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⑦] ‘자료’ 말고 ‘사람’도 ‘백업’해야 성공
[아시아엔=김희봉 교육공학박사, 현대자동차인재개발원] 정기적인 백업은 중요한 자료를 만드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발표시간이 코앞인데 컴퓨터에 있는 파일이 열리지 않는다. 파일이 손상되어 열 수 없다는 메시지가 눈에 들어온다.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해결되었다. 백업(back up)된 별도의 파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사고 등으로 중요한 파일이 손상되거나 분실될 수도 있는 상황을 대비하여 별도의 외장 하드디스크나 클라우드에 미리 원본 자료를 복사해 두는 것을 백업이라고 한다. 만일 필자와 같이 단 한번이라도 자료를 백업해 놓음으로 인해서 위기를 넘긴 경험이 있다면 그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을게다.
백업은 0과 1로 이루어진 디지털 상황에서만 유용한 것은 아니다. 농구, 축구, 야구, 배구 등과 같은 구기 스포츠 경기를 떠올려보자. 이런 경기에서는 이른바 호수비라고 일컬어지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예를 들면 A라는 선수가 공을 놓쳤는데 그 뒤나 옆에 있던 같은 팀의 B라는 선수가 이내 그 공을 잡아서 처리하는 장면이다. 이와 같이 어떤 수비자가 볼을 놓쳤을 경우에 대비하여 다른 수비자가 그 뒤에 가서 수비하는 것도 백업이라고 한다.
경기 중에 이런 장면이 나오면 선수들은 물론, 그 경기를 보고 있는 이들도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된다. 더군다나 선수들의 사기가 올라가는 것을 넘어 분위기가 반전되고 경기의 흐름이 바뀌는 경우도 많다. 반면 백업이 안 되는 경우에는 서로에게 아쉬움을 느끼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책임을 전가하는 등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구기 스포츠에서 팀원 간의 백업은 반드시 요구되는 행위다. 그리고 이를 위해 수많은 연습과 훈련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백업의 대상은 자료가 되었건 공이 되었건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관련해서 중요한 것임에 틀림이 없다. 불필요하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라면 굳이 시간과 노력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비용을 들여가며 백업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니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백업의 대상에 사람이 빠져있다. 자신의 일과 관련해서 중요한 것에 사람이 빠질 수는 없다. 특히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 말이다. 자신의 동료나 후배만이 아니다. 리더도 포함된다.
사람을 백업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현재 처한 상황이나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대해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언제라도 도움을 청하거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기꺼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백업은 능력이다.
사람을 백업하기 위해서는 관심의 영역을 넓혀야 한다. 즉 자신과 관련된 것만이 아니라 조직과 조직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 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호흡을 맞추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백업을 할 수 있을만한 내공을 쌓아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일상에서 사람에 대한 백업은 컴퓨터나 경기장과 같은 규격화된 장소나 정해진 시간 그리고 규칙 내에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수시로 백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제 주위를 한 번 둘러보자. 당신을 백업하고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당신은 누구를 백업하고 있는가? 없다면 걱정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