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구하라의 죽음과 장자의 ‘빈 배’

구하라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가수 구하라씨가 2019년 11월 24일 사망했다. 참으로 안타깝다. 더욱이 친구인 가수 설리가 죽고 얼마 안돼서 일어난 일이라 연예계가 깊은 슬픔에 잠겼다. 왜 이렇게 창창한 젊은이들이 줄줄이 떠나는 것일까? 아마도 청춘이 병들어가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영혼이 굶주렸기 때문이 아닐는지?

어떤 철학자는 지금 우리 시대를 이렇게 묘사(描寫)하였다. “헝그리(배고픔)의 시대에서 앵그리(화냄)의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 이제 먹고 사는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되었다. 하지만 정신적인 굶주림이나 영혼의 문제는 몇 배로 늘어나지 않았나 싶다.

그 증거로 1990년대보다 2000년대에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수가 7~8배 증가하였다. 또한 증오범죄나 화냄으로 인한 범죄가 몇 배 증가하였다. 화(분노, anger)에 대해서라면, 화를 잘 내는 사람과 화를 잘 참는 사람으로 나눌 수가 있다. 그렇다면 굶주린 영혼을 달래주면 화를 멈추고 편안한 삶을 구가(謳歌)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장자>(莊子)라는 책은 BC 290년경 만들어졌다. 전국시대의 사상가인 장주(莊周)가 지은 저서다. ‘빈 배’(虛舟)라는 글은 <장자> 외편 20 산목편(山木編)에 나오는 글이다. 이 ‘빈 배’라는 글이 화난 마음을 어느 정도 가라앉혀줄 것 같다.

화의 문제는 감정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화를 절제하거나 참는 것은 의지적인 문제요 이성의 힘을 발휘하는데서 비롯된다. 장자는 강에서 홀로 작은 배를 타고 명상에 잠기기를 좋아했다. 그런데 어느 날, 장자는 여느 때처럼 눈을 감고 배 위에 앉아 명상에 잠겨 있었다.

그때 갑자기 어떤 배가 장자의 배에 부딪쳐 왔다. 화가 치민 장자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무례한 인간이군, 내가 눈을 감고 명상중인데 어찌하여 내 배에 일부러 부딪친단 말인가?” 장자는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뜨며 부딪쳐 온 배를 향해 소리를 치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 배는 비어 있었다. 아무도 타지 않은 빈 배였다. 그저 강물을 따라 떠내려 온 빈 배였던 것이다. 순간 장자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후에 장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만일 그 배가 비어 있다면 누구도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세상의 강을 건너는 내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나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도 내게 상처 입히려 들지 않을 것이다. 내 배가 비어 있는데도 사람들이 화를 낸다면 그들이 어리석은 것이다. 내 배가 비어 있다면, 나는 다른 사람들이 화내는 것을 즐길 수 있다. 텅 빈 공간이 되어라. 사람들이 그냥 지나가게 하라.”

다른 사람들의 불쾌한 언행에 대해서 장자의 빈 배처럼 침착하게 대응함으로써 자신의 행복과 평안을 깨뜨리지 않게 하는 노하우를 장자의 빈 배는 말하고 있다.

화가 나는 상황에 대해서 같이 화로 대응하려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속성이다. 하지만 장자의 말처럼 자신을 빈 배처럼 만들려면 오랜 수행이 요구된다.

‘마음을 텅 빈 마음으로 만든다는 것’은 불가(佛家)나 도가(道家)에서는 아주 중요한 덕행(德行)이다.

화가 났을 때에도 화로 대응하지 않고, 침착해진다는 것은 반드시 ‘마음공부’를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사람인 이상 화를 내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도 화는 적당히 내는 것이 건강에도 좋다. 하지만 과도한 화를 내는 것은 상대방과 자신, 둘 다 상처를 입히고 심지어는 우리의 영혼을 파괴하는 악행으로 변할 수도 있다.

마음공부는 경계가 생길 때 일어나는 마음을 원래 마음과 대조하는 공부다. 본래는 ‘없건만’ 경계 따라 ‘일어났다 사라지는’ 마음의 원리다. 바로 이 마음공부가 굶주린 영혼을 치유하고 극단적인 행위를 막는 대법(大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