입죄에 해당합니다.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심부름센터를 통한 배우자 뒷조사 역시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잡지에 따르면 “최근 법원이 이혼 소송 과정에서 간통 현장 증거자료가 없어도 이혼사유가 되는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추세이니 위험을 무릅쓸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9. ‘반기문 대망론 2.0’. 참 말도 잘 만들어냅니다. 최근 반기문 방북설을 중심으로 다시 모락모락 피어나오고 있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반기문 카드는 여전히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치권에서 활용하기 좋은 카드입니다. 박근혜 정권 입장에서는 ‘김무성 대세론’을 견제하고 비박계 잠룡들을 사전에 견제할 수 있는 카드입니다. 게다가 아직까지 확실한 ‘당파성’이 없는 것도 이 카드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라고 ‘시사저널’은 전하고 있습니다. 반기문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쪽은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친박계와 야권 비주류인데, 야권 관계와 관련해서는 “작고한 성완종 전 의원이 1년 전에 야당 비주류에게 ‘반 총장을 대선 후보로 내는 것은 어떠냐’고 의사를 타진했다”는 ‘야권 사정에 밝은 정치권 인사’의 말을 잡지는 전합니다. 반기문 대망론은 언제까지 갈까요. “총선이 끝난 뒤에 더욱 거세질 것”으로 이 잡지는 전망합니다. 지난 2012년 대선과정에서 ‘안철수 현상’과 비슷한 상수가 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결국 반 총장 자신의 행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어차피 지금 나오는 말들은 다 주위에서 만들어내는 말이니까요. 2006년 12월, 유엔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난 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어쩔 수없이 주목을 받게 됩니다. 반 총장이 정말 대선에 뜻을 두고 있다면, 그의 데뷔는 최대한 늦출수록 이득이 됩니다. 버틸 수 있는 기한은? 안철수가 대선출마를 선언했던 9월이 마지노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그의 장고에 대한 ‘피로감’이라는 반대급부가 있겠지만요.
10. 곧 첫눈이 온다고 하죠? 날씨가 꽤 쌀쌀해졌습니다. 의미 있는 행사 하나가 열립니다. 2015 인권콘서트입니다. 올해의 주제는 ‘인권, 다시 희망을 노래하다’입니다. 아마 나이 있는 분들은 기억하실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 행사를 잇는 행사입니다. ‘양밤’은 2004년까지 진행되다가 인권콘서트로 이름을 바꿔 2년 진행된 뒤, 2006년 중단되었습니다. 지난해 이 행사는 다시 열리게 되었습니다. 원래 올해 행사는 인권운동가 박래군이 감옥에 계속 갇혀 있을 것을 예상하고 기획되었다고 합니다. 박래군씨는 지난 11월 2일 보석으로 석방되었지만 재판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요. ‘주간경향’에 실린 인권운동가들의 좌담을 통해 준비된 경위와 2015년 대한민국 인권현실의 일단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좌담은 박래군씨의 “누가 격려하겠어요. 아픈 사람들이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이죠.”라는 말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12월 1일, 그러니까 다음 주 화요일 오후 7시 30분에 이전에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이 열리던 장충체육관에서 ‘2015인권콘서트’가 열립니다. 티켓값은 2만원입니다. 좌담에 따르면 주최 측에서는 적자를 걱정하던데, 혹시 수익금이 생긴다면 전국의 인권현장 지원금으로 사용된다고 합니다. 다음의 인터파크 링크에서 예매가 가능합니다.
http://ticket.interpark.com/Ticket/Goods/GoodsInfo.asp?GoodsCode=15014050
※ 리뷰 글은 ‘주간경향’ 정용인 기자가 작성해 ‘주간경향’ 페이스북에 등록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