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만한 곳] 담양 소쇄원·영암 월출산·강진 다산초당
[아시아엔=김국헌 전 국방부 정책기획관] 담양에는 소쇄원이 있다. 창덕궁의 비원이 왕궁 정원을 대표한다면 소쇄원은 최고의 민간정원이다. 유학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도가적 삶도 지닌 조선시대 선비들의 경관에 대한 경외가 잘 드러난다.
소쇄원에 얽힌 내력 하나. 1503년 태어난 양산보는 15살에 정암 조광조의 문하에 들어가 수학했다. 그는 스승 조광조가 기묘사화에 연루돼 화순 능주에서 귀양 살다 사약을 받자 17살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는 소쇄원에 평생 머물며 세상에 나가지 않고 처사의 길을 걸었다. 김인후가 그의 사돈이다.
영암에는 월출산이 있다. 가히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러 손색이 없다. 근처에 일본에 한자를 전해준 왕인王仁 박사의 탄생지가 있어 일본인들이 많이 온다. 강진에는 정약용의 다산초당이 있다. 목민심서, 흠흠신서, 경세유표가 이루어진 곳이다.
강진에는 또 시인 영랑 김윤식의 생가가 있다. 그의 집은 대부호였는데 지금도 당시의 생활규모를 미루어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고향이다. 우리 국어의 아름다움이 이토록 잘 배어나올 수 없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하게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