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철 가볼만한 곳] 남도기행···강진·영암·보길도·진도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전남 강진은 영랑 김윤식이 태어난 곳이다. 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청년들이 대표적으로 애송하는 시다. 참으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는데 이를 영랑의 독립운동의 맥락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주권을 잃어 온갖 고난이 있어도 말과 글이 살아있으면 언젠가는 독립이 된다.
강진에는 정약용의 다산초당이 있다. 세종대왕이 아우렐리우스에 비견되는 철인왕이라고 하면 정약용은 아리스토텔레스나 토마스 아퀴나스에 견줄 만한 대학자다. 그가 지은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 등 5백권은 조선 후기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친다. 조선의 유배는 시련을 통해 오히려 선비의 내면을 굳히고 넓히는 독특한 제도였다.
강진의 병영은 물산이 모이던 곳으로 개성상인과 같이 소문이 났다. 병영은 조선 초기 전라도와 제주도의 53주 6진을 총지휘하던 병마절제사가 있던 곳으로 순천의 낙안읍성과 같은 병영읍성이 있는데 충청도의 해미읍성과 함께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마량항은 제주도로 가는 뱃길이 있던 곳으로 경상도의 남해와 같은 미항이다. 인근한 해남의 땅끝이라는 지명은 육지에서 제주도를 바라보는 의식을 드러낸다.
영암은 백제의 왕인 박사가 태어난 곳이다. 왕인은 일본에 한자를 전했다. 노리사치계는 384년 일본에 불교를 전했다. 모두 문화의 원초를 전한 것이다. 일본은 이러한 사실을 밝히지 않고 꼭 중국문화가 한반도를 거쳐 들어왔다고 한다. 이런 협량으로는 진정한 한일친선은 가망이 없다.
독도문제, 위안부 문제 등 본질적 문제와 함께 한일 우호 친선이 한계에 부딪치는 이유다. 유홍준의 우리 문화유산 찾기와 조선일보의 한일역사탐방 등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장래를 이끌어갈 청년들이 서로 이해하는 운동이 중요한 이유다. 새로 즉위하는 나루히토 일왕이 우익의 아베 류와는 다른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음은 다행한 일이다.
강진과 영암에 걸쳐 있는 월출산은 호남의 금강산으로 해질녘에 바라보면 성경에 나오는 시나이산과 같은 영감을 주는 명산이다. 호남은 대개 준평원으로 북한산, 관악산, 설악산과 같은 嶽山이 없다. 1087m의 무등산도 푸근한 느낌을 주는, 등수를 따질 수 없는 산이다.
완도의 보길도는 윤선도의 고장이다. 윤선도는 가사문학의 정철, 단가의 최고봉으로 五友歌는 한글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유배 문학의 절정이다. 해남의 녹우당은 해남 윤씨의 고택으로 윤선도가 詩作하던 곳이기도 하다. 해남 대흥사는 서산대사가 머물던 곳으로 그는 팔도승병 도총섭으로 사명대사와 함께 의병을 일으켰다. 임진왜란에서 명나라의 원군은 蒙塵한 조정은 구했지만, 나라는 의병이 이겨낸 전란이다. 이때 용렬한 이연(선조)에도 불구하고 이항복, 이원익, 류성룡에 이어 마침내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의 이순신이 나오게 된다.
진도에는 신라말 장보고의 청해진이 있었다. 장보고는 신라,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의 제해권을 장악하였다. 진도는 몽고에 항복을 거부한 삼별초가 강화에서 옮겨와 4년이나 항전하던 곳으로 그 義氣를 표상하는 그림이 있는데 학생들에 꼭 보여줄 곳이다.
남도기행은 드문 풍광과 용약(勇躍)하는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