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불교인권상 원불교 정상덕 교무 “발바닥은 나를 알고 있습니다”
원불교 정상덕 교무가 2020년 불교인권상을 수상했다. 불교인권위원회(대표 진관 스님)는 20일 오후 2시 전남 영광 원불교 영산성지 대각전에서 정상덕 교무에게 제26회 불교인권상을 시상했다.
불교인권위원회는 정상덕 교무 선정 이유와 관련해 “현재 ‘군인권센터 위원’, 대통령직속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위원’등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특히 성주 성지사무소장으로서 경상북도 성주군에 위치한 주한미군의 사드기지 반대운동 등으로 전쟁위협과 국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데 헌신해 오고 있음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정 교무는 수상소감을 통해 “인권의 감수성으로 세상을 둘러보면 여전히 아프고 또 아프다”며 “전쟁의 고통을 치유하려는 출발에서 합의로 만들어진 세계인권선언문이 살아있지만, 한반도에 전쟁위기를 조장하고 전쟁 위협으로 몰아넣는 사드가 배치돼 있다”고 했다.
불교인권위원회 대표인 진관 스님은 “수상자인 정 교무는 사드 반대뿐 아니라 ‘원불교인권위원회’의 창립을 주도해 초대 사무총장을 지내며 사회적 약자들 이익을 대변하고 대승보살도의 실천에 앞장서 왔다”고 말했다.
한편 불교인권위원회는 사회 약자들을 보호하고 인권문제에 대한 불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단체로 20일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불교인권위원회는 사형제도 폐지 운동에 적극 나서며 사형수들을 대상으로 수계 법회를 열고 재소자들을 위한 교화활동 등을 펼쳤다. 불교인권위원회는 이와함께 비전향장기수 송환운동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나눔의 집 지어주기 운동에도 적극 나섰다.
불교인권위원회는 1994년 불교인권상을 제정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인권의 가치를 넓히고 인권지킴이 역할을 해온 개인과 단체를 선정해 시상해왔다.
다음은 정상덕 교무 불교인권상 수상 소감문
“소감문을 준비하며 정상덕이라는 자연인이자 수행자로 살아온 몸의 시간을 떠올렸습니다. 그 시간들이 저에게 묻는 것은 무엇이고 저는 무엇을 답할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어떤 질문엔 대답할 수 있고, 그때와 똑같은 마음으로 선뜻 답하기 어려운 질문도 있습니다. 그러나 온전한 마음으로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발바닥’입니다.
열아홉 살에 출가하여 뚜벅뚜벅 걸어온 40여 년의 시간을 둘러치고 메치며 탈탈 흔들어도 ‘발바닥은 나를 알고 있다.’입니다. 수행자로서의 제가 어디를 다녔는지, 제가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발바닥은 알고 있습니다.
말끝 혹은 발끝으로 슬쩍 걸쳐있는 것이 아니라 발바닥이 척, 하고 바닥을 붙이고 있어야 할 장소에 있어야 했습니다. 발바닥 신심(信心)은 맨발로 있어야 할 땅에 온전히 안기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공들여 활동을 시작한 원불교 인권위원회도 그러한 바닥에서 출발했습니다. 미군 장갑차에 효순이, 미선이가 쓰러진 날부터 불교와 천주교는 참회와 진상규명을 외치며 열흘씩 광화문 철야단식을 시작했습니다.
원불교에서 세 번째 단식 인수인계를 받으면서 불교인권위원회 진관 스님을 만났습니다. 거리의 목탁 스님, 검은 승복의 진관 스님은 원불교 동지들을 따뜻하게 맞이해주셨습니다.
2002년 원불교인권위원회는 12월의 추위를 비닐을 이불 삼아 견디던 농성장에서 탄생했습니다. 창립 후 불교인권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개신교 인권단체와 한 몸처럼 사형제 폐지 운동, 양심수 석방 운동, 비전향 장기수 송환 운동 등을 한마음으로 펼치며 통일운동으로 활동 영역을 이어갔습니다.
또한 약자와 소수자의 억울함이 있는 곳이라면 달려가 어깨동무를 함께 했습니다. 부처님의 평등사상을 바탕으로 약자의 인권 보장에 앞장서 온 불교인권위원회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인도 초기 불교의 생존불로 추앙받던 네 명의 보살인 용수, 마명, 무착, 세찬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진관 스님이 굳건히 지켜온 불교인권위원회의 정신은 늘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셨습니다.
이제 지구의 비핵화와 인류의 환경문제를 직시하며, 불이(不二)사상으로 유정무정의 모든 존재와 공존을 자각하는 운동 확대를 선언하고 실천해 나가려 합니다.
이렇게 뜻깊은 2020년에 불교인권위원회가 선정하는 26대 ‘불교인권상’ 수상자가 되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새 부처님 소태산 대종사의 제자가 된 후, 결정심(決定心)으로 ‘평화와 인권’에 뛰어들어 많은 시간을 걸어왔습니다. 제게 결정심은 ‘분명하다’, ‘틀림없다’, ‘야! 이것이다’라는 확신이고, 증명입니다.
공리공생이 우리들의 삶이라는 공동 목표에 맞춰볼 때,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인권은 언제나 옳습니다. 인류를 파괴하는 핵발전소 반대 운동에 나서고, 쓰나미가 휩쓴 인도의 나가파티남, 지진으로 파괴된 파키스탄 발라코트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그리고 러시아 우스리스크까지 달려갔습니다.
피폐한 현장의 땅이 제 발바닥에 전하는 눈물의 메시지는 강렬했습니다.
그렇게 원불교인권위원회의 새동무 ‘사단법인 평화의 친구들’이 탄생했습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스스로 대각을 이루시고 “불교는 장차 세계적 주교가 될 것”이라 예언하시며 그 연원을 석가모니 부처님께 정하고 전남 영광에서 새 불교, 혁신 불교, 대중불교 운동을 펼치셨습니다.
원불교100주년 기념사업을 마치고 2018년 겨울부터 제가 기도하고, 일하는 바로 지금 우리의 발바닥이 맞닿은 땅,
이곳 영산성지입니다.
발바닥에 몸과 마음을 모으고 느껴보십시오. 원불교가 태동한 근원 성지, 영산성지의 땅이 여러분의 발바닥을 환영합니다. 영산회상을 다시 연다는 영산원 대각전에서 인류의 보편 가치인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불교와 원불교가 하나가 되는 경사스러운 날입니다.
인권 감수성으로 세상을 둘러보면 여전히 아프고 또 아픕니다. 전쟁의 고통을 치유하려는 출발에서 합의로 만들어진 세계인권선언문이 살아있지만 한반도에 전쟁 위기를 조장하고 전쟁 위협으로 몰아넣는 ‘사드’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드 기지로 들어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는 성주의 ‘원불교 진밭 평화교당’은 오늘도 1351일째 아스팔트에 거친 발바닥을 붙이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또 영광 홍농에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발전소’가 고장 난 상태로 지금도 가동되고 있습니다.
소태산 대종사의 진리를 향한 마지막 외침이었던 “이 일을 장차 어찌할꼬?”를 제 목소리로 살려내 봅니다. 우리 인류와 지구는 여기저기 긴급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저는 함께하는 동지들의 발바닥의 힘을 알고 믿습니다. 다시 저를 되돌아보며 이 자리에서 챙기는 한마음이 있습니다.
‘즐거운 마음과 청정일념’입니다. 동고동락, 자리이타의 삶이 인권이고 평화입니다. 청정일념을 챙기고 또 챙기는 정신이 제 발바닥을 평화와 인권의 땅에 서 있게 했습니다.
즐거운 마음이 세상에 연민을 이어가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그렇습니다. 고맙습니다.
원기 105년 11월 20일 영산성지에서 대각전에서 정 상 덕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