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 29] 낙서로 ‘코로나시대’ 극복하고 위로를

도서관 휴게실 한 쪽 면에서 오래간만에 보게 된 낙서의 흔적들. 필자가 2020년 8월 8일 오후 4시13분 촬영. 

[아시아엔=김희봉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현대차인재개발원, 교육공학 박사] 지루한 시간이 어느새 재미있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바로 낙서(落書, doodle)를 하면서부터다. 낙서는 주로 집중이 되지 않거나 지루한 상황을 벗어나고자 할 때 하게 된다. 실제로 낙서를 하는 순간부터 시간은 상대적으로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낙서가 재미있는 이유는 생각과 표현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낙서는 논리적일 필요도 없고 형식에 얽매일 필요도 없다. 그저 자신의 의식이나 생각의 흐름대로 펜을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게다가 자신이 한 낙서를 누군가에게 설명하거나 설득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낙서는 다른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낙서가 지닌 재미라고 볼 수 있다. 요즘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만 화장실이나 공공장소의 한쪽 구석에 남겨진 낙서를 보면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남모르게 하는 행위에는 즐거움이 따르는 모양이다.

또한 낙서의 재미는 타인에 의해서 이루어지지 않고 오로지 개인의 선택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 행위라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다시 말해 낙서는 자발성과 주도성이 있어야 가능한 행위이며 재미를 느끼는 대부분의 행위에는 낙서와 마찬가지로 자발성과 주도성이 있다.

이와 함께 언제라도 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낙서의 재미 중 하나다. 즉 마음만 먹으면 된다.

낙서의 재미는 낙서를 할 때만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삶에서도 얼마든지 접목해볼 수 있다. 삶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찾지 못했다면 먼저 낙서부터 해보자.

삶에서의 낙서는 펜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생각과 표현을 자유롭게 해보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만일 그동안 가능성, 현실성, 타당성 등과 같이 스스로 혹은 주변에서 만든 여러 가지 제약에 갇혀 있었다면 이러한 낙서를 통해 잠시라도 그 속에서 벗어나보자. 글자 그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는 것이다. 얼마든지 새롭게 생각해보고 얼마든지 지울 수 있는 삶에서의 낙서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해줄 수 있다.

아울러 이와 같은 삶 속 낙서에서 끌리는 생각이 있다면 생각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직접 시도를 해봐도 좋다. 시기를 저울질 할 필요도 없고 주변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생각이나 의식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가로막지 말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내려놓자. 그야말로 낙서 아닌가?

일반적으로 낙서는 메모와 달리 별 의미가 없이 그려진 그림이나 도형 그리고 끄적거린 글자인 경우들이 많다.

하지만 그 낙서에는 자신의 잠재의식 속에 있던 생각의 조각들이 묻어나오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이런 생각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지난날의 낙서들을 가지고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삶에서의 낙서도 다를 바 없다. 삶의 의미를 찾거나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잘 정리된 노트도 필요하겠지만 정리되지 않은 낙서도 필요하다.

삶에서의 낙서는 다양한 생각과 즉각적인 시도를 의미한다. 요즘에 회자되는 용어로 바꿔서 말하면 낙서는 일종의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인 것이다. 삶 속에서 낙서를 하다보면 삶의 재미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자신의 삶에서 낙서를 하는데 주저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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