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농협중앙회장 선거 판세는?···김병원·이성호·최덕규 3파전 속 비영남후보 당선 ‘초미 관심’
[아시아엔=이주형 기자] 전국의 농민회원 234만명을 대표하는 ‘농민대통령’을 뽑는 차기 농협중앙회장이 12일 대의원 조합장들의 투표로 선출된다.
이날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열리는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에는 모두 6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후보자는 기호순으로 이성희(67) 낙생농협 조합장(전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 최덕규(66) 합천가야농협조합장, 하규호(58) 경북농업경영인조합장협의회장(김천 직지농협조합장), 박준식(76) 농협중앙회 상생협력위원회 위원장(서울 관악농협조합장), 김순재(51) 전 창원 동읍농협조합장, 김병원(63) 남평농협조합장(전 농협양곡 대표) 등이다.
출신 지역별로는 △영남 3명(최덕규·하규호·김순재) △서울·경기 2명(박준식·이성희) △호남 1명(김병원) 등이다.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2009년부터 대의원 간선제로 치러지며 임기는 4년이다.
조합원 234만여명이 선출한 조합장 1142명 가운데 다시 뽑힌 대의원 291명과 농협중앙회장 등 모두 292명이 차기 농협중앙회장을 뽑는다. 선거인은 선거 당일 투표장인 서울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후보자의 소견 발표를 듣고 투표한다.
역대 선출직 회장은 △영남 2명(정대근·최원병) △충남 1명(원철희) △강원 1명(한호선) 등으로, 이번에 어느 지역 후보가 당선될지도 관심거리다.
농협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가 이성희·최덕규·김병원 후보의 3파전 구도라고 관측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이들 세 후보가 상위권에 올라있다.
이성희 후보는 낙생농협조합장 3선과 중앙회 감사위원장 7년을 지냈으며, 최덕규 후보는 중앙회 이사 3선과 합천가야농협 조합장 7선, 김병원 후보는 남평농협조합장 3선과 농협양곡 대표를?역임했다.
이들 후보들은 각기 자신의 공약을 내걸고 표심을 파고 들고 있지만 △농협중앙회 개혁 △조합장 권한과 위상 강화 △조합지원 확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직선제 전환 등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부 조합장들 사이에서는 “차기 중앙회장은 非(비)영남 출신이 당선되어야 지역적으로 회장을 순차적으로 맡아 농협 지도부가 전국을 포괄하며 실질적인 농민 및 농촌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논리와 주장이 대의원들에게 받아들여질 경우 비영남 출신으로 3강 대열에 올라선 김병원, 이성희 후보가 관심을 끌고 있다.
김병원 후보는 나주 남평조합장을 3번 역임하고 농협중앙회 이사와 계열사인 농협무역, 농협양곡유통 CEO를 역임했다. 농협 사정에 밝은 인사는 “김병원 후보는 조합장 업무뿐 아니라 농협 계열사 전문경영인을 거친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김 후보는 이번이 세 번째 도전으로 8년전 첫 출마 때 1차투표에서 1위를 했으나 2위로 올라온 최원병 회장에게 결선에서 역전패를 당했다”며 “4년 전에는 현역 회장을 상대로 33%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조합장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운 편”이라고 했다.
경기도 출신 이성희 후보 역시 그동안 수도권 출신 농협 회장이 없었던 점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나 최원병 회장이 8년간 장기 집권하는 동안 농협 감사위원장을 7년간 맡았던 점은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최원병 회장이 검찰수사를 받아 최 회장이 조합장을 지낸 경북 안강조합 임원이 수뢰혐의로 구속되는 등 논란이 커지자, 농협중앙회 노조는 “중앙회장이 감사위원장을 지명하는 현행 제도로는 감사가 농협 회장을 제대로 견제할 수 없다”며 반대의견을 낸 것 역시 이 후보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하지만 최원병 회장 체제의 중심인물로 주류측 후보로 농협 업무의 연속성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는 분석도 있다.
합천 가야농협조합장 최덕규 후보는 2007년 대선때는 박근혜 한나라당 경선 후보 지지 포럼에서 활동했으며, 2012년엔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 영남지역 농축산본부장을 맡았다. 그는 농협 중앙회 이사를 3번 역임하고?가야농협을 모범농협으로 만들었다는 점을 들어 득표활동을 펴고 있다. 하지만 경쟁후보들이 중앙회 간부(감사위원장), 농업계열사 대표(농협양곡)를 역임한 것에 비해 중앙회 경험이 부족하고 농민 선거에 정치권을 끌어들이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역대 선출직 회장은 △1대 한호선(강원) △2대 원철희(충남) △3대 정대근(경남) △4대 최원병 현 회장(경북) 등 4명이다. 회원조합 숫자가 영남 다음으로 많은 호남이나 수도권 지역에서는?회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비영남 출신 조합장들은 “경북출신 최원병 회장이 농협 조직을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로 분리하고, 1200여명의 전국 조합장들에 의한 직선제에서 3백명 미만의 대의원 조합장들로 투표제로 바꾸는 동시에 임기를 ‘4년 단임제’로 줄인 것은 전국 각지에서 순차적으로 농협회장을 맡도록 하겠다는 일종의 ‘지역순환 책임제’를 실시하자는 취지였다”고 말한다.
직선제와 연임제 탓에 농협중앙회장에 과도한 권한이 쏠리고 선거가 과열된다는 지적에 따라 선거운동도 선거공보 발송과 전화·인터넷 등으로 제한된다. 공직 선거와 달리 후보자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한편 34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는 농협중앙회장선거 후보자를 대상으로 정책선거를 위한 매니페스토 운동을 하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조합장, 조합원, 직원 등 농협 구성원과 일반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24대 공약권고안을 마련해 이를 후보 6명에게 전달했다.
권고한 공약 내용은 △회원조합과 조합원 권한 강화 △회원조합 지원을 통한 조합원 소득증대 △상호금융 활성화와 조합원 대출금리 인하 △교육지도사업 강화 △사업구조개편 재추진 △선거제도 개선 등이다.
운동본부에 따르면 공약권고안에 대해 김병원·김순재 후보는 전체적으로 동의 의사를, 박준식·이성희 후보는 부분적으로 동의 의사를 각각 밝혔다. 최덕규·하규호 후보는 동의 여부를 응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