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의 평화일기] 썩을수록 더 진한 복숭아 향기···“내 삶 온전히 바친 적 있었나?”
[아시아엔=정상덕 원불교 교무] 이틀간 서울 업무를 마치고 영산성지 적공실에 돌아와 방문을 여니 복숭아 향기가 가득하다. 그 향에 이끌려 복숭아 두개에 가까이 코를 가져가 본다.
그런데 그 달콤한 향은 대부분 썩은 복숭아에서 나고 있었다. 상한 복숭아를 한참 바라본다. 썩은 복숭아 함부로 욕하고 버릴 일이 아니다.
복숭아는 온 힘을 다해서 제 몫의 향을 품어내고 있었다.
그 향기는 이제 곧 뭇 벌레들을 부를 것이다. 제 몸의 소명을 다하면서 향을 찾아온 벌레들을 살릴 것이다.
봄에는 꽃으로 벌을 살리고 가을에는 더 많은 생명들과 나눔을 하고 있다.
썩은 복숭아라고 함부로 칼로 도려내며 욕할 일이 아니다. 썩은 복숭아 만났다고 실망할 일은 더구나 아니다.
내 삶을 그렇게 온통 다 주어봤는가 살펴볼 일이다.
썩은 복숭아와의 이별은 그 향을 방안에 다 뿌려놓고 벌레들이 나타난 이틀 후 뒤뜰에 가만히 보내드리는 것으로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