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의 평화일기] 청와대 앞에서 사드 반대 1인 시위 하는 이유
[아시아엔=정상덕 원불교 교무] 1인 시위는 1인이 피켓이나 현수막, 어깨띠 등을 두르고 혼자 하는 나홀로 시위를 지칭한다. 1인 시위는 집시법에서 정의하는 집회나 시위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경찰에 사전 신고할 의무가 없다.
1인 시위를 대표하는 사례는 ‘현대판 글로벌 신문고’라고 하는 미국 백악관 앞에서 35년간 1인 시위를 했던 콘셉시온 피시오토 할머니의 비닐움막을 기억한다. 테러 위험을 견뎌내며 밤에는 이불 하나를 깔고 자고, 낮에는 움막 앞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핵무기의 위험성을 이야기했다.
“왜 이렇게 오랜 세월 핵반대 시위를 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나는 이 일에 내 생을 희생시키기로 30년 전 결심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의 방문객들에게는 “통일은 반드시 온다”며 미소를 아끼지 않았다.
여름을 알리는 뜨거운 태양만큼 청와대 앞 1인 시위는 이른 아침부터 절박한 사연을 담은 이야기들로 가득 찼다.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 공무원노조의 설립신고 이행 등 노동현장의 목소리 그리고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딸의 죽음을 밝히려는 엄마의 마음, 집을 사기꾼들에게 잡힌 할머니의 한숨소리, 사이비 종교를 고발하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내용이 없다.
나는 이 분들과 하루를 함께하며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생전에 강조한 “깨어난 1명의 시민이 대한민국이다”라는 숭고함을 느꼈다.
이른 아침 대통령집무실이 바라다 보이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김천 시민, 성주 군민 그리고 평화와 통일을 준비하는 동지들의 마음을 이어받아 사드철회 원불교 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이름으로 1인시위를 시작했다.
우리의 주장은 분명하다. “사드 가고 평화 오라.” “아무 이익도 없는 불법적 사드배치 철회하라!” 이 두가지다.
‘사드 가고 평화 오라’는 정당한 요구 속에 정산종사의 성지를 지켜내려는 원불교인들의 출발은 이제 종교를 넘어 평화 그 자체가 되어 가고 있고, 성주 소성리를 넘어 동아시아와 세계로 퍼져간다.
또한 무기로 평화를 살 수 없다는 상식의 공유이고 더 나아가 돈을 중심에 둔 경제전쟁의 탐욕을 고발하고자 하는 것이다. 더 깊이는 나로부터 평화가 되려고 하는 양심고백이다.
우리들의 연대는 평화의 촛불을 밝혀준 성주 군민과 김천 시민들의 광장의 정신을 이어받아 이미 별이 되고 달이 되고 있으며, 평화나비가 되어 바람 따라 세계를 하나의 평화광장으로 만들고자 하는 염원이다.
우리들의 청와대 앞 1인 시위는 문재인 정부를 믿는 평화 호소이고, 나의 1인 시위는 새 정부에 대한 진정성을 담은 기도문이다.
강대국들로부터 종속을 넘어 지혜로운 자주력을 회복하라는 명령이기도 하다. 더불어 깨어 있는 시민들에게 평화주권을 찾아달라는 절박함이며, 시민의 재산권, 생명권, 행복추구권을 빼앗아간 불법행위자들을 처벌해달라는 고발이다.
진실로 평화를 원하거든 사드반입의 상태를 멈추면 비로소 보일 것이다. 그 멈춤은 지금 당장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