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 24] “마스크로 마음까지 가릴 필요는 없습니다”

마스크를 쓰면서 표정은 눈으로 더 집중된다. 속마음까지 굳이 가릴 필요는 없을 터다. <사진 연합뉴스>

[아시아엔=김희봉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교육공학박사,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 그동안 흔히 볼 수 없었다. 초여름의 길목에서 많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버스, 지하철 등과 같은 대중교통은 물론, 직장, 학교, 길거리 등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때때로 불편한 시선을 받기도 한다.

마스크를 쓰게 되는 대표적인 경우는 건강상의 이유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을 떠올려보면 마스크는 보통 겨울철에 쓰는 경우가 많다. 호흡기를 통해 외부의 차가운 공기가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물론 기침 등과 같은 감기 증상이 있는 경우에도 착용한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마스크는 부지불식간에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었다. 그야말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이 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건강상 이유 외에도 마스크를 쓰는 경우가 있다. 다양한 이유로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싶지 않을 때다. 몇몇 특수한 상황을 제외한다면 주로 옳지 않은 일을 하는 경우에 마스크를 착용한다.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렇게 보면 마스크는 어떤 이유에서건 기본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데 사용되는 것은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마스크 등을 이용해서 얼굴을 가리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이와 함께 평소에는 하지 않았던 행동도 스스럼없이 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이 노출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투명인간이 된 것도 아니고 언젠가는 벗어야 할 마스크로 잠시 가린 것뿐인데도 말이다.

이와 같은 마스크는 사용하는 용도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색상이나 디자인도 다르다. 적어도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마스크는 그렇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심리적 마스크(psychological mask)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착용하는 순간 스스로 다른 사람들과 마음 속 거리를 두게 만드는 마스크다. 심리적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면 대인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도 있고 내면의 고요함도 찾을 수 있다. 일종의 순기능이다.

하지만 심리적 마스크가 지닌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기에 만일 착용하고자 한다면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면 사람들과의 단절을 야기하는 마스크이기 때문이다.

심리적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태에서는 상대방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반응하지 않게 되고 상대방에 대해 무관심해지기 쉽다. 더군다나 이 마스크는 눈에 보이지 않으니 상대방은 알 길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심리적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고 있으면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증폭되거나 악화될 가능성도 크다.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고 생활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쓰고 있는 마스크를 벗는 경우는 공기가 오염된 지역에서 벗어나 신선한 공기를 마주하게 될 때다. 아울러 자신의 얼굴이 노출되어도 무방하다고 생각될 때도 그렇다. 즉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는다는 것은 스스로가 안전하다고 느끼거나 당당할 때다.

심리적 마스크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다양한 이유로 심리적 마스크를 착용했다면 이제 벗어보자. 심리적 마스크는 자신의 의지에 의해 언제든 벗을 수 있다. 그리고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해서 마음까지 가릴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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