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사태’, 시진핑 청말 ‘태평천국의 난’ 교훈 삼아야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에드가 스노가 <중국의 붉은 별>을 써서 중국공산당을 소개한 것이 1936년, 연안 시절 중국공산당은 일종의 이상국가를 꿈꾸고 있었다.‘3항주의’ ‘8대규율’을 엄수하는 8로군은 국민당 군대와는 달랐다. 조선의용대 출신 가운데 연안으로 건너간 김두봉, 무정, 최창익 등은 중공의 이런 당풍을 이어 받았다. 조선인민군에 투입된 중공군 출신 장병들은 최정예였다.
6사단장 방호산은 인민군이 궤주할 때 유일하게 건제를 유지한 가운데 후퇴하여 2중 영웅칭호를 받았는데 병사들과 고난을 같이 하는 장병일치將兵一致의 모범이었다.
중공과 북한에서 혁명원로를 대우하는 전통은 남다르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것은 우생학적으로 보나 경험적으로 보나 맞다. 공산당이 출신 성분을 중시하는 것이나 봉건시대 혈통을 중시하는 것은 다 일리가 있다.
중국에서 태자당이 권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일성의 사전왕四天王 중 하나인 최현은 미국 8군과 10군단의 후방에 남아 제2전선을 형성하였는데 중공군 개입 후 후퇴하는 국군과 유엔군을 궤란潰亂시켰다. 그 아들 최룡해가 북한 군부의 최고 실력자로 등장한 것은 이런 내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붉은 귀족이 노블레즈 오블리즈를 실천하여야 한다는 것을 망각하고 권력을 농단하면서, 더구나 부패하다면 설 자리가 없다. 몇 년 전 중국 실력자였던 보시라이의 측근이 미국 총영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요청했다가 끌려 나온 것은 상상도 할 수도 없는 추태다. 더욱이 보시라이의 처 구카이라이가 거액의 외화를 영국인을 시켜 빼돌리다가 살해되었다는 것은 필리핀 마르코스와 이멜다, 베트남의 고 딘 디엠과 마담 고 딘 누를 연상케 한다.
이는 또 장개석蔣介石, 송자문宋子文, 공상희孔祥熙, 진립부陳立夫 등 중국의 4대 가족이 대륙을 잃고 대만으로 쫓겨갈 때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
일당독재가 자정 능력을 재대로 발휘하지 못하면 이렇게 된다. 태자당이니 공청단, 상해방이니 하면서 권력을 과점寡占 하다보니 이런 폐해가 생기는 것이다. 13억의 중국을 통치하는데 서구식 민주주의를 그대로 본뜰 필요는 없다는 것이 중국식 사회주의를 변호하는 근거였다.
그러나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것은 일종의 법칙(law)이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이런 위험에 빠진다. 그러므로 민주정치가 최선이 아니라, 차악이기 때문에 선택한다는 보수적 지혜가 설득력을 가진다.
우한폐렴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에서 당 간부의 부패 척결과 정치 민주화를 요구하는 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높아질 것이다. 또 이들 요구에 대해서 정부의 대응도 거세질 것이다. 더불어 민족 분규도 격렬해지면 탄압도 과격해질 것이며, 이는 피를 부르는 악순환이 일어나 일시 계엄령이 발동되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한국, 필리핀, 미얀마와 같이 민주화의 진통이 중국에서 일어나면 소강小康이 아니라 천하대란天下大亂이 일어날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일명 우한폐렴이 기승이다. 2월 9일 현재 사망자가 811명, 확진자도 3만7198명이다. 시진핑 정권이 흔들리고 있다. 청말 홍수전洪秀全의 태평천국의 난이 이렇게 일어났다.
권력자가 위험은 피하면서 국민을 기망欺罔하는 것은 가장 큰 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