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레끼마’ 휩쓸고 간 ‘영광 정관평’···“걱정을 기도로 바꿀 수 있다면”
[아시아엔=정상덕 원불교 교무, 소태산기념관 건축위원회 정상덕 집행위원장] 9호 태풍 레끼마의 영향으로 영광지역에도 제법 강한 비바람이 이틀 동안 지나갔다.
원불교 영육 쌍전의 뿌리인 정관평 논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유기농법으로 자라고 있는 여러 종류의 벼 가운데 일찍 벼 이삭이 나온 고시 벼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강한 바람이 사방에서 불면서 벼를 세차게 흔들어댄다.
농사 초보인 내 마음속은 바라보는 내내 걱정으로 수심이 가득하다.
원불교의 공부법에는 지자본위(智者本位)가 있다. 모르면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태도다.
영산성지 농사를 총괄하는 산업부장에게 전화를 하니 “소장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한다. 그는 “약간의 쏠림 현상이 있다가도 해가 뜨면 다시 자리를 잡을 거”라고 알려준다. 그 말을 믿지만 비 피해가 없는지 이곳저곳 둘러보며 바람과 비 걱정은 깊어만 간다.
요제임천(療霽任天, 장마 지고 개는 것은 하늘에 맡겼노라)이라 하시고, 그 후에 말이 갖추어지지 못하였다 하시며, 가색유인(稼穡由人, 심고 가꾸기는 사람에게 달렸다)이라는 정산종사의 법어를 학창시절 봉독하고 난 후로 하늘을 원망하는 일은 없었다. 정직한 농작물과 식물들을 가꾸면서 무지에서 오는 걱정, 욕속심이 낳은 걱정, 너무 강한 책임이 만든 마음들의 조각은 떨칠 수가 없다.
일어나는 걱정과 근심을 법신불의 위력을 얻는 기도로 바꿔본다. 걱정을 기도로 바꿀 수 있는 공부심을 챙겨본다.
일어나는 걱정은 짧게 하고 기도는 깊고 분명하게 하는 것이다.
아침 좌선을 마치자 일심으로 함께하는 우리 교무님들도 어제 걱정이 되어서 밤잠을 설치고 정관평을 둘러본 얘기를 한다. 한마음이었구나 생각하니 안심이 된다.
비 그친 정관평을 다시 살피는 아침, 늘 든든한 도반 영산 교당 교무님도 걱정이 되어 나왔다.
“고맙습니다. 인심이 천심입니다. 대동단결이 천지를 감응합니다. 그래서 영광군 백수읍 정관평 벼농사는 오늘도 참된 신심과 복록의 발원입니다.”
대종사께서 심고와 기도 중에서 “···우리는 자신할 만한 법신불(法身佛) 사은의 은혜와 위력을 알았으니, 어려운 일을 당할 때에는 결정될 심고와 혹은 설명 기도을 올리며, 난경을 당할 때에는 순경될 심고와 혹은 설명 기도를 올리고···”를 천천히 다시 봉독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