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노인 눈시울 적신 태진아의 ‘노부부의 노래’

태진아씨의 ‘노부부의 노래’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요즘 무엇 때문인지 자꾸 아내와 충돌이 잦다. 갈 때가 가까워져서인지 지금까지 평생을 인내로 일관하던 아내의 저항에 대해 당혹감이 든다. 하긴 그럴만하다는 생각을 한다. 얼마나 까다롭고 성질 못된 남편의 비위를 맞추려고 인내와 인고의 세월을 살아왔던가?

그 인고의 세월이 있었기에 우리 가정이 이만큼 평안을 누리고 행복에 겨워 살았던 것이 사실이다. 만약 젊은 시절 지금처럼 참고 살지 않았다면 파탄이 났어도 오래전에 가정이 풍비박산 되었을 거다. 이제 그 과보로 남편인 내가 인내와 인고의 계절로 접어들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결혼하여 60년 이상 함께 살아온 노부부가 있었다. 노부부는 모든 것을 나누었고,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서로 아무런 비밀이 없었다. 단 하나 예외가 있었는데 할머니가 간직하고 있는, 장롱 맨 위에 보관하고 있는 구두상자였다. 할머니는 남편에게 절대로 열어보지도 말고 물어보지도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지금까지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할아버지는 그 상자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할머니가 심하게 병이 났다. 의사는 할머니가 다시는 회복하지 못할 거라고 하였다. 함께 쓰던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할아버지는 구두상자를 꺼내어 아내의 침대 곁에 갖다 놓았다.

할머니는 이제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남편에게 알려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할아버지가 상자를 열자, 상자 안에는 코바늘로 만든 두 개의 인형과 9만5000달러(1억원 상당)의 돈뭉치가 들어있었다. 할아버지는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것들에 대해 물어보았다.

“제가 결혼할 때” 할머니는 말했다. “할머니가 제게 일러주셨어요. 행복한 결혼 생활의 비결은 절대로 다투지 않는 것이라고. 그러면서 남편에게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조용히 코바늘로 인형을 만들라고 하셨어요.”

할아버지는 너무나 감격했다.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 안간 힘을 썼다. 상자 안에는 겨우 두 개의 인형만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오랜 세월 살아오면서 아내가 자신에 대해 화가 난 적이 단 두번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너무나 행복해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여보” 할아버지는 물었다. “인형은 이제 알겠는데, 이 돈들은 무엇이요. 어디서 난 돈이요?” “아!” 할머니가 말했다. “그 돈은 인형들을 팔아 모은 돈이에요.” “······”

꼭 우리 내외의 인생을 두고 한 말이 아닌가? 아마 이제부터는 내가 ‘남편의 비밀상자’를 가져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지금부터는 늙은 아내에게 너무 바라지 않고 살아야겠다. 이만큼이라도 살아주는 것도 감지덕지해야 한다. 걷지도 못하고 꼼짝도 못하는 내게 삼시세끼 끼니를 차려주는 것만 해도 행복에 겹다.

오래 전 사업에서 손을 뗀 뒤 모든 것을 아내에게 맡기고 황제처럼 살아온 나 때문에 그간 얼마나 많은 코바늘 인형을 만들었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오는 회한이 밀려온다. 이제는 아내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떤 짜증을 내더라도 내가 참아야 할 때다.

지난 수십년간 나는 늘 자기중심적으로만 생각하고 살아왔다. 아내가 무얼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도 모르고 살았다. 그 이기적인 삶에 종지부를 찍어야만 한다. 이제는 그저 아내가 하자는 대로 살겠다. 그 길만이 이제 남은 인생 속죄를 하고 살 길이 아닌가 한다.

가수 태진아씨가 작사·작곡하여 부른 ‘노부부의 노래’가 있다.

강물처럼 유유히 흘러온 세월
구름처럼 흘러간 내 인생아
낯설기만한 하루 또 하루가 가고
이 내 쉴 곳은 사랑하는 당신뿐
세월 지나니 후회가 되오.
좀더 따뜻하게 해줄 것을
모두 다 주고 싶은데 남은 날이 너무 짧아
미안하오, 사랑하오.
다시 태어나도 당신만을 사랑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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