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21세기형 인간 96] ‘몰카’와 하데스의 모자’
[아시아엔=김희봉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 교육공학 박사] 죽음의 신으로 알려진 하데스(Hades)에게는 신묘한 모자가 하나 있었다. 머리에 쓰면 자신은 상대방을 볼 수 있지만 그들의 눈에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모자였다.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페르세우스(Perseus)는 이 모자를 쓰고 메두사(Medusa)를 처치하기도 했다.
물론 하데스의 모자는 신화 속 사물이기에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다양한 형태로 변형된 하데스의 모자가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일례로 다른 사람 몰래 설치한 카메라나 녹음기 등과 같은 기기를 들 수 있다. 나는 보거나 들을 수 있는데 상대방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기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과오를 비롯해서 문제가 될 수 있는 특정한 무엇인가를 감추려는 마음이나 행동도 하데스의 모자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오늘날 하데스의 모자를 찾거나 쓰려는 이유들은 신화 속 페르세우스와는 사뭇 다르다. 많은 경우 올바르지 않은 일이나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는데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데스의 모자는 그렇게 쓰면 안 된다. 자신은 다른 사람을 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 자신은 보이지 않는 모자는 나를 감추고 타인을 보기 위해 쓰기보다는 스스로를 성찰하기 위해 써야 한다.
일상에서 하데스의 모자를 통해 스스로를 성찰해 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그 모자가 없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인지를 자문해보는 것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자신의 말이나 행동을 감추어 가면서까지 해야 하는 일은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일을 계획하고 실행으로 옮기기 전에 이러한 질문을 해본다면 그 일을 해야 할지 혹은 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그 모자가 벗겨져 자신의 현재 모습이 상대방에게 노출되더라도 부끄러움이 없는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런 질문은 의도는 좋았지만 진행되는 과정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무리수를 두는 상황도 막을 수 있다.
이 두 가지 질문만으로도 스스로의 생각과 행동을 돌아보기에 충분하다.
한편 하데스의 모자를 써야 할 때도 있다. 당신이 그 모자를 써야 할 때 중 하나는 타인에게 힘이 되어 주어야 할 때다. 예를 들어 피로가 누적된 가족, 친구, 동료가 있다면 하데스의 모자를 쓰고 그의 책상 위에 음료수 한 개 정도를 올려다 놓을 수도 있다.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까지 붙어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매니토(manito)를 떠올려보면 된다.
이밖에도 생각해보면 하데스의 모자를 써야 할 때는 많다. 다만 당신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쓸 것인지는 스스로가 선택해야 한다. 당신의 선택에 따라 하데스의 모자를 쓴 당신은 다른 사람의 삶에 활력소가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자, 이제 당신 앞에 하데스의 모자가 놓여 있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은 이 모자를 언제 무엇을 하기 위해 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