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 20] ‘made in’ 혹은 ‘made by’?
[아시아엔=김희봉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교육공학박사] 한때는 가전제품 뒷면에 ‘made in japan’이 표기된 것만으로도 그 제품에 대한 신뢰나 가치 그리고 가격이 보장된 적이 있었다. 가전제품만이 아니다. 자동차, 가구는 물론 와인이나 초콜릿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되거나 소비되는 다양한 제품에는 그 제품이 제조된 국가명이 표기되었다. 화장품이나 향수, 시계 등과 같은 종류의 제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과 노동력의 분산, 기업의 글로벌화 등 환경이 변화됨에 따라 소위 말하는 ‘made in’에 대한 매력은 감소되었다. 즉 그 제품이 어디에서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관심이나 가치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락한 것이다.
반면 ‘made by’에 대한 관심과 가치는 훨씬 더 높아졌다. 누가 만들었는지, 누구에 의해 만들어졌는지가 중요해진 것이다. 주로 건축물, 그림, 디자인, 음악, 글 등과 같은 작품을 떠올려보면 된다.
‘made in’과 ‘made by’는 겉으로 보기에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차이가 있다. ‘made in’의 영역에서 무엇인가를 만드는 경우에는 공동체의 평균이나 일관성 등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made by’의 영역에서는 개인의 독특함이나 차별성 등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래서 ‘made in’과 ‘made by’의 차이는 제품과 작품의 차이만큼 크다. 그리고 이와 같은 차이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물론 자신이 만드는 모든 결과물에 ‘made by’를 표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어떤 조직에 속해서 다른 구성원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는 ‘made by me’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결과물에 이른바 ‘made by me’를 표기한다고 생각해보면 하고 있는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기울이는 노력 또한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made by me’로 접근하게 되면 일에 대한 오너십(ownership)과 자부심도 함께 따라온다. 최근 들어 자신의 온라인 계정이나 채널에 자신이 만든 콘텐츠를 탑재하는 현상 등이 이를 잘 보여준다. 아무래도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일에는 남다른 책임감이 생기고 열정이 타오르기 때문이다.
아울러 ‘made by me’라는 관점이나 접근에는 자신뿐만 아니라 어떤 결과물을 함께 만들어내는 구성원들도 포함되어져야 한다. 즉 ‘made by us’로도 확장되어야 한다.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다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2009년에 만든 영화 <아바타>(Avatar)의 엔딩 크레디트(ending credit)에서 구성원들이 ‘made by us’를 느낄 수 있는 힌트를 찾아볼 수 있다. 영화가 끝난 후 깨알같이 작은 글자들이 이어져 올라오는데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데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이름들이다.
감독, 제작자, 투자자, 배우는 물론 엑스트라, 조명, 음향, 출장요리업체, 운전기사 등 1000여명의 이름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비중에 관계없이 영화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made by me’와 ‘made by us’를 느끼면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되는 계기가 된다.
자신의 만들어낸 결과물이 제품이 아닌 작품으로 남겨지기를 원한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 그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made by me’로 바라보자. 분명 그 과정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