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 마무리하며 생각하는 두 단어 ‘조아’와 ‘쟁우’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우리가 어려움에 처할 때에 모든 것을 믿고 의지할 도반(道伴)이나 동지(同志)가 몇 명, 아니 단 한사람만 있어도 그 위기를 탈출하는 데에 엄청난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는 그런 도반이나 동지를 몇 명이나 있을까?
도반이란 함께 불도(佛道)를 수행하는 벗으로서, 도(道)로써 사귄 친구다. 불도란 깨달음을 의미하는 구도의 길이며, 도반은 깨달음을 목적으로 같은 도를 수행하는 동지를 가리킨다.
동지는 파란고해(波瀾苦海)가 끊일 새 없이 일어나는 속세에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동지는 굳은 신념과 함께 목적을 이룰 때까지 모든 잡스런 생각이 없으며 배신이나 탐욕과 같은 생각도 물론 없다.
이와 같이 정신세계에서는 도반이, 속세에서는 동지가 있어야 삶의 활력을 되찾게 된다. 동지는 이해관계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 불의(不義)한 자들끼리의 만남을 동지라고 하지 않는다. 동지는 정의를 기반으로 하고, 그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있어야 하며, 동지들은 이 용기를 부추겨 주어야 한다.
하늘의 제왕은 독수리다. 그 독수리의 무기는 발톱(爪)이다. 지상의 왕자는 호랑이인데, 그의 무기는 이빨(牙)이다. 독수리 발톱과 호랑이 이빨 즉 자기를 보호해주는 강력한 무기를 조아(爪牙)라고 한다. 사람에게 조아와 쟁우(諍友)는 힘들고 어려울 때 자기에게 진정한 충고를 해주고 도와줄 수 있는 동지나 스승, 적들로부터 위기에 처했을 때 몸 바쳐 구해줄 수 있는 친구다.
공자는 이를 쟁우라고 말했다. 옛날에는 진정한 선비가 되려면 쟁우가 적어도 한 명 이상 있어야 한다고 했다. 황제(皇帝)는 쟁신칠인(諍臣七人)이 있어야 하고, 제후(諸侯)가 되려면 쟁신오인(諍臣五人), 대부는 쟁신삼인(諍臣三人)이 있어야 하며, 범인(凡人)게도 쟁우가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흔히 친구도 네 종류로 나눈다.
첫째, 꽃과 같은 친구다. 누구나 꽃이 피어서 예쁠 때는 그 아름다움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꽃이 지고 나면 돌아보는 이 하나 없다. 이렇게 자기 좋을 때만 찾아오는 친구는 바로 꽃과 같은 친구다.
둘째, 저울과 같은 친구다. 저울은 무게에 따라 이쪽으로 또는 저쪽으로 기운다. 자신에게 이익이 있는 지 없는 지를 따져 이익이 큰 쪽으로만 움직이는 친구가 바로 저울과 같은 친구다.
셋째는 산과 같은 친구다. 산이란 온갖 새와 짐승의 안식처이며 멀리서 보거나 가까이 가거나 늘 그 자리에서 반겨준다. 생각만 해도 편안하고 마음 든든한 친구가 바로 산과 같은 친구다.
넷째는 땅과 같은 친구다. 땅은 뭇 생명의 싹을 틔워주고 곡식을 길러내며 누구에게도 조건 없이 기쁜 마음으로 은혜를 베푼다. 이렇게 한결 같은 마음으로 지지해 주는 친구가 바로 땅과 같은 친구다.
많은 친구보다도 단 한 사람의 진정한 도반과 동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진정한 조아와 쟁우는 산과 같고 땅과 같은 도반과 동지일 것이다. 이와 같이 도반과 동지가 되려면 서로 지키는 바가 있어야 한다.
하나, 위기에 처했을 때 무조건 도와준다.
둘, 무의미한 논쟁은 하지 않는다.
셋, 끝까지 믿는다.
넷, 난처한 상황에 처하도록 두지 않는다.
다섯, 성공을 질투하지 않는다.
여섯, 결코 보상을 바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