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 21] 내일 신을 신발이 준비돼 있나요?
[아시아엔=김희봉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 교육공학 박사] 집을 나설 때마다 단 한번도 거르지 않는 행위가 있다. 신발을 신는 것이다. 아무리 급해도 신발은 반드시 신고 나선다.
매일 신는 신발이지만 같은 신발만 신는 것은 아니다. 목적에 따라 혹은 가고자 하는 장소의 성격에 따라 그리고 입고 있는 옷에 따라서도 신어야 할 신발은 달라진다. 물론 그 신발들이 유행을 따르거나 값비쌀 필요까지는 없다.
운동을 하려고 나설 때 구두를 신지는 않는다. 정장을 입고 가야하는 장소에 운동화를 신는 것도 개인적으로는 어색하다. 집 주변을 다녀오는 정도라면 슬리퍼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거리가 멀거나 추운 날씨라면 그에 맞는 신발을 신게 된다.
이렇게 보면 살면서 적어도 몇 가지 종류의 신발은 갖추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먼저 갖춰야 할 신발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신발이다. 대표적으로는 운동화가 될 것이다. 이른 아침에 공원이나 운동장 혹은 러닝머신 위를 달리거나 각종 운동을 하기에 적합한 신발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다는 말을 떠올려보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갖춰야 하는 신발이기도 하다.
다음으로는 자신의 일을 하는데 적합한 신발이다. 구두도 될 수 있고 안전화가 될 수도 있으며 군화 등과 같은 신발도 포함된다. 이와 같은 신발은, 신을 때 혹은 신발의 끈을 묶으면서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신어야 할 수도 있지만 대개의 경우 그 일을 하는데 있어 반드시 필요하거나 최적화된 신발이 많다.
아울러 새로운 길을 걷고자 할 때 필요한 신발도 있다. 만일 지금까지 평지를 걸어왔는데 앞으로 산길을 걸어야 한다면 아무래도 구두보다는 등산화가 유용할 것이다. 물론 새로운 길이 포장되지 않은 길이나 오르막길 등과 같은 물리적인 길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신발은 반드시 눈에 보이는 유형의 신발일 필요도 없다. 창의라는 신발일 수도 있고 변화라는 신발일 수도 있다.
이미 이와 같은 신발들이 있다면 이제 유심히 살펴봐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신발의 바닥이다. 신발의 바닥을 보면 자신이 그 신발을 얼마나 많이 신고 다녔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많이 신으면 신을수록 바닥은 닳아 있을 것이고 그만큼 그 신발을 신고 해야 할 일들을 많이 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가 그동안 어떤 일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역으로 보유한지 오랜 시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신발의 바닥부분이 멀쩡하다면 거꾸로 해석해 볼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생각만 하지 말고 발로 뛰라는 말이 자기 자신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따라서 앞서 예로 든 신발들은 신발장이나 마음의 한 구석에 고이 모셔놓을 것이 아니라 자주 꺼내어 신고 다녀야 한다.
신고 있는 신발이나 신으려는 신발을 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혹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에 대해 나름대로의 추정을 해 볼 수 있다.
오늘 당신은 어떤 신발을 신고 다녔는가? 신었어야 하는 신발이 맞는가? 그 신발은 어디로 향하는 신발이며 무엇을 하려고 신은 신발인가? 내일 그리고 그 다음에 신을 신발은 준비되어 있는가? 신발은 당신의 발을 감싸주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