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①] 배우 윤정희씨 ‘치매’ 벗어나 은막 복귀를

이창동 감독영화 <시>에 출연한 윤정희씨

[아시아엔=박명윤 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우리는 사망원인 1위인 암(癌)보다 아직까지 치료제가 없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망하는 치매(癡呆)를 더 두려워 한다.

치매(Dementia)란 퇴행성 뇌질환 또는 뇌혈관계 질환 등으로 인하여 기억력, 언어능력, 지남력(指南力), 판단력 및 수행능력 등의 기능이 저하됨으로써 일상생활의 지장을 초래하는 후천적인 다발성 장애를 말한다. 치매의 별칭으로 일본은 인지증(認知症), 중국은 치매증(癡呆症), 대만에선 실지증(失知症) 등으로 부른다.

지난 1월 5일 용인시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노모(77세)가 아들(54세)이 사망했는데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두달 동안 같이 지내면서 아들 시신(屍身)에 옷과 양말을 갈아입히면서 지냈다는 뉴스가 있었다.

영화배우 윤정희(75·본명 손미자)씨가 10년째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다고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지난해 11월 밝혔다.

윤정희씨는 지난 2010년 이창동 감독이 만든 영화 <시>(詩)에 주인공 역할을 했다. 주인공 미자는 중학교 다니는 손자를 키우면서 동네 문화원에서 시를 배우고 있는 알츠하이머 초기 증세를 겪는 60대 중반 여인으로 나온다. 이 영화로 윤정희씨는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마지막 작품에서 치매 환자 역할을 연기한 윤정희씨가 현재 치매환자이다.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피아노 연주를 위해 공연장으로 가는데 우리가 왜 가고 있냐고 묻고, ‘30분 후 음악회가 시작한다’ 하면 ‘알았다’ 하고는 도착하면 또 잊어버린다고 한다. 무대에 올라가기까지 수십번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식이었다.

영화 <시>에 출연한 윤정희씨

딸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42)씨는 “나를 못 알아볼 때가 정말 힘들었다. 내가 ‘엄마’ 하면 ‘나를 왜 엄마라 부르냐’고 되물었다”고 한다.

윤정희씨는 백건우씨와 결혼한지 40년이 넘었지만 연주여행도 언제나 같이 다니는 걸로 유명한 잉꼬부부다. 현재 프랑스 파리에 있는 딸(백진희) 집 근처에서 요양 생활을 하고 있다.

한국 영화계에서 독보적인 존재하고 할 수 있는 윤정희씨는 19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이른바 ‘여배우 트로이카(troika)’로 유명했으며, 약 320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윤정희씨는 ‘2019 올해의 여성연화인상’을 수상했다.

2020년 세상을 놀라게 할 과학계 이슈 전망 중에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상용화가 거론되고 있다. 즉, 의학계에서 획기적인 성과가 기대되는 이슈 중에 알츠하이머 치매를 치료하는 약이 올해 마지막 임상3상 시험에 들어간다.

의약품 임상시험(臨床試驗, Clinical Trial/Test)의 단계는 총 4상(相, Phase)으로 이루어지는데, 제3상(임상 3단계)에서는 수백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최종적으로 검증한다. 임상 4단계에서는 약물 시판 후 부작용을 추적하여 안전성을 제고하고, 추가적 연구를 시행한다.

최근 중국 텐진(天津)대학 연구팀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치매환자 117명과 건강한 사람 117명을 대상으로 콜레스테롤(cholesterol) 수치와 치매 발병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총 콜레스테롤 수치와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았다.

반면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을수록 치매 발병 위험이 낮았다. 일본의 대규모 연구에서도 H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으면 치매 발병률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중국 치매환자의 평균 콜레스테롤 수치는 214㎎/㎗로 건강한 사람 수치 192㎎/㎗보다 약 10% 높았으며, LDL 수치 역시 치매환자는 131㎎/㎗로 건강한 사람 수치 95㎎/㎗보다 27% 가량 높았다. 한편 HDL 콜레스테롤은 치매환자의 평균치는 54㎎/㎗로 건강한 사람 평균인 60㎎/㎗보다 낮았다.

연구팀은 HDL 콜레스테롤이 치매를 유발하는 독성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beta-amyloid)의 뇌 축적을 막으며, 자체의 항염증(抗炎症) 효과가 뇌 퇴화로 생기는 염증을 완화해 치매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또한 H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면 치매 증상 완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규슈(九州)대학 연구팀 보고에 따르면 트랜스지방(trans fat) 섭취가 많아지면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고, HDL 수치는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혈중 트랜스지방 농도가 높은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치매 발병 위험이 50% 높았다. 이에 케이크, 팝콘, 튀김 등 트랜스지방이 많은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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