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의 평화일기]공기(空氣)의 은혜 잊고 살아온 반성문을 쓰자
[아시아엔=정상덕 원불교 교무] 15년 전 인도봉사활동 중 방문한 수도 델리의 추억을 잊을 수 없다. 서울 크기의 3배에 달하는 델리의 아침 공기는 인간이 활동하기엔 최악의 조건이었다. 마스크 없이는 숨을 쉬기 힘들 정도였고 100m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 원인의 첫번째로는 3급수 경유를 사용하는 차량들과 청결에 대한 낮은 의식 수준이었다.
요즘 서울의 하늘 역시 황사 영향이 더해져 미세먼지가 심각한 상태임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도시의 공기질을 떨어트리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석탄발전소와 차량매연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깨끗한 공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공해 청정 자연에너지 비율을 높이고 차량에 대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영국 환경국 발표에 따르면 깨끗한 공기를 위해서 현명한 운전습관을 갖는 게 중요하다. 즉 추운 날씨에 출발 전 엔진을 미리 켜놓지 않고 속도를 천천히 내는 한편 제한속도를 준수하며 한번 이동으로 여러 일을 처리해 차 운행을 줄이는 것이다.
모든 살아있는 것은 공기 없이는 살 수 없다. 땅 위의 짐승들도, 하늘 위 새, 물속의 고기, 그리고 사람들도 공기 없이는 살 수 없다. 생존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 귀하고 값진 공기는 오늘도 변함없이 숨을 쉬고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에게 그저 값 없이 베풀어지고 있다.
높은 자나, 낮은 자나,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선한 자나, 악한 자나, 모든 국경, 시대, 빈부귀천을 초월하여 모든 이가 그저 주어지고 있는 공기의 축복을 풍성하게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당연한 공기의 고마움을 넘어 공기와 나와의 관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의 물음을 갖고 원불교 소태산 대종사의 말씀을 새겨보자. “천지은(天地恩)에서 우리가 하늘과 땅의 은혜가 없어도 이 존재를 보전하여 살 수 있을 것인가 하고 생각해 볼 것이니, 그러면 누구라도 서로 없어서는 살지 못할 관계이니 이같이 큰 은혜가 어디 있으리요.”
이 중에서 하늘의 공기가 있으므로 우리가 호흡을 통하고 살게 되는 것이다.(정전 천지피은의 조목 1조)
청정한 공기의 파괴자는 누구인가? 또 오염된 공기를 대하는 우리들은 모습은 어떠한가? 멈추고 살펴볼 일이다. 맑은 공기를 만들기 위해 인간들은 또 과학을 앞세워 각종 청정기를 만들고, 가습기를 돌린다. 그러면서 창문을 닫아 이웃과의 거리는 더 멀리한다. 이제 깨끗한 공기는 자본가들의 차지가 될 지도 모른다.
지금이라도 우리들은 자연을 대하는 기본을 바꿔야한다. 소태산의 말씀처럼 자연을 내 삶의 절대가치로 여기고 만나야 한다. 어쩌면 부처님 모시듯이, 하느님 숭배하듯이 대해야 한다. 공기가 부처님이고 한울님이다. 정복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관점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공기에 너무 무심했던 것, 공기를 더럽혀 온 것에 대해 매일 반성문을 쓰는 심정이 되어야 할 듯 싶다.
오늘 아침 시작부터 공기의 은혜를 화두로 들고 살았다. 아침 절수행을 하면서 깊은 호흡 따라 함께하는 공기를 향해 “고맙습니다” 하며 절을 드렸다.
이동하는 버스 속에서 잠시 생각을 멈춰 색도 없고, 냄새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공기에게 ‘님’자를 붙여보았다. “공기님 고맙습니다.” 은덕문화원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만난 공기님은 땅과 나무 그리고 꽃들과 어울려 가장 멋스러웠다.
공기님, 하루 종일 저의 최고의 은인이 되어주어서 고맙습니다. 공기도 텅 비었으니 그 님을 온통 사랑하는 힘은 내 마음도 텅 비우는 일입니다. 님의 은혜를 투정으로 원망으로 멀리할 일이 아닙니다. 그저 하루에 5번이라도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진심이 중요한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