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21세기형 인간 74] 문제 풀이서 문제 출제자로 ‘대변신’을
[아시아엔=김희봉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 교육공학박사] 개인으로서 우리는 그동안 적어도 10년은 훌쩍 넘는 시간을 문제 풀이에 사용했다. 다양한 이유로 주어진 문제를 풀었던 것이다. 문제를 잘 풀면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더 좋은 직장을 구하는데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어떤 조직에서든 문제를 잘 풀면 개인평가도 잘 받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그동안 문제를 얼마나 잘 풀 수 있느냐에 초점을 두고 지내왔다.
그런데 생각해봐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우리가 풀었던 문제의 대부분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 낸 문제라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불특정 다수에 의해 만들어진 문제도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문제를 접하게 되면 대개 먼저 어려움을 느낀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아마도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지식이나 기술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이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풀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게 된다. 학생이라면 문제 풀이에 도움이 되는 수업도 듣고 책도 읽는다. 밤늦게까지 공부하면서 개념이나 공식을 암기하기도 한다. 직장인인 경우에는 예전 자료를 들춰보기도 하고 전문가 또는 선배들을 찾아가 묻기도 한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활용하는 것은 기본이 된지 오래다.
때때로 이러한 방법들은 주어진 문제를 풀기에 적합하다. 그러나 대개는 일시적이다. 이보다 난이도가 높은 문제나 응용된 문제가 눈앞에 펼쳐지면 또 다른 방법을 찾고 연습해야 한다. 그야말로 문제풀이에 끝이 없다.
그런데 평생을 다른 사람이 만든 문제를 풀면서 살아갈 생각이 아니라면 이제는 스스로 문제를 내보는 것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스스로 문제를 내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문제를 잘 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넓고 깊은 지식을 보유해야 한다. 물론 이것만으로 문제를 잘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과 함께 기존의 것에 대한 의심도 함께 있어야 한다. 불편함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정해진 틀에 맞추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틀을 만들어 보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타인이 만든 문제의 정답을 맞히는 입장에서 스스로 문제를 만드는 입장으로 바뀌면 자연스레 달라지는 것도 많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혹은 보려고 하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일종의 거시적 관점, 총체적인 관점이 생기는 것이다. 오너십(ownership)에 기반한 애착도 생긴다. 몰입이라는 것을 경험하는 것이다. 창의력에도 빠질 수 없다. 기존의 내용이나 방법만으로는 문제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를 내는 당사자가 그 누구보다도 그 문제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고 연습을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오늘날 개인이나 조직에서 깊은 고민이나 성찰이 부족하고 변화와 혁신이 더뎌지는 이유를 스스로 문제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적거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에서 찾는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자신의 삶과 일에서 주인이 된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낸 문제를 풀기도 했지만 하나같이 스스로 문제를 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일생을 자신이 스스로 출제한 문제를 풀어간 사람들이다.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이 낸 문제를 풀기에 급급했다면 이제부터는 스스로 문제 내어 볼 때가 되었다. 문제를 푸는 사람에서 벗어나 문제를 내는 사람이 되는 시점이 곧 삶의 주인으로 자리잡기 시작한 때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