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산책] 온몸으로 쓴, 정상덕의 재미있는 ‘평화일기’


[아시아엔=이상기 기자, 김혜원 인턴] 4월 27일과 5월 26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그리고 6월 12일엔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이는 평화로 나아가는 하나의 과정일 뿐, 일희일비하기엔 아직 이르다. 앞으로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각고의 노력은 지속돼야 하며 그렇게 될 것이다. 7000만 한민족 모두가 평화를 꿈꾸고 있음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평화’가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이때, 평화의 진정한 의미를 곱씹게 해줄 책 한권이 있다. 원불교 정상덕 교무의 <평화일기>(책틈)다.

종교인이자 평화운동가인 저자 정상덕 교무는 “세상에 평화를 위한 용기와 깨달음을 나누려 촛불혁명 전후부터 1년여 써온 일기를 다듬어 책으로 냈다”고 했다.

이 책은 사회 각 분야에서 평화의 길을 개척해나간 ‘평화실천가’들의 삶의 궤적에 시선을 준다. 유아 평화교육의 개척자 마리아 몬테소리,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경제학자 무함마드 유누스, 실험실 밖의 평화과학자, 라이너스 폴링, 용서와 화해의 평화조정자 넬슨 만델라, 인간의 본성을 평화로 사유한 사상가 함석헌, 인간을 위한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 등.

저자 정상덕 교무는 이들 평화주의자들을 모델로 평화에 대한 자신의 실천의지를 다음 네 문장으로 요약한다. △평화를 담고 있습니다 △평화와 걷고 싶습니다 △평화를 짓고 싶습니다 △평화를 잇고 싶습니다.

내년 가을 오픈 예정인 원불교소태산기념관 총괄을 맡고 있는 저자는 이른 아침 흑석동 건설현장에 출근해 인부들과 시작한다. 긴장이 이어지는 건축현장에서 건축주의 역할은 점검과 진지한 성찰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의 머리말도 건축현장에서 썼다.

그런 그가 특히 관심을 보이는 것은 스위스 출신의 현대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1887~1965)의 삶과 철학인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정 교무는 코르뷔지에의 어떤 점에 매료됐을까?

“시대의 문제와 사회적 균형을 해결하는 혁명적 건축을 꿈꾸고 건축의 중심은 인간이며 인간을 위한 건축을 지은 점입니다. 인간의 몸을 중심으로 한 황금비례로 현대건축의 모태를 창안한 그는 만년을 보낸 집은 단 4평짜리였습니다. 그가 설계한 라 투레스 수도원의 수도사의 방과 똑 같은 4평짜리.”

이 책 표지엔 “노랑부리소등쪼기새는 기린의 겨드랑이에서 잠든다”는 표제어가 붙어있다. 그의 설명이다. “노랑부리소등쪼기새는 기린의 털을 마구 헤집는다. 하지만, 기린은 관대하게 그를 내버려둔다. 그 새가 자신의 몸에 붙어있는 진드기와 기생충을 잡아 먹어준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노랑부리소등쪼기새가 기린의 겨드랑이에서 잠이 드는 것을 정상덕 교무는 ‘평화’라고 했다. 그는 ‘평화’는 단순히 싸우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나아가 ‘공존’하고 ‘공생’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류는 원래 하나의 생태,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인간의 욕심으로 그 원래이던 하나의 고리가 끊어졌습니다. 그 고리를 다시 잇는다는 것이 불교의 연기론 사상이며, 끊어진 원이 회복되어 이어질 수 있도록 한사람, 한 사람이 생명의 손을 잡는 것이 원불교 일원사상입니다. (16쪽)

벌과 꽃의 관계와 같은 원래 평화를 찾고,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처럼 상생평화를 이루며 서로의 역할을 침범하지 않고 누구나 어떤 생명이든 존재로서 존중받아야 합니다. (285쪽)

연결이 끊긴 자리에서 그 이음의 회복을 시도하는 것이 바로 앞으로의 평화입니다. (285쪽)

이 책의 출간을 축하하는 각계 인사들의 추천사가 눈에 띈다.

“삶 자체가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었으며 거리에서 인권과 평화의 연대를 이룬 실천이었다.”(강대훈 세계한인경제인협동조합 이사장)

“매일의 풍경과 빼곡이 들어찬 일상에 평화와 인권의 씨앗을 심는 삶. 일기에 담긴 교무님의 삶에서 인권이 존중받는 평화로운 세상을 향한 뜨거운 헌신과 노력을 배워갑니다.”(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그는 종교인이지만 대중을 재미있게 하는 천부적 능력이 있다. 자칫 진부할 수 있는 평화이야기가 그를 통해 재미와 깊이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같은 종교인으로서 부럽고 시샘이 난다.”(정진우 목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상임부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