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 26] 당신만의 시간, 어떻게 만드십니까?

비행기 모드

[아시아엔=김희봉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현대자동차인재개발원, 교육공학 박사] 가끔 항공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있다. 기내에서 착석을 하고 출발하기에 앞서 항상 하는 행동은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비행기모드로 바꿔놓은 것이다. 물론 기내에서 이에 대한 안내방송도 한다.

비행기모드는 스마트폰에서 통신기능을 중지시키는 것이다. 전화를 걸거나 받을 수 없으며 인터넷도 사용할 수 없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스마트폰을 통해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연결되었지만 비행기모드로 전환되는 순간 단절된다.

물론 이와 같은 단절이 계속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비행기모드로 전환하여 일시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리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비행기모드로 전환하게 되면 일상에서 찾지 못한 잠깐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은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 된다. 외부와의 연결이 해제되었을 때 비로소 나만의 시간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쩌면 오늘날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통점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만의 시간을 갖게 된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기내에서는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시청하고 책을 보기도 한다. 동행한 사람이 있는 경우라면 그 사람과 대화도 한다. 잠을 청하는 것도 빠지지 않는다. 기내라는 공간적 한계에 처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활동이 비단 기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 같지는 않다. 일상에서도 나만의 시간이 주어지면 한번쯤은 경험한 일들이거나 그렇게 하고자 한다. 일상에 지치고 여유가 없어 못했던 것들이기에 더욱 공감이 간다. 그리고 나만의 시간이니 나를 위한 그 어떤 것을 선택해도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나만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 무엇을 하고 싶은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많지 않아 매번 유사한 일들로 나만의 시간을 보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만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은 그 시간에 지금 하고 있는 일과 관련해서 더 깊고 넓은 경험을 하고 싶을 수도 있고 이와는 반대로 전혀 다른 분야의 경험을 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동안 마무리 짓지 못했던 일을 마무리하고 싶기도 하고 생각뿐이었던 계획을 하나하나 실행으로 옮기고 싶을 수도 있다.

나만의 시간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계획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나만의 시간을 만드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나만의 시간은 남는 시간이 아니다. 더군다나 누군가가 주어야만 가질 수 있는 시간은 더더욱 아니다.

나만의 시간은 스스로가 만드는 시간이다.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그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항공기에 탑승한 후 스스로 스마트폰을 비행기모드로 전환시켜 외부와의 연결을 일시적으로 해제하여 만든 시간과 다를 바 없다.

정량적으로 접근하는 경우 나만의 시간을 만들기 쉽지 않다. 나만의 시간은 정성적으로 접근해야 만들 수 있는 시간이다. 정성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 의지의 문제인 것이다.

‘나에게 시간이 주어진다면 ~을 하겠다.’라는 생각으로는 나만의 시간을 만들기 어렵다. ‘나에게 시간이 주어진다면’이라는 조건문을 삭제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나만의 시간이 만들어지고 그 시간에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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