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과음①] 알코올로 한국인 하루 13.2명 사망

당신은 술에 빠져사나요, 이젠 거기서 탈출했나요?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 박사] “올해가 가기 전에 한잔 하자”는 친구들, 한해를 되돌아보는 송년회(送年會) 그리고 새해을 맞이하는 신년회(新年會)에서 술잔을 기울일 모임이 잦아지는 계절이다. 이 시기에 과음으로 인한 숙취(宿醉)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한 빈속에 술을 마시거나, 술 마실 때 안주로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알코올 저혈당’이 생길 수 있다. 저혈당이란 일반적으로 혈당 수치가 70㎎/㎗ 이하인 상태를 말한다.

저혈당(hypoglycemia)이 지속되면 심한 피로감, 졸음, 업무 집중 어려움, 시력 이상 등이 나타나며, 증상이 심해지면 얼굴이 창백해지고 말이 어눌해지며, 의식이 흐려져 실신(失神)할 수 있다. 의식을 잃을 정도의 저혈당은 뇌손상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야 한다. 술을 마실 때, 술 마신 다음 날 아침까지 졸리거나 심하게 피로하다면 저혈당 상태이거나 수면 중 저혈당이 왔을 수 있다.

술 취한 사회를 만드는 종범

세계보건기구(WHO)는 2010년 보고서를 통해 해로운 음주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중요 요소로 규정하고, 전 인류의 조기사망과 장애를 초래하는 위험요인 중 세 번째, 저개발국에서는 첫번째 문제라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사망과 장애의 2.7%가 담배에 의한 것인 반면 3.5%는 술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국인은 하루 평균 13.2명이 알코올 때문에 사망하고 있다. 알코올성 간질환, 위염 등 알코올 관련 사망자는 4809명(2017년)으로 2016년보다 62명(1.3%) 늘어났다. 알코올로 인한 간 손상 등이 남의 예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이 자신이 폭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술을 마시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019년 3월 기사에서 “서울은 세계에서 술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도시 6개 중 하나”라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 2018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중·일 3국의 연간 1인당 알코올 섭취량은 세계평균 6.4ℓ에 비해 한국인 남자 16.7ℓ(여자 3.9ℓ), 중국인 남자 11.7ℓ(여자 3.9ℓ), 일본인 남자 13.5ℓ(여자 2.9ℓ)로 나타났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에 두통, 메스꺼움, 구토, 현기증, 피로, 갈증, 식욕 상실, 무기력, 집중력 감퇴, 우울증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겪는다면 숙취 때문이다. 보통 숙취는 술을 마신 후 8시간에서 16시간 사이에 발생하며, 최대 24시간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숙취 원인이 과학적으로 정확하게 발표된 적은 없지만 아세트알데히드설(說), 불순물설 등이 있다. 숙취 증상과 정도는 어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와 유전적 요인 등에 따라 달라진다.

술자리에서 언제나 얼굴이 빨개져 술을 못 마시겠다는 사람과 얼굴이 빨개져서 주변 사람들이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괜찮다며 계속 마시겠다는 사람을 목격할 수 있다. 술을 마시고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알코올 홍조반응(alcohol flush reaction)이라고 한다.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이유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알데히드탈수소효소(ALDH)가 결핍 또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마실 때는 기분이 좋지만 다음 날 나를 괴롭게 하는 숙취를 학자들은 ‘방탕에 따르는 불쾌한 고통’(verisalgia)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즉 ‘방탕에 뒤따른 불쾌감’(discomfort following overindulgence)을 의미하는 노르웨이어 ‘kveis’와 ‘고통’(pain)을 뜻하는 그리스어 ‘algia’기 합쳐진 단어다. ‘hangover’는 사전적 의미는 잔존물, 부작용 등이며, ‘숙취’라는 뜻의 미국식 속어 표현이다.

술에 포함되어 있는 알코올의 10%는 분해되지 않고 소변·땀·호흡 등을 통해 배출되고, 나머지 90%는 위장을 거쳐 소장으로 흡수된 후 혈관을 통해 간으로 들어간다. 간에서 알코올은 산화작용에 의해 최종적으로 무독성 물질로 분해된다. 알코올의 물질대사라고 불리는 이 산화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나눈다.

첫번째 단계에서 술에 포함된 에탄올은 수소가 떨어져 나오면서 아세트알데히드로 변하게 된다. 이 때 알코올탈수소효소(ADH)가 수소 원자 두개를 없애버리는 가장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술을 과음하게 되면 ADH 혼자서 많은 양의 에탄올을 처리할 수 없어 마이크로솜 에탄올산화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알코올 분해를 도와준다. 아세트알데히드는 화학 반응성이 무척 커 다른 분자에 잘 달라붙는 성질이 있어 몸속에서 콜라겐, 헤모글로빈, DNA에도 달라붙는다. 아세트알데히드가 DNA에 붙으면 발암물질을 만들 수도 있어 국제암연구소(IARC)는 술을 마셔서 생긴 아세트알데히드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위험한 아세트알데히드를 무독성의 아세트산으로 바꾸어 주는 과정이 두번째 단계이다. 알데히드탈수소효소가 아세트알데히드의 대사를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