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⑬] 엘리베이터 열림버튼과 닫힘버튼···어떤 버튼을 먼저 누르십니까?
[아시아엔=김희봉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현대자동차인재개발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닫힘버튼을 눌렀을까? 그리고 나 역시 얼마나 많은 영역에서 닫힘버튼을 눌러왔을까?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무심코 닫힘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유독 닫힘버튼의 색이 열림버튼에 비해 도색이 많이 벗겨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러한 작은 발견을 한 이후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마다 사람들 손가락이 어떤 버튼을 누르는지에 대해 관찰해보았다. 실제로 많은 경우에 닫힘버튼으로 향하는 손가락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심지어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다가오는 사람을 보면서도 닫힘버튼을 누르는 장면도 있었다. 물론 이런 경우는 흔치 않지만.
바빠서였을까? 아니면 그 사람을 못 봤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일종의 습관일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짧은 순간에 여러 가지 추측을 해보게 된다.
그런데 닫힘버튼은 비단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만 누르는 것은 아닌 듯하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우리는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열림(open)보다는 닫힘(closed)에 더 많이 치우치는 것 같다. 그리고 서로 의견이 다르다면 닫힘의 속도는 빨라지고 두께는 더 두꺼워지기까지 한다. 더군다나 이해관계까지 얽혀있는 경우라면 더 그렇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 닫힘버튼을 누르는 경우와 이유는 다양하다. 가치관의 차이로부터 시작해서 그동안 성장해온 배경 차이, 경험 차이 그리고 능력 차이 등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물론 닫힘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스스로 닫힘의 상태를 만들거나 이와 같은 상태가 계속 된다면 의도치 않은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성장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오히려 간단하다. 소극적인 방법이기는 하지만 일단 닫힘버튼에 손을 대지 않는 것이다. 애써 상대방에 대한 닫힘버튼을 먼저 누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기다림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보다 적극적인 방법을 택하고 싶다면 열림버튼을 눌러보는 것도 시도해볼 만하다. 이른바 개방적 사고(open thinking)와 대화(open communication)를 해보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와 대화를 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이른바 차별이 아닌 차이,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다. 스스로 이와 같은 준비가 되었다는 것은 듣거나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엘리베이터와 마찬가지로 열림버튼을 누르는 것 역시 선택이기에 마음만 먹는다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사람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는 것과 닫힌 마음을 갖는 것 그리고 이를 선택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그런데 기왕이면 먼저 눌러야 하는 버튼은 열림버튼이었으면 한다. 엘리베이터에 탄 누군가가 나를 위해 열림버튼을 누르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를 생각해보면 왜 열림버튼이 먼저인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