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⑩] 당신은 언제 일시정지(pause) 버튼을 누르십니까?

일시정지, 우리가 종종 잊고 있는 단어다

[아시아엔=김희봉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인재개발원 책임매니저] 듣고 있던 음악이 멈췄다.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이 왜 멈췄는지 들여다보게 된다.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디지털 기기를 통해 음악을 듣다보면 의도하지 않았지만 중간에 끊김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파일의 문제가 아니라면 대부분 잠시의 멈춤 뒤에 곧바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일반적으로는 디지털 기기의 사양이나 파일의 크기에 영향을 받아 생기는 현상이기도 하다.

반면 의도적으로 멈추는 경우도 있다. 합주곡이나 합창곡에서 악곡의 흐름을 멈추고 모든 악기가 일제히 쉬는 것이다. 음악용어로는 ‘게네랄파우제’(Generalpause)라고도 불리워진다.

무엇보다 음악이 재생되는 과정에서 잠깐의 멈춤은 듣는 이의 주의를 끄는 효과가 있다. 멈춤이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다른 일을 하거나 주의가 분산되다가도 일단 음악이 멈추면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쪽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문제가 발생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서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음악을 듣는 과정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일상에서도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포즈(pause)라고 하는데, 주로 강의나 연설, 프레젠테이션 등과 같은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접할 수 있다.

2011년 1월 12일 미국 애리조나 총기사고에서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오바마(Barack Obama)가 연설 도중 갑작스럽게 51초간 침묵한 것이나 상대방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전에 몇 초간 잠시 말을 멈추는 것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시 정지는 비단 음악이나 커뮤니케이션에 국한되지 않는다. 스스로에게도 일시정지, 즉 포즈(pause)는 필요하다. 주로 일상적으로 하고 있는 일이나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을 의도적으로 잠깐 멈춰보는 것이다.

개인에게 잠깐의 멈춤은 흩어졌던 주의를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대개는 본질이나 기본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소위 그동안 앞만 보고 달려간 경우라면 가고자 하는 곳이나 가고 있는 방향 또는 방법 등이 올바른지 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일상에서 잠깐의 멈춤이 없으면 하기 힘든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잠깐의 멈춤은 문제의식을 갖게 만든다. 자연스럽거나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해 스스로가 점검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간과했던 문제를 발견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것에 대비할 수도 있다. 물론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아울러 잠깐의 멈춤은 스스로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주기도 한다. 일종의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잠시 하던 일이나 생각을 멈추고 명상에 잠겨보면 된다.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혹은 왜 이렇게 하고 있는지 등과 같은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지고 이에 대한 답변을 생각하는 과정 속에서 의미 있는 메시지와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이 역시 잠깐의 멈춤이 있어야 가능하다.

앞서 언급했던 음악이나 연주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의 과정 속에서 접하는 일시정지는 타인이나 상황에 의한 것으로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깐의 멈춤으로 인해 느끼는 것은 상상한 것 이상이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멈춰진 효과가 이 정도라면 스스로의 의지에 의한 잠깐의 멈춤이 주는 효과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언제 스스로에게 일시정지(pause) 버튼을 누르느냐에 대한 결정이다. 꼭 특정한 시간을 정해 놓을 것까지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일일수록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을수록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는 것에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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