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시사주간지 리뷰 10월 셋째주] ‘국정교과서’ ‘폭스바겐 스캔들’ ‘황인자 리스트’ 핫이슈

[아시아엔=정용인 <주간경향> 기자] 10월 셋째 주 시사주간지 리뷰입니다. 이번 주 초,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이슈가 불거졌습니다. 대부분 시사주간지가 이번 주 이 논란이 벌어질 것을 예상하고 기사를 썼습니다만 ‘한 주를 넘어 10일 동안 유통되어야 할 기사’를 고민해야 하는 시사주간지의 입장에서는 진행상황을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겠죠. 이번 주 커버스토리에서 이 이슈와 연관된 이슈를 다룬 매체는 <주간조선> 하나입니다. “교과서엔 정주영이 없다”는 제목으로 기존 역사교과서에서 ‘한국의 산업화 세력’이 부당대우를 받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아래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폭스바겐 발 ‘디젤게이트’와 연관된 이슈를 다룬 잡지는 ‘폭풍전야 한국 車’라는 커버스토리를 낸 <주간동아>와 ‘전기차, 길을 묻다’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를 다룬 <주간경향>, 2개 매체입니다.

1. 커버스토리를 중심으로 하나씩 다뤄보겠습니다. 먼저 <한겨레21>입니다. 표지부터 제2차세계대전 프로파간다 ‘삘’이 나는 삽화입니다. 민짜 무늬 구 전투복을 입은 주인공은, M1 또는 칼빈 쯤으로 보이는 소총에 태극기를 매달고 있군요. 누굴까요.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입니다. ‘뼛속까지 애국주의자’라는 제목을 단 커버 기사는 그의 짧은 일대기입니다. 화공과 출신으로 모교(서울대) 교수를 원했던 그는 대학 3학년 때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군에 입대합니다. 광주 포병학교 시절, 군복무를 하면서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을 읽고, 사시를 보는 것을 결심합니다. 시험 준비 2년만인 1976년 사법시험 합격. 공안이론가로서 검찰 공직은 2006년 1월에 떠납니다. 이 시점부터 소위 ‘애국진영’의 단골 연사가 됩니다. 그의 ‘종북,좌파세력 척결’ 주장의 대상엔 故노무현 대통령이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포함됩니다. 대검공안기획관이었던 시절, 그가 주도해 설립한 민주이념연구소는 신문기사, 시민단체, 학생운동권의 유인물, 학위논문, 도서출판물의 이적성 여부를 판단하는 활동을 하는데, 이장희 교수의 <나는야, 통일1세대> 국보법 위반 사건 당시 감정을 맡은 이가 고영주였습니다. 이 교수의 책은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이적표현물이 아니다”는 판단을 받죠. 연구소는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인 신경림?고은의 글이 이념적으로 문제가 있기때문에 빼라고 했다고 합니다. 당시 검찰에서 문제 삼은 신경림 시인의 시는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로 시작하는 ‘가난한 사랑 노래’라고 이 잡지는 전합니다. 유신 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1990년대 후반 이야기입니다.

2. 이전에 이 리뷰에서 고영주 이사장이 한겨레21의 정은주 기자를 고소했다는 이야기를 전한 적이 있죠. 정은주 기자는 지난 국감에서 이를 둘러싼 국회의원과 고이사장의 설전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고 이사장이 정 기자를 고소한 것은 고 이사장이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의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분쟁사학의 소송을 대리했다는 언급 때문이었습니다. 윤리적으로도 문제있지만 법위반이죠. 이번 국감에서 송호창 의원은 당시 사분위 회의록을 제시하며 논란이 된 분쟁사학과 관련한 고 이사장의 발언을 제시하는데 그가 내놓는 답은 우리로서는 어디선가 많이 들었던 답입니다. “기억 안난다.”
다시 국감에서 “문재인 대표를 공산주의자라고 말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공산주의자’라고 말한 게 아니고 ‘공산주의자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한 것”이라고 답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구체적 사실의 적시’냐 ‘단순한 의견표명’이냐는 명예훼손 사건에서 항상 쟁점이 되는 부분인데, 율사 출신인 고 이사장은 이것이 법정에서 문제가 될 경우 “단순한 의견표명에 불과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정 기자의 기사는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객관적 근거로 진실을 보도하는 행위는 단죄하려 들면서, 근거 없는 낙인찍기는 면죄 받고자 하는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3. ‘반기문 대망론’은 여전히 논란 중입니다. 지난 주 리뷰에서 <주간조선>이 보도한 반기문 우중(雨中) 태산 등반 기사를 소개했는데, 이번 주는 <시사저널>이 커버스토리로 친박 주도의 반기문 대망론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잡지의 보도에 따르면 벌써부터 친박 핵심들의 충청권 관리가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구 ‘자민련’ 세력의 재집결인데, 이들의 움직임과 별도로 충남 청양 출신인 윤상현 특보 뿐 아니라, 친박핵심 홍문종 의원 등이 명절이나 중요한 날 충청권 인사들에게 연락을 하는 등 관리하고 있다는 한 지역정가 인사의 증언을 전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역시 충남 천안 출신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의원과 “반 총장이 가까운 사이”라는 이야기가 정가에는 돌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잡지는 그의 동생 반기상씨가 7년간 상임고문으로 재직했던 故 성완종 회장의 경남기업 관련으로 이미지 타격을 이미 입었고, 또 조카 반주현씨의 베트남 랜드마크 72빌딩 매각 사기 의혹 등의 아킬레스건도 있다는 부정적인 평가도 같이 내놓고 있습니다.

4. “빨갱이요? 이 동네에서는 웃지요”라는 제목으로 커버스토리를 올린 <시사인>의 표지만 놓고 보면 어디를 이야기하는 걸까 궁금했는데, 인천 남동구 논현동의 한 임대아파트 단지라고 합니다. 이곳 상점에는 ‘인조고기밥’, ‘두부밥’ 등 북한 음식을 파는 식당이 있다고 하는데,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동네라고 합니다. <시사인> 김은지 기자는 이 동네를 한달동안 드나들면서 취재한 결과물을 내놓았습니다. 문화인류학, 북한학, 사회학연구자들도 이 동네를 주목했던 모양입니다. 임대아파트라, 기초수급권자 등 가난한 사람들이 많은데 ‘탈북자들이 혜택을 많이 받아 자신의 몫이 줄어든다’는 부정적인 정서도 있다고 합니다. 탈북자들에게는 분리수거 개념이 없어 아파트 복도에 쓰레기를 쌓아 논다던가 하는 일이나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리는 문제 등 부적응 사례도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탈북자라는 범주로 뭉뚱그리기 전에 그들은 이미 남한을 선택한 사람들이고, 각자가 개성을 가진 개인이라는 것이 서로 간 이해에서 선행해야할 점이라고 기사는 역설하고 있습니다.

5. 폭스바겐 게이트를 두고 <주간경향>과 <주간동아>가 각각 대안모색과 한국 차의 현실을 다루는 커버스토리를 냈습니다. <주간경향>은 2030년까지 “100% 전기차를 달성 하겠다”는 제주현지 르포를 통해 한국의 전기 차 현실을 다루고 있습니다.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바람으로 달리는 차’를 실현하겠다고 하지만, 제주도를 넘어서 전국 지자체에 퍼지는 것은 요원한 일이라고 이 잡지는 전합니다. 기름을 때는 차에 비해 ‘탄소배출 제로’로 친환경성을 강조하지만 결국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의 한국현실을 봤을 때 원전을 늘리거나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를 땔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주간동아>는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폭스바겐 측이 천문학적 타격은 피할 수 없게 되었는데 한국 자동차 업계, 구체적으로 현대?기아차가 그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현대차도 이미 지난해 ‘연비과장’으로 미국정부에서 약 3억 달러(3000억원)의 벌금을 내기로 미환경보호국과 합의한 전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현기차도 국내에서 이미 디젤배출가스 조작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습니다. 더 어두운 것은 국제시장 환경입니다. 현대차는 미국시장에서 디젤 차량을 판매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미국에서 현대차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은 없지만, 디젤 차량이 신규 자동차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럽에서 규제가 강화되면서 진출가망성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이 잡지는 전합니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미국에서 뺨맞은 독일이 한국에게 화풀이하는 촌극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하네요.

6. 전기차 관련 기획을 하나 더 보겠습니다. <주간경향>의 보도입니다. 9월 29일, 미국에선 테슬라가 전기차 SUV인 모델X를 발표했습니다. 대당 가격이 1억5500만원에 이르기 때문에 아직까지 포르쉐, 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 또는 럭셔리카 시장을 겨냥한 것이지만, 이번 테슬라의 발표가 놀라운 것은 그동안 전기차의 전형적인 이미지였던 전기차=저속차량이라던가, 배터리 문제 등을 다 털어내 버렸다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주목되는 것은 테슬라를 이끌고 있는 엘론 머스크의 야심입니다. 2020년까지 50만대의 대중차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전기충전도 전 세계에 충전소 망을 깔아 태양광등을 통해 무료로 가능하게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무료로 충전이 가능합니다) 9월 29일 그의 프리젠테이션은 2007년의 일을 떠올리게 합니다. 바로 아이폰을 공개한 스티브잡스의 프리젠테이션이었죠. 스티브잡스는 ‘퐌~타스틱’ ‘어썸(awesome)’ 등의 단어를 남발하며 애플의 신제품을 자랑했지만 당시 기존 피쳐폰 업계의 주역이었던 삼성이나 LG는 코웃음 쳤죠. ‘저거 다 우리가 전에 시도해봤던 것들’이라는 식의 반응이었습니다. 아이폰 이전에도 스마트폰은 있었지만, 스마트폰을 재정의하고, 새로운 시장을 열어낸 것이 애플이었다는 것은 지금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합니다. 새로운 시장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노키아나 모토롤라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요. 그렇다면 지금 전기차는 어떨까요. 혹시 이번 엘론 머스크의 프리젠테이션이 또 하나의 분기점이 아닐까요. 아이폰은 미국에서 출시되고도 한동안 한국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그 상황이 전기차 쪽에서도 비슷하게 재현된다면 더 최악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 전문가는 <주간경향>의 보도에서 말합니다. 한국은 현대?기아차의 사실상 독점 시장이니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7. 앞서 국정교과서 논란과 관련된 기획을 내놓은 매체는 <주간조선>이라는 것을 밝힌 바 있습니다. 지난 주 ‘편집자의 말’을 통해 밝힌 <주간조선>의 편집방침이 “대한민국을 긍정한다”는 것에서 앞으로 보수색채를 더 뚜렷이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해석을 내놨는데, 이번 호를 보면 확실히 그렇습니다. 올해 11월 25일이 되면 아산, 그러니까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데, 과거 외지 등에서 한국경제를 일으키는데서 그의 탁월한 리더십을 칭송하는 기사를 내보냈는데 비해 한국사 교과서에는 정주영이나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의 업적은 폄훼하거나 부정적으로 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이병철이나 정주영 사진이 실려 있는 교과서는 삼화출판사 교과서가 유일하며, 반면 노동운동가 전태일은 모든 교과서가 싣고 있다고 전합니다. <주간조선>의 보도는 그동안 “교과서에 경제발전에 기여한 주요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해온 전경련이나 산하 기관인 자유기업원의 주장을 인용하고 있는데, 모든 교과서의 기술방식인 긍정평가와 부정평가를 같이 기술한 부분 중 비판평가 부분만 떼어 그 부분에만 확대경을 들이대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 커버스토리 기획에 서브로 붙은 ‘왜 지금 아산인가’라는 김진 울산대 철학과 교수의 글이나 소설가 고정일씨의 정주영 평전입니다.
김진 교수는 글에서 “아산은 에른스트 블로흐의 희망철학이나 빅토르 프랑클의 로고테라피(의미치료)를 배우거나 공부하지 않았음에도 그들과 유사한 철학적 사유세계를 향유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역사철학자 블로흐와 정주영이 도대체 어떻게 유사한 ‘철학적 사유’를 하는지 근거를 김 교수는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좌우명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게 도대체 말인지 방구인지(너무 심한 평가인가요?). 고정일 소설가는 경부고속도로 이야기를 하면서 “야당 대표인 김대중, 김영삼은 결사반대에 나서서 양재공사판에 이불 깔고 드러눕기까지 했다”고 적고 있습니다. 저도 2010년쯤에 이 ‘괴담’을 취재해본 적이 있습니다만, “두 전직대통령이 과거 야당지도부 시절 경부고속도로 공사에 반대 연좌 내지는 연와시위를 했다”는 검증되지 않은 인터넷괴담을 지면에 그대로 쓰고 있습니다. 제가 취재할 당시에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팩트는 찾을 수 없으나, 고 소설가가 가지고 있는 근거가 혹 있을지도 모르므로 고정일 소설가에게 확인을 거친 뒤 이 부분은 다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8. 이전에도 한번 언급한 적이 있지만 <주간조선>의 기사 중 가장 유심히 봤던 기사는 신복룡 교수의 ‘인물로 본 해방정국의 풍경’ 기획입니다. 이번에 다루고 있는 것은 여수?순천 사건인데, 그 스스로 신당동 이발사로부터 들었던 “이발사의 아버지가 학살당한 이야기”부터 가슴 아픈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당시에 학살당한 사람들 중에 좌우를 막론하고 이념적으로 철두철미했던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여순반란사건 당시 여수를 점령한 반란군은 경찰관, 관리, 지방우익인사, CIC첩보원들을 인민재판으로 회부했고, 벌교에서는 67명을 처형했습니다. 피의 보복이 이어졌습니다. 세칭 백두산호랑이라는 별명을 자랑스러워했던 전직 관동군 헌병 출신인 김종원은 여수 시민들을 공설운동장에 집합시키고, 영문도 모르는 시민들을 팬티만 입힌 상태에서 총살시키거나 철사로 손가락을 묶어 오동도 앞바다로 밀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차고 있던 일본도로 직접 피의자의 목을 베고 한 자리에서 7~8명을 처형하기도 했습니다. 물 빠진 군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처형된 사람도 있고, 목포, 해남, 완도, 진도에서는 양민들이 바다에 실려가 돌에 매달린 채 수장되기도 했습니다. 여순사건이 공산주의자의 사주에 의한 것은 틀림없으나 국가 전복을 시도할 수 있는 능력도 없었고, 5400명의 학살자의 대부분은 억울한 사람들이었다고 신 교수는 말하고 있습니다.

9. <경향신문>을 비롯한 일간 신문도 보도하기 시작한 ‘황인자 리스트’관련 <시사저널>의 보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리스트에 오른 유력인사가 더 있는데, <시사저널>은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요약하고 있습니다. “현역 국회의원 2명, MB정권 실세 2명, 경찰 고위 간부 1명 수사선상 올라” MB정권 실세 2명에 대해 <시사저널>은 이니셜로 처리하고 있는 데, “이미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적이 있는 MB정권 실세 L씨와 P씨 등 두 명이 황씨 측에 저축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데 도움을 주고 거액의 사례금을 챙겼다는 의혹”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충 누군지 짐작가시죠? 현직 국회의원은 새누리당 소속 K의원과 L의원입니다. 경찰 고위간부의 이니셜은 K입니다. 참고로 지금까지 언급된 사람들의 이름은 ‘7인회 멤버’ 현경대, 윤석민, 제갈경배 등입니다. 일간 신문들도 취재 및 보도에 뛰어들었으니, 이 리스트와 관련된 의혹은 앞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10. 리뷰 마무리를 어떤 기사로 할까 고민하다 꼽은 기사는 <한겨레21>의 중산층 특집 기사입니다. 제목은 “‘노오력’해도 닿지 않는 ‘중간계급’”입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팀이 2000년에서 2014년까지의 한국노동패널 자료를 분석해 중간계급 세대 간 이동경로를 분석했는데, 부모와 자녀세대가 모두 중간계급을 유지한 확률은 10.5%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지난 15년 간, 부모가 중간계급인 상태에서 자녀도 중간계급에 머무른 경우는 10명 중 1명이 불과했다는 것입니다. 또 중간계급이었던 부모가 자영업자나 노동자계급, 실업상태 등으로 떨어져 나간 뒤에도 그 자녀가 중간계급의 삶을 누리고 있는 비율은 48.1%였는데, 2000년 중간계급이었던 사람이 15년 뒤 중간계급을 유지한 비율(53.4%)보다 낮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자기 자신이 중간계급을 유지하기보다, 자녀가 중간계급이 될 확률이 더 낮다는 것이 신 교수팀의 분석결과입니다. 한국사회에서 기초적인 기회는 교육을 통해 형성되는데, 이 문조차 닫히고 있습니다. 기사가 인용하는 동그라미재단의 2015년 9월 ‘기회균등지수연구’ 자료에 따르면 소위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진학할 확률과 가계 소득수준의 상관성을 살펴보니, 소득상위 10%의 자녀들이 하위 10%보다 5배 높은 진학률을 나타냈다고 합니다. <한겨레21>이 이런 한국중산층의 현실을 두고 붙인 이름이 ‘모래시계 중산층’입니다. 고현정?최민수 주연의 TV드라마 덕분에 ‘모래시계’는 ‘386’이라는 개념과 함께 60년대 베이비부머세대를 상징하는 이름으로 한때 경쟁하는 관계였죠. 모래시계라는 말이 ‘몰락중인 한국 중산층’을 상징하는 말이 될지는 몰랐습니다.

※ 리뷰 글은 <주간경향> 정용인 기자가 작성해 <주간경향> 페이스북에 등록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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