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의 21세기형 인간 82] ‘둔필승총’ 정약용···”기록하면 갱신된다”
[아시아엔=김희봉 교육공학박사,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와 얼마나 다른가? 오늘의 나는 1년 전의 나와 얼마나 달라졌나? 오늘의 나는 1년 후의 나와 얼마나 달라질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떠올리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거나 말하기가 쉽지 않다면 당신에게는 ‘기록하라’는 처방이 필요하다.
기록은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자 개인의 소중한 자산이다. 기록을 하게 되면 지금의 나는 과거에 비해 어떤 점이 달라졌으며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기대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파악할 수도 있다.
반면 기록이 없거나 기록하지 않는다면 매번 제자리를 맴돌게 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해결책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기를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그러나 기록하면 달라진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함을 보여준 수많은 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기록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수첩이나 노트에 기록하는 것은 물론, 기록할 수 있는 용지가 없는 경우에는 주변에 있는 화장지나 냅킨(napkin)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는 일일이 예를 들지 않아도 될 정도로 이미 잘 알려진 일화들이며 그만큼 기록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그래서 기록은 성장을 위한 생각의 그릇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불쑥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물론, 의견이나 문제점 등 수많은 생각의 조각들을 흩날려 버리지 않고 담아 둘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록을 기억의 보조장치가 아닌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싶다면 사실을 중심으로 써보기를 권한다. 이 때 당시의 주변상황과 자신의 느낌도 포함되어야 한다. 사소하거나 개인적인 내용일수록 기록의 가치는 커진다. 차이는 작은 것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꾸밈이나 미화된 표현은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화되기 때문이다. 일반화된 기록은 기록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또한 기록은 누구에게 보여주기보다는 자신이 보기 위해서 하는 행위로서 자신만의 기호나 그림 등을 사용해볼 것을 권한다. 기록은 글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다. 그림, 기호, 사진, 동영상 등 사용가능한 모든 매체가 기록으로 남겨질 수 있다. 그림이나 기호로 표현된 기록은 경우에 따라서는 수십 줄의 글보다 효과적이다. 흔히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이라는 말이 있다. 사진 한 장으로 당시의 상황이나 느낌 등을 회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개념, 방법, 프로세스, 데이터, 아이디어, 피드백, 대인관계 등 각종 테마별로 기록을 남겨보는 것도 좋다. 시계열적으로 기록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활용하기가 용이하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둔필승총’(鈍筆勝聰)이라는 말로 기록이 지닌 힘을 설명했다. 즉, “둔한 필기가 총명한 머리를 이긴다”는 것인데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바로 그 힘을 어렵지 않게 지닐 수 있다. 그리고 그 힘을 체감하는데 이르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