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시사주간지 리뷰 10월 둘째주] ‘반기문 대망론’ ‘김무성 흔들기 배후에 어른거리는 청와대 그림자’

[아시아엔=정용인 <주간경향> 기자] 10월 둘째 주입니다. 추석통합호로 한 주 쉬고 시사주간지들이 발매되었습니다. 사실, 이번 추석연휴는 화요일까지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취재할 시간이 부족합니다. 그러다보니, 각 시사주간지 권두에 외고가 배치된 것이 많이 눈에 띕니다. 주로 여론조사, 반기문대망론 등에 대한 기사입니다. 각 시사주간지들의 에이스급 기자들(?)의 기사가 눈에 상대적으로 덜 띕니다. 아마 다음 주, 그러니까 이번 주 탐사 취재결과를 들고 돌아오겠죠.

1. 추석연휴 기간 동안 빅 이슈는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시사주간지들 커버스토리 중 중복된 기사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주간조선>은 Who아인? 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영화 ‘베테랑’, ‘사도’의 주연을 맡은 유아인 스토리를 커버로 내세웠습니다. <시사저널>은 단독으로 정?관계 브로커 ‘황인자 리스트’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간동아>는 ‘有錢 생존, 無錢 사망’이라는 제목으로 초고가 신약 문제를 표지기사로 세웠습니다. <주간경향>은 형법의 제국이라는 제목으로 송사만능의 한국 사회상을 커버로 다뤘습니다. <시사인>은 ‘역주행을 막아라’라는 제목의 일본 현지 르포를, <한겨레21>은 ‘좁고 서럽고 냉혹한 길’이라는 제목으로 고졸공시 문제를 커버 기사로 냈습니다.

2. 그럼에도 거의 대부분의 매체가 다루고 있는 것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9.28 안심번호 도입을 통한 국민공천제 합의와 청와대의 비토 문제 기사입니다. 여기에 ‘반기문 대망론’도 각 매체들이 살펴보는 중심주제입니다. 눈에 띄는 것은 <시사저널>에 실린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의 기고입니다. 이 대표는 2014년 10월, 새누리당 친박의원들이 주도한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의 요청으로 발제를 한 적이 있는데, 그가 2017년 대선 지지도 판세를 분석하면서 ‘반기문 출마 가능성’을 중심주제로 삼았더니 친박계 의원들의 반응은 “그 주제로 더 이상 토론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고 합니다. 이 대표가 친박계 의원들에게 받은 인상은 ‘반기문 카드는 아껴 둬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 <주간조선>에 실린 정창열 기자의 칭다오 현지 취재가 눈에 띕니다. 중국 속설에, “태산에 올라가다 비를 맞으면 뜻을 이룬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이야기는 한국에서 DJ 이후부터 역대 대권후보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다고 합니다. 태산에 올랐으나 비를 못 맞은 역대 대권후보들(김중권, 손학규 등)은 “섭섭하시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국내 언론은 거의 주목하지 않았지만, 반 총장은 중국 전승절 행사 참여 다음 날, 반 총장은 태산에 올랐습니다. 이 잡지에는 중국의 SNS인 웨이보에 실린 반총장의 태산 사진이 실려 있는데, 우산을 쓰고 있습니다. 반 총장도 그 속설을 의식했을까요.

3. 잡지들을 보면 유독 ‘마약’에 대한 기획이 많습니다. 역시 <주간조선>과 <시사저널>에 실린 “한국은 더 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다….”는 식의 기획은 연말연시에 “올해는 특히 고아원을 찾는 발길이 적어 쓸쓸하다”는 식의 천편일률적인 보도입니다. 그런데 왜 이 시점에 마약 세태 기획이 나오고 있을까요. 명시적인 계기는 김무성 둘째 사위 마약 건이지만, ‘그 너머’를 각 주간지별로 한참 탐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이 리뷰를 보시는 분들은 대부분 알겠지만, 김무성 사위 뿐 아니라 그와 같이한 다른 주요인사에 대한 이야기가 이미 찌라시를 통해 유포가 되었죠. 특히 <시사저널>은 “‘김무성 흔들기’ 배후에 어른거리는 청와대 그림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서 이 건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식 건과 비슷하다는 지적을 ‘說’이 발전하는 과정을 세세히 짚으며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관련 보도를 한 교포인터넷 매체 <선데이저널> 캡처 화면을 보여주며 “<선데이저널>은 김무성 대표 사위 마약사건과 관련해 MB정권과의 관계를 거론하기도 했다”고 살짝 걸치고 들어갑니다. 아직까지 시사주간지들이 이 사안과 관련한 ‘말’은 아끼고 있는 형국입니다. 다음 주 이 사건과 관련한 공판이 있는데, 그 이후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올지 두고 봐야 할 듯싶습니다.

4. <시사인>의 커버스토리 기사는 “‘아베산성’앞 일본 시민 분투기”로 일본 국회의사당 앞에 ‘집단자위권 법안’ 통과 반대시위에 모인 시민들의 ‘시위’를 지상 중계한 것입니다. 이른바 ‘보통국가’ 드라이브를 거는 아베정권의 변신 모멘텀에, 반대하는 거리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한 기사로 나름 의의가 있지만, 사실 그동안 <주간조선>의 커버스토리를 비롯해 시사주간지들이 다뤄왔던 기사라 조금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번호 <시사인> 기획에서 눈에 띄는 것은 희대의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이 살아있을 가능성을 짚는 정희상 기자의 기사입니다. 2011년 12월 19일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는 조희팔과 관련, 검?경은 신경전을 벌여왔습니다. 조희팔 사건을 담당한 경찰 쪽 인사가 정윤회 외압 논란에 관련되어 구속된 박관천 경정이었습니다. 경찰의 사망발표에도 검찰은 계속 수사를 진행했는데, 경찰은 부장검사의 뇌물 수수를 밝혔고, 그의 구속과정에서 대검 중수부장과 검찰총장이 갈등을 벌인 끝에 총장은 낙마하고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건 피해자들의 진정으로 최근 수사는 재개되었고, 그 과정에서 조희팔의 사망이 ‘사전 기획된 위장 사망’이라는 주장이 새로 나왔다고 하네요. 조희팔은 중국의 한 노래방에서 ‘홍시’라는 노래를 부르다가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하는데, 그 아이디어는 조씨와 함께 밀항선을 탄 경남지역의 한 사찰 승려가 제공했다고 합니다. 이 승려는 또 무슨 인연으로 조씨와 이어졌는지도 궁금하군요.

5. <한겨레21>은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이 운영하는 인터넷매체 <단비뉴스>와 공동기획으로 고졸취업자, 무직자들의 취업 이야기를 커버스토리로 다루고 있습니다. 고졸자 공무원 시험반, 이른바 ‘고졸 공시’ 바람의 실태를 다루고 있는데, 2012년 288개 공공기관에서 2274명을 뽑았던 고졸 공채의 수치가 채용기관은 302개로 늘은 반면, 채용인원은 2014년 현재 1849명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기획의 제목은 ‘고졸지옥’에 부는 ‘고졸 공시’ 바람입니다. 다음에 게재되는 2회 기사에서는 ‘고졸존(zone)에 갇힌 고졸노동자’라는 제목으로 저임금?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신분제 사회처럼 차별받고 구별 받는 고졸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고 합니다. 전반적으로 기사는 충실한 취재와 다양한 통계자료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 기존 언론이 다루지 않았던 사각지대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커버스토리까지 올라올 만한 기사인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조금 고개가 갸우뚱거려집니다.

6. ‘형법의 제국’이라는 화두를 커버스토리로 내걸고 있는 <주간경향>의 문제의식은 ‘민사의 형사화’입니다. 원래 국가의 개입과 분쟁의 범죄화는 정치권력이 시민들을 겁줘 사회를 통제하려는 목적입니다. 예를 들어 파업권은 그 본래의 목적이 업무를 방해하는 것인데, 국가는 지금까지 형법 314조 1항 업무방해죄를 동원해 처벌해왔습니다. 소비자불매운동도 처벌대상입니다. 2008년 촛불시위 당시 조선, 중앙, 동아일보 광고주에게 광고를 중단하라는 운동을 벌인 국민캠페인 회원들에게 공갈 및 강요 혐의로 검찰이 기소해, 대법원에서 유죄를 받은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죠. 진실을 말했더라도 성립하는 명예훼손죄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사는 국가공권력의 비판에만 그치지 않고 국가형별권에 의존하려는 유혹에 빠지는 시민사회의 ‘모순’도 지적합니다. “특히 시민들이 사인 간의 분쟁에는 형별권이 개입해주기를 바라면서, 정치권력이 형별권을 동원해 국민을 억압하는 것만 반대하기 어렵다.” 국가형별권은 마지막의 마지막 수단이 되어야 하는데, 그 선이 어디인지, 국가의 한계가 어디인지는 그 사회 시민의 결단에 달려 있다라고 기사는 끝을 맺고 있습니다.

7. <시사저널>의 커버스토리를 볼까요. 박대통령 이종사촌 형부인 윤석민씨의 청탁비리 의혹 사건은 몇 개월 전 일간 신문에 조그마한 기사로 보도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이 전?현직 정권의 유력인사들이 연루된 ‘권력형 게이트’로 발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이 잡지는 전하고 있습니다. 핵심인물은 50대 중년 여성 브로커, 황인자씨입니다. 윤석민씨는 수배 중이던 황씨 사건을 무마해주는 조건으로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황씨가 돈을 건넨 인사는 윤씨만이 아닙니다. 이른바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핵심원로그룹으로 거론된 ‘7인회 멤버’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도 지난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금품을 수수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TK출신인 제갈경배 전 대전지방국세청장도 약 1억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황씨는 사기를 치는 과정에 여러 사람의 이름을 거론했는데, 위 두 사람 이외에도 김선동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 백용호 전 국세청장,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한동 전 국무총리,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입니다. 이들은 <시사저널> 취재에서 대부분 “황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답을 했다고 하는데, 구체적인 정황이 적힌 녹취록 및 접견록이 나와 있어 앞으로 이 리스트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것이 <시사저널>의 분석입니다.

8. <주간동아>의 초고가 신약 커버스토리 기사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2001년 글리벡 논란 때부터 익숙하게 반복되어온 이슈입니다. 이른바 ‘혁신적 신약’이라고 하는 약품들은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되지 못하면 천문학적 비용을 지출해야 합니다. <주간동아>가 ‘有錢 생존, 無錢 사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입니다. 글리벡 이후 글로벌 제약사들은 혁신적인 신약에 집중해왔는데, 적용환자가 많지 않더라도 목숨이 달려 있기 때문에 고가를 받더라도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노린 것이겠지요. 문제는 정부입니다. WTO 협정 부속서에도 약값을 안 내리면 ‘강제실시’라는 약을 제조하는 규정이 있고, 또 여러 나라가 활용해 약값을 내린 경우가 있지만 한국정부는 잘 활용하지 않는다고 잡지는 전하고 있습니다.
<주간동아> 이번 호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커버스토리 기사보다 지난 9월 23일 국방부에서 열린 8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에 미국 측 인사로 참여한 에이브러햄 덴마크 국방부 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에 대한 인물 기사입니다. 평소 추신수의 팬이라고 밝히며 한국통임을 과시하는 그는 정책에 들어가면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데, 그가 한국 측에도 알려지게 된 것은 2010년 국무부 용역을 받아 작성한 전작권 보고서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이른바 북한의 도발에 대한 선제적 대응(능동적 대응)에 대해 비판적인 인식을 보여주는 그의 보고서는 한국의 독자적 대응능력보다는 한미일 동맹, 더 나아가 MD의 참여라는 시각을 갖고 있는데, “점점 높아지고 있는 그의 위상이나 실력이 우리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이 잡지는 결론내리고 있습니다.

9. <주간경향>에 실린 탐사취재 기사를 하나 보겠습니다. 자활용사촌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1급 상이군경 20여명 이상이 한 마을에 거주하면 국가보훈처가 지정해주는 단체입니다. 관련법에 의해서 국가는 이들이 생산한 물품을 의무적으로, 우선적으로 사주게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팔 다리 성치 않으신 분들이 직접 공장에 취직해 물건을 생산하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런 조건을 이용해 민간인들이 이들의 이름만 빌려 사업을 하는, 이른바 대명(貸名) 사업이 활개를 치고 있다고 합니다. <주간경향>의 보도에 따르면 대부분의 용사촌 생산물품이 예외가 아니라고 하는데요, 이 잡지가 파헤친 보은 용사촌의 경우 군장병이 먹는 햄 슬라이스, 치킨너겟과 같은 육가공품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업의 경우도 용사촌 전임 집행부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은 민간인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정작 혜택을 받아야할 용사촌 사람들은 월 백만원씩 받는 게 전부인 반면, 복잡한 매매 임대차 거래, 용사촌 공장의 중요 결정에 그의 이름은 반복적으로 등장합니다.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국가보훈처, 방위사업청 담당 관계자는 어찌된 일인지 그 이름을 처음 들어봤다거나, 내부 사정이라 잘 모르는 일이라고 답하는 군요. 무기 뿐 아니라 장병 먹거리까지 뻗힌 고질적인 군납비리의 실상, 이제는 근절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10. 권두언을 통해 ‘좋은 뉴스란 무엇인가’를 다룬 <한겨레21> 안수찬 편집장의 화두는 이번 주에도 계속됩니다. 이번에는 아예 표까지 등장하네요. ‘뉴스 수용자’와 ‘뉴스냉담자’로 나눠, 각각이 관심을 갖는 정보에 대해 나열하고 있습니다. 뉴스냉담자는 오락-문화-건강-지식을 ‘정보’라고 판단하는데, 이들은 뉴스를 소비하지도 않고 잘 살아간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반면, 뉴스수용자들 중 ‘이익이 되는 뉴스’가 진짜뉴스라고 생각하는 이들, 주로 경제매체 뉴스 소비자들은 좋은 뉴스가 나오는 좋은 언론의 탄생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안 편집장은 보고 있습니다. 정치뉴스도 마찬가지인데, 이를 소비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뉴스입니다. 적대적 매체지각을 통해 기성언론 대부분을 냉소한 뒤 성향에 맞는 특정매체에만 몰두한다는 것이죠. 그러니 결국 ‘좋은 언론’의 자리는 좁을 수밖에 없다는 절망을 그는 토로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주간조선>의 편집장이 바뀌었습니다. 조성관 편집위원이 9월 21일 자로 새로 편집장이 되었습니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대학구조조정평가에 대한 단독기사의 수원대 관련 부분이 문제가 되어 홈페이지에서도 내리는 등의 일이 있었고, 그 책임으로 경질되었다고 하는데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습니다. 신임 조 편집장의 글을 보니 이런 글로 마무리가 되어 있네요. ‘대한민국에 감사하는 잡지, 대한민국을 긍정하는 잡지, 대한민국을 지속가능하게 하는 잡지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긍정과 감사라는 표현에서 언뜻 보수적 성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리뷰 글은 <주간경향> 정용인 기자가 작성해 <주간경향> 페이스북에 등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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