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농 ‘정관평 갈매기’의 꿈···”자연은 오래전부터 답이었다”

창공 나르는 갈매기

[아시아엔=정상덕 원불교 교무] 영산성지 정관평 너른 논에 바다 갈매기 수십여 마리가 날아왔다. 북두칠성이 바다에 내려와 섬이 되었다는 칠산도에 서식지를 두고 법성포 해안가에서 온 괭이갈매기들이다.

유기농 정관평은 땅이 부드럽고 청정하여 미꾸라지와 지렁이 그리고 땅강아지, 거미들을 먹이사슬로 왜가리(백로)와 원앙, 청둥오리들이 찾아온다.

몸짓이 제법 큰 괭이갈매기들은 논에 머리를 박고 흔들며 목욕을 하기도 하고 끼~륵 끼~륵 소리를 내며 신나게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다음 주 모내기를 앞두고 논바닥을 고르는 로터리 기계를 따라다니는 갈매기들의 모습은 장관이다. 해 질 녘에는 백로까지 동참하니 정관평은 온통 새들의 천국이 되었다.

정관평 갈매기의 꿈

트랙터가 지나가며 땅이 뒤집힐 때마다 먹거리를 찾아 집중하는 갈매기들의 모습은 큰 군무가 된다. 갈매기가 정관평을 찾은 또 다른 까닭은 무엇일까?

바다를 막아 논이 되었지만 옥녀봉 해안가는 원래 그들의 탄생지였고 놀이터였을 것이다. 어쩌면 생태적 본능이 그들로 하여금 정관평을 찾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오늘의 만남을 풍년의 길조로 반갑게 맞이하면서 100년 전 방언공사(防堰工事) 시 대종사님과 선진님들께서 고된 노동 중 갈매기 떼를 보며 시름을 달랬을 상상을 해본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에서 주인공 갈매기 ‘조나단’의 멀리 날기는 한계를 넘어서는 아름다운 도전의 상징이다.

갈매기와 백로는 먹이 활동을 하지만 논을 파괴하지 않았고 배설물에 들어 있는 인은 다시 비료로 쓰인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무한경쟁과 도시화는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위해 자연을 파괴했고 상생의 공동체를 무너트렸다. 인간의 욕망을 위해 지구는 빠른 속도로 파괴되었고 바이러스를 피해 백신을 찾아 헤매는 신세가 되었다.

괭이갈매기와 백로가 떠나고 어둠이 깔린 영산성지에는 영산회상 달빛 오케스트라가 시작된다.

개굴개굴 개구리 합창단과 찌르륵찌르륵 풀벌레 연주단 그리고 뒷산 여래봉에서는 이미 검은 등 뻐꾸기가 중심이 되어 뻐꾹 뻐꾹 밤새워 10시간짜리 연주를 한다.

지휘자는 없다. 시작과 끝은 자연스럽게 이뤄지니 멈출 권한은 아무에게도 없다. 오직 순응과 감사만 있으면 된다.

오늘도 자연에서 나를 찾는다. 오늘도 자연에다 나를 놓는다. 자연은 오래전부터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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