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17] ‘무늬만 OO’은 곤란!···당신의 역량 관리 어떻게?
[아시아엔=김희봉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현대자동차인재개발원] 우유를 고를 때 살펴보는 것은 유통기한(expiration date)이다. 다른 음식물을 구매하는 경우에도 앞면이나 뒷면에 표기된 유통기한을 보게 된다.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상품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유통기한 내에 먹거나 마실 수 없다면 버려지기 때문이다.
유통기한은 상품의 가공 또는 숙성 정도에 따라 기간이 다르다. 상대적으로 가공이나 숙성이 덜 되었다면 유통기한은 짧다. 반면 잘 가공되거나 숙성된 제품이라면 유통기한은 꽤 길다. 우리나라 음식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장이나 젓갈 등을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와인이나 치즈 등과 같은 서양 음식도 마찬가지다.
눈여겨 볼 점은 가공이나 숙성의 목적이 단순히 유통기한만 늘리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잘 가공되고 숙성된 제품은 그 가치나 효과도 탁월하다.
이러한 유통기한은 음식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개인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개인에게도 유통기한이 있다.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개인이 보유한 역량에도 유통기한이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역량을 인정하는 자격을 취득했다면 해당 자격은 취득한 시점부터 계속 유효하다. 그렇지만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유효한가의 문제, 즉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는 조금 다르다.
특히 요즘과 같이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지식과 기술이 나타나는 상황이라면 당시 습득한 역량에 대한 실제적인 유통기한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끝났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이 개인이 보유한 역량에 대한 유통기한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예전의 지식이나 방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이른바 ‘무늬만 OO’ 등과 같은 표현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개인이 보유한 역량의 유통기한은 이에 대한 가공과 숙성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보유한 역량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계속 유지될 수도 있고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 역량을 관리하는 것은 개발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관리하지 않으면 필요할 때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기도 하고 순식간에 소멸되기도 한다. 일단 습득했으니 별다른 노력 없이도 유지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역량을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는 끊임없이 학습하는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과거에는 통용되었지만 현재는 통용되지 않는 오류를 발견하거나 수정할 수도 있다. 만일 새로운 지식이나 기술이 접목되어진다면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학습은 이전에 습득했거나 보유한 역량을 그야말로 최신화하고 최적화시키는데 효과적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보유하고 있는 역량을 다양한 상황이나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접목시켜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잊어버리지 않는 것은 물론, 조금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으며 숙달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이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해당 역량은 자신에게 체화된다. 체화된 역량은 그 가치와 효과가 배가된다.
오늘날을 살아가면서 부족한 역량이나 요구하는 역량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보유하고 있는 역량을 잘 관리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현대 경영학의 대가라고 일컬어지는 피터 드러커(Peter F. Drucker)는 측정할 수 없다면 관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역량은 측정할 수 있는 개념이다. 그렇다면 관리할 수 있는 것 아닐까? 당신이 보유한 역량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