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21세기형 인간 79] “많이 잘 배워서 남 주자”

[아시아엔=김희봉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 교육공학 박사] “배워서 남 주냐?”, “다 너를 위해 공부하는 거야.”

우리는 학창시절 이와 같은 뉘앙스의 말을 한번쯤은 들어봤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우리는 정말 자신을 위해 무엇인가를 배우고 익혀야 했을까?

필자는 그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의에 의해서건 혹은 타의에 의해서건 우리가 오랜 시간에 걸쳐 무엇인가를 학습한 것은 자신의 성공적인 삶이나 행복을 얻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보다는 타인의 성공을 위해 그리고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 등을 배우고 익혀 온 것이다.

이는 그동안 우리가 학습했던 내용들을 돌이켜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학창시절 배웠던 각 교과목부터 떠올려보자. 표면적으로는 분야별 지식을 다루고 있으나 그 너머에는 우리가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이 들어있고 그들과 어떻게 의사소통해야 하는지도 다루고 있다.

또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공동의 이익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수식도 있으며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이들을 어떻게 도와야 하는지에 대한 방법도 있다. 더 나아가 공동체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서로 간에 지켜야 할 약속은 물론,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데 필요한 활동들도 포함되어 있다.

학교를 마친 후는 어떤가? 졸업을 하고나서도 우리는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배우고 익히는 것을 지속한다. 굳이 하나하나 끄집어내어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대부분 자신보다는 타인을 돕기 위해 혹은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데 필요한 내용들이라고 보는 것에는 무리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많은 내용을 학습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부지불식간에라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적어도 자신이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음으로 우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음으로는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서다. 많이 배우고 익힐수록 도울 수 있는 분야와 방법 그리고 대상의 범위는 점점 더 커지게 마련이다.

더 나아가 생각해보면 우리는 타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건전하고 건강한 발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기 위해 배우고 익힌다.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이 쓴 ‘무엇이 성공인가’라는 시를 음미해보면 우리가 왜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하고 지속적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야 하는지 보다 명확해진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의 시 한 구절을 소개한다. “(중략)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내가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인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이와 같은 생각은 당신의 마음 속 어딘가에 분명히 자리잡고 있음에 틀림이 없다. 아울러 지금까지 당신을 가르쳤던 수많은 선생님들은 이런 마음을 갖고 당신이 성공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면서 당신 앞에 섰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달리 생각하고 달리 말해볼 필요가 있다.

“배워서 남 주자!”, “다 다른 사람을 위해 공부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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