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포토보이스 18] 여행 동반자의 조건
[아시아엔=김희봉 <아시아엔> 칼럼니스트, 현대자동차인재개발원] 대략 한달 정도 동반자가 함께 가는 조건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여행 장소와 숙소도 물색해야 하고 여행지에서 하고 싶은 것도 생각해야 한다.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도 챙겨야 하고 비용도 산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생각에 앞서 심사숙고해야 하는 내용은 바로 여행의 동반자를 선택하는 것이다. 단 하루의 여행일지라도 아무하고나 가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한달 혹은 그 이상의 기간이라면 더더욱 고민은 깊어지게 마련이다.
여행의 동반자를 선택하는데 있어 일단 잘 모르는 사람은 제외될 것이다. 여행을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많을 터인데 동반자까지 신경써 가면서 어색함을 간직한 채 여행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나 자신과 생각이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 역시 여행의 동반자로 선뜻 선택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고집까지 있다면 더 이상 생각할 여지도 없다. 여행기간 내내 의견 충돌과 크고 작은 갈등에 직면할 상황 등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여행의 동반자가 되었으면 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나와 알고 지내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알고 지내는 사이를 넘어 나를 조금 더 배려해주는 사람이라야 함께 가자고 손을 내밀 수 있을 것이다. 나에 대한 배려라고 해봤자 말이나 행동을 할 때 내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고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렇다고 해서 나에 대한 배려만 있으면 되는 것은 아니다. 나와 다른 면도 있어야 한다. 나의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면도 있어야 하고 나에게는 없는 강점이나 장점도 가지고 있으면 좋다. 배울 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용성이나 개방성이 있다면 나와 생각이 다른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사람과 함께라면 나만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이나 경험을 할 기회가 많아진다. 이런 사람을 찾아 함께 여행을 간다면 여행에서의 좋은 추억을 남기는 것을 넘어 삶에 있어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쯤에서 거꾸로 생각해보자. 내가 여행의 동반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여행 동반자로 선택받는 입장에 서보는 것이다. 나를 여행의 동반자로 선택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 사람은 왜 나를 여행의 동반자로 선택하려고 할까?
그들 역시 당신을 선택할 때 앞서 제시한 내용과 같은 나름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기준이나 요인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여행의 동반자를 선택하는데 있어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공통분모는 존재한다. 만일 상대방이 당신을 선택한다면 당신 역시 그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여행은 반드시 일상을 떠나 어디로 가야만 하는 건 아니다. 일상이 곧 여행이기도 하다. 결혼생활도 자신의 배우자와 함께 떠나는 여행이고 직장생활도 동료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다. 학교생활이나 그 밖의 모든 생활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기대하는 여행의 동반자가 있다면 나 역시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