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의 평화일기] 3월의 흙길은 너무 빨리 걷지 맙시다

차갑게 얼었던 땅을 헤집고 나온 상사화 어린 싹

[아시아엔=정상덕 원불교 교무] 3월의 이른 아침, 제가 사는 전남 영광군 백수읍 길룡리 원불교 영산성지 영산원 앞마당을 슥슥~씁니다. 지난 겨울 발견하지 못했던 길모퉁이 파릇파릇 새싹이 올라와 있습니다.

고개를 숙여 자세히 들여다보니 모래와 돌 사이를 뚫고 나오는 생명, 차갑게 얼었던 땅을 헤집고 나온 상사화 어린 싹입니다.

빗자루를 놓고 한동안 서로 마주 봅니다. 생각까지 내려놓고 3월의 새싹과 웃음을 나눕니다. 자연의 순리에 고개를 저절로 숙이게 됩니다.

3월의 흙길은 논이든 텃밭이든 마당이든 함부로 쓸거나 밟지 말아야 할 듯합니다. 3월의 대지는 온통 생명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3월의 향기로운 냉이들은 누군가의 입맛을 살려줍니다. 3월의 홍매화는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열매 맺을 미래를 가르쳐줍니다.

사뿐사뿐 걸어봅니다. 그러면 볼 수 있습니다, 봄과 생명의 존귀함을, 한 생명도 다치지 않도록 함부로 걷지 않는 것이 3월의 사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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