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100주년 기념대회 정상덕 사무총장 “소태산 대종사 뜻 이어 생명·평화 정신으로 통일 맞이”
[아시아엔=박호경 기자·사진 라훌 아이자즈 기자] 1916년 소태산(少太山) 박중빈(朴重彬) 대종사의 깨달음으로 창교한 ‘한국의 새 불교’이자 ‘개벽종교’인 원불교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라는 개교 정신을 지금까지 오롯이 유지하고 있다. 불법의 시대화·생활화·대중화를 주창하며 한국 4대종교로 우뚝선 원불교는 올해 100돌을 맞아 4월과 5월에 걸쳐 ‘원불교 100주년 기념대회’를 연다. 바야흐로 원불교 제2세기 개막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원불교 100주년 기념대회 사무총장인 정상덕 교무를 인터뷰했다.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닌 정상덕 사무총장은 원불교 개교 반세기가 조금 안 된 1963년 전북 익산에서 출생했다. 원광대 원불교학과를 졸업한 그는 창원교당을 거쳐 전주 대학생청년전담 교무를 10년간 맡았다.
“전북교구 사무국장으로 2년 정도 일하다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2002년 서울로 올라왔어요. 상경해 처음 한 일이 ‘프렌드 오브 피스’(Friend of Peace)라는 국제긴급구호봉사대를 만든 거였죠. 파키스탄, 인도, 미얀마,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아이티 등 천재지변으로 고통 받는 10여 국가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봉사단은 현재도 활동 중이며, 외교통상부에 NGO단체로 등록돼 있다. 2002년 월드컵 열기로 파묻혀 있던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접한 정 총장은 단식을 하며 이 사건의 중요성과 의미를 세상에 알렸다.
“그해 12월 광화문 열린마당에서 열흘간 단식을 했습니다. 이 일을 계기로 이듬해인 2003년 원불교인권위원회가 창립됐어요. 인권위 사무총장으로 8년간 활동했죠.”
정상덕 사무총장은 원불교청년회 사무총장과 청소년 국장을 지내다 2013년 ‘100년 기념성업회’ 사무총장을 맡아 현재까지 기념대회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
원불교 100돌의 의미는 무엇인가?
“첫째로 결산의 의미가 있다. 원불교 수기법(授記法)은 36년 주기지만 서양식 수기법에 따라 원기 100년을 결산하고 발자취를 더듬어 보는 것이다. 두번째는 결산과 더불어 비전을 새롭게 선포할 예정이다. 지난 100년간 원불교의 정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100년을 준비해야 한다. 오는 5월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100주년 기념행사 마지막 순서에서 ‘정신개벽 서울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물질 만능과 과학 중심 시대에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내용 등이 담길 것이다.”
원불교는 개교 100년이 되도록 왜곡이 없고 분파가 되지 않았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이유가 뭐라고 보나?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1916년 깨달음을 얻은 후, 신비주의나 권위주의적으로 운영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그것은 창립정신에 있다. 원불교는 일심합력(一心合力), 이소성대(以小成大), 무아봉공(無我奉公), 이 세가지 정신이 오롯이 유지되고 있다. 아울러 연민성(憐憫性)이다. 사람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하늘도 감동시킬 수 있다. 같이 협력해서 제도(諸道)하고 상대방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연민성이다. 그것이 원불교의 핵심정신이다.”
원불교가 추구하는 세계관,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하나의 세계, 은혜의 세상이다. 이러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원불교 목표다. 원불교는 두가지 약속이 있다. 첫째로 내 마음은 천의(天意)를 감동시킬 요소가 있음을 알라. 두번째로 내 몸은 창생을 제도할 책임이 있음을 알라. 이 두가지 약속은 원불교인의 중요한 사명이다. 원불교의 구제대상은 하나의 국가나 하나의 민족이 아닌 세계인을 하나의 동포로 삼는 것이다. 사해동포주의 같은 것이다. 원칙적으로 제도의 대상은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다. 따라서 동물이든 식물이든 사람과 같은 생명체이니 함부로 다루지 않으며 하나의 몸이고 하나의 형제와 같이 존중해야 한다.”
4월25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천도재가 열린다. 천도의 대상은 누구인가?
“천도의 의미는 어둠에서 밝은 곳으로 옮기며 무지에서 지혜의 길로 옮긴다는 뜻이다. 천도의 대상은 일제 강점기, 민주화 운동과 산업화 과정에서, 그리고 천안함 사건, 세월호 사건 같은 각종 재난과 재해 등으로 돌아가신 분들이다. 이분들을 위해 공개적으로 재를 모시고 참회하는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종교인이 기본적으로 해야할 일이다. 정치나 이념성향에 관계없이 진정성 있게 행사를 열 계획이다. 또 기금을 모아 유족회나 공익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아울러 세월호 유족회 등 관련 유족회 분들을 모두 초청할 예정이다. 돌아간 분들에겐 치유, 산 사람에겐 화해와 용서의 장이 되길 바란다. 일심합력의 정성으로 원불교 천도 예법에 따라 3월13일부터 전국 교당, 기관에서 7·7천도재가 진행 중이다. 이는 원불교 100주년 기념행사 중 가장 중요하고 겸손한 신앙행위이자 종교인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헌신 같은 것으로, 근현대 100년의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5월1일 행사에 아시아 지역 아이들을 초청한 것으로 안다. 그들을 부르는 이유는 무엇이며, 무슨 활동을 할 예정인가?
“기념대회 사업의 일환으로 아시아 각국에서 신체 결함이 있는 어린이 100명을 초청해 원광대에서 시술을 해준 적이 있다. 자국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이번 행사에 당시 시술 받은 아이들을 초청하고 해당국 주한 대사 10여명이 참석한다. 아울러 해외 종교연합기구 회원들과 해외에서 교화에 정진중인 교무 및 20여개국 원불교 신자 400여명도 참석한다. 원불교 교도 5만여명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원불교 100주년을 기념하며 한마음으로 정성을 모을 계획이다.”
최근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국을 계기로 인공지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원불교의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정신 속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과학이 발달해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건 당연하고 자연스런 일이다. 하지만 최소한 물질과 정신이 병행 발전하고 조화를 이뤄야 한다. 결국 알파고도 인간이 만든 것이지만 그것이 인간의 권력이나 탐욕스런 부의 축적을 위한 것이어선 안된다. 참과학, 참과학자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연민성을 품고 있는 과학기술이나 과학자가 사회적 약자에게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을 선사한다면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분배하고 서로 사랑하는 도구로서의 과학이 필요하다. 정신이 과학을 선용하는 세상이 돼 함께 잘 사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최근 청년실업률이 12.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단한 청년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100점 중에 50점은 주변환경에 의해서, 나머지 50점은 자신의 노력에 의해 인간이 완성돼 간다고 생각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80점, 90점만 본다. 51점만 받아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높은 점수가 아니어도 된다. 스펙만 쌓는다고 능사가 아니다. 다만 운전이나 컴퓨터 등 기본적인 것은 젊을 때 쌓아둬라.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직업이 아닌 내가 행복하고 세상에도 유익한 직업을 순수하게 선택하는 게 좋다. 순수한 선택을 위해선 젊은이들이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 내 삶의 목적이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종교나 책, 친구와의 대화 등을 통해서 말이다. 자신에 대해서 냉철해져야 하고 자기성찰 또한 중요하다. 그게 없으면 인생의 방향성을 잃을 우려가 크다. 심지어 일상적인 고통을 받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인연을 늘 소중하게 생각하고 연민성을 잃지 않는 청춘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