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 27] 당신 속마음 털어놓을 사람 있나요?
[아시아엔=김희봉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교육공학박사,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 남산에 올라가면 꽤나 많은 자물쇠를 볼 수 있다. 일명 사랑의 자물쇠라고 할 수 있다. 연인이나 가족들에 대한 사랑이 빠져나가지 않기를 바라면서 자물쇠로 꼭 잠가놓은 것이다.
물론 이 자물쇠와 짝을 이루는 열쇠는 보이지 않는다. 미루어 짐작하건데 이곳의 자물쇠를 열 수 있는 열쇠는 영영 찾지 못할 것만 같다.
남산에서 잠그는 것에만 사용되고 폐기된 것으로 여겨지는 열쇠와는 달리 일반적으로 열쇠는 무엇인가를 열고 닫는데 사용된다. 그래서 열쇠는 잃어버리면 안 되는 물건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중요한 것을 담아 놓은 곳이라면 그 쓰임새는 더하다.
그런데 손으로 만져지지 않는 열쇠도 있다. 사람의 마음을 열고 닫는 열쇠다. 자신의 마음은 물론, 상대방의 마음도 포함된다.
심리학에서는 스스로에 대해 자신과 상대방의 알고 모름을 두 축으로 만들어 설명한 ‘조하리의 창(Johari Window)’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이 창은 조셉 러프트(Joseph Luft)와 해리 잉햄(Harry Ingham)이라는 두 심리학자의 이름을 조합해서 명명한 것이다.
총 네 개의 창으로 구분되는 조하리의 창은 △나도 알고 상대방도 아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열린 창(open) △나는 알지만 상대방에게는 숨기고 있는 영역인 숨겨진 창(hidden) △나는 모르지만 상대방은 아는 영역인 보이지 않는 창(blind) △나도 모르고 상대방도 모르는 미지의 창(unknown)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네 개의 창은 어느 한 쪽이 넓어지면 다른 창들은 좁아지게 된다.
개인이 지닌 각 창의 크기는 대인관계나 갈등관리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대개는 열린 창, 즉 자신에 대해 나도 알고 상대방도 아는 창이 크면 클수록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열린 창을 통해 상대방에게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이름이나 소속, 직책 등과 같이 표면적인 것도 있지만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감정이 드는지 등과 같은 내면적인 것도 있다.
짐작했겠지만 열린 창의 크기는 내면적인 것에 더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이와 같은 열린 창의 크기를 넓히고자 한다면 스스로의 마음을 열 수 있는 열쇠가 필요하다.
마음을 여는 것은 하나의 열쇠로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개인의 마음속에는 여러 개의 방과 서랍 그리고 상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열쇠 역시 여러 개가 필요하다. 그 열쇠들의 이름은 솔직함, 정직함, 수용성, 진정성, 용기 등이다.
이러한 열쇠들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잃어버렸거나 훼손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열쇠들도 있다. 또한 가지고 있더라도 어떤 것을 열 수 있는지를 알 수 없는 열쇠도 있다.
따라서 자신의 창의 크기를 넓히고자 한다면 가지고 있는 열쇠들을 하나하나 사용해봐야 한다. 만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열쇠로 나의 마음과 생각이 잘 열리지 않는다면 새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마음을 여는 열쇠는 쉽게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비용이 드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은 소요된다. 전문가가 만들어줄 수도 없다. 오로지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
표현하는 것부터가 열쇠 만들기의 시작이다. 고백이 될 수도 있고 인정이 될 수도 있다. 스스로 마음을 열고 닫는 것은 거의 전적으로 자신의 선택이지만 상대방의 마음이 먼저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열어보기를 권한다. 그 과정에서 신뢰도 쌓이고 관계도 좋아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