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과음②] “적당한 음주는 없다” “건강에 안전한 음주량은 없다”

[아시아엔=박명윤 <아시아엔> ‘보건영양’ 논설위원, 보건학 박사] 헛개나무 추출물 같은 숙취해소제는 간을 보호하고 독성 물질인 알코올, 아세트알데히드의 혈중농도를 낮춘다는 측면에서는 도움을 준다. 그러나 술을 깨게 하는데 직접적인 효과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많은 과학자들이 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연구하였으나 아직 숙취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제대로 밝힌 것은 없다.

술로 시달린 속을 풀기 위하여 먹는 국물음식을 ‘해장국’ 또는 ‘술국’이라고 한다. 해정국이 변하여 해장국이 되었다고 한다. 해정(解?)이란 ‘숙취를 풂’이라는 뜻이며, 해정국을 ‘술을 깨기 위해 먹는 국’이라는 뜻인 성주탕(醒酒湯)이라고도 불렀다. 숙취를 풀기 위해서는 수분과 전해질을 공급하고, 몸 안에 쌓인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시켜야 한다.

현진건 단편 <술 권하는 사회>. 작품이 나온지 근 100년이 지나가는 지금은 어떤가?

해장국은 지방에 따라 재료와 끓이는 방법이 다르다. 서울지역은 소의 뼈를 푹 고아서 끓인 국물에 된장을 풀어 넣고 콩나물·배추·무·파 등을 넣어 끓이다가 선지를 넣고 다시 한번 푹 끓인다. 청진동 해장국이 유명하다. 전주에서는 콩나물국밥으로 해장을 하며, 울진에서는 오징어물회국수로 해장을 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디오니소스(Dionysos)는 로마 신화의 바쿠스(Bacchus)와 같은 신으로 ‘와인(포도주)의 신’이자 ‘술의 신’으로 그려지며, 대지의 풍요로움이자 즐거움과 쾌락의 신, 다산(多産)을 상징하는 신이다. 포도주의 신 바쿠스가 포도주 빚는 방법은 인간에게 알려주었지만, 숙취해소제 제조법은 알려주지 않았다. 숙취가 심하지 않은 사람은 알코올 중독에 걸릴 확률이 높으므로 혹자는 “숙취가 없었다면 인간은 알코올중독으로 지구상에서 멸종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식문화에서 ‘밥’은 상징적인 존재다. ‘쌀’로 밥을 지어 주식으로 먹고, 밥솥 바닥의 누룽지에 물을 붓고 끓여 만든 숭늉을 마신다. 그리고 떡이나 과자를 만들어 간식으로 먹고, 술을 빚어 마신다. 감자나 옥수수를 즐겨 먹는 강원도 지역에서는 감자나 옥수수로 술을 빚는다. 이에 예로부터 집집마다 술을 담그는 가양주(家釀酒) 풍습이 발달했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술 문화’에는 자리를 옮겨가며 마시는 회식(會食)문화가 있다. 직장에서 일이 끝나는 6시 이후 시작되는 회식은 1차, 2차, 3차로 자리를 옮겨가며 자정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이러한 회식문화로 인하여 ‘대리운전’이라는 독특한 직업이 생겼다. 과거에는 엄격한 주도(酒道)에 따라 술을 마셨으나 요즘에는 복잡한 주도는 사라졌지만 몇 가지 지켜야 하는 규칙은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음주문화에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는 사람에게도 술을 강요하는 ‘강압 문화’, 술에 취하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고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시는 ‘폭음 문화’, 주도란 이름의 ‘규제 문화’, 1차 2차 3차로 이어지는 ‘회차(回次)문화’, 위스키에 맥주을 섞은 또는 소주에 맥주를 섞은 ‘폭탄주 문화’, 주량(酒量)을 자랑하는 문화, 술잔 돌리기 등이다.

보건당국의 폭음(暴飮) 기준은 술 종류와 상관없이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자 7잔, 여자 5잔 이상’이며, 청소년의 위험음주는 남자 소주 5잔 이상, 여자 소주 3잔 이상이다. 우리나라 성인 남자 2명 중 1명, 여자 4명 중 1명은 월 1회 이상 폭음을 한다. 청소년 6명 중 1명은 한 달 내 음주 경험이 있고, 10명 중 1명은 월 1회 이상 위험 음주를 한다. 음주로 인해 사건과 사고가 이어지면서, 음주에 너무 관대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술에 취한 한국사회에서 ‘술을 적당히 마시면 되지 않나요?’라는 질문에 전문가들은 적당한 음주란 없다고 답한다. 최근 세계적 의학 저널인 영국의 랜싯(The Lancet)에 ‘건강에 안전한 음주량은 없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술은 국제암연구소(IARC: International Agency for Reaearch on Cancer))가 지정한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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