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덕의 평화일기] 조울증·피해망상증···병든 세상 치료가 평화다
[아시아엔=정상덕 원불교 교무, 원불교 100주년기념관추진위 집행위원장] 지난 주, 두 가지 사건 소식에 마음이 아프고, 기도는 깊어진다.
하나는 아파트 외벽에서 도색작업을 하던 노동자의 안전줄을 고의로 끊어 사망케 한 사건이다. 경남 양산시의 한 아파트 옥상 근처 외벽에서 30∼40대 인부 4명이 실리콘 코팅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밧줄에 의지한 채 고층에서 일하는 두려움을 잊기라도 하려는 듯 휴대전화로 음악을 틀어놓은 채 아찔한 작업에 열중하였다.
그런데 아파트 한 주민이 베란다를 통해 “시끄럽다”고 항의했다. 일부는 음악을 껐으나 나머지는 주민의 항의를 미처 듣지 못하고 음악을 들으며 작업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한 인부의 밧줄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뒤이어 13층 높이에서 작업을 하던 인부 김모씨를 지탱하던 밧줄이 갑자기 끊어졌고, 김씨는 고층에서 떨어져 숨졌다.
두번째는 평소 인터넷을 통해 주식거래를 하는 권모씨가 인터넷이 느리다고 불만을 품고 지내던 중 인터넷 수리 요청을 받고 원룸을 찾아온 인터넷설치 기사 이모씨를 흉기로 찔러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권씨는 이씨를 보자마자 시비를 걸고 공격하는 말을 쏟아내었고, 감정이 격해진 나머지 갑자기 흉기를 집어들고 이씨를 향해 연거푸 휘둘러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우리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사망한 인부 중 한 분은 다섯 남매를 둔 성실한 가장이었고, 인터넷 기사도 여든 노모를 모시고 성실히 살아가는 다섯 식구의 가장이다.
우리 사회의 건강하고 따뜻한 이웃들은 이 분들의 소식을 듣고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경찰조사 과정에서 사건을 일으킨 사람들의 공통된 첫번째 마음이 밝혀지는데, ‘순간적으로 욱하는 마음’이 그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분노와 원망의 마음’을 조절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주목해야 할 또 한 가지는, 사건을 일으킨 사람들의 두 번째 상태다. 범죄 프로파일러들이 밝힌 사실은 사건 가해자들이 모두 마음 병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은 치료감호시설로부터 조울증 진단을 받았고, 다른 사람은 피해망상증 진단을 받고 지냈다고 한다.
여러 해 마음공부 강의를 다녔던 나의 공부법은 욱 하는 순간 “아! 경계구나 하며 멈추고, 관찰하여 화 남이 없는 평온함으로 돌아간다”는 훈련법이다. 사심이 없는 어린이들에게는 자기 마음을 알아차리는 순발력을 키우고 정신차리게 하는 효과가 좋았다. 하지만 사회구조에서 발생하는 근원적 치유의 한계가 있고, 문제 해결방안을 개인 책임으로 돌리는 데 익숙해지는 경향에 늘 괴로웠다. 짧은 기간의 산업화·민주화 과정에서 발생한 소외 이웃들에 대한 정신적 치유가 필요한 분들의 의료접근을 활성화하고 복지와 사회구조를 변화시키는 평화운동으로 승화시켜야 하는 사회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소태산의 예언과 지혜에 귀 기울이며,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급속한 병리 현상의 속도가 잠시라도 멈추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본다.
대종사 말씀하신다. “지금 세상은 전에 없던 문명한 시대가 되었다 하나 우리는 한갓 그 밖으로 찬란하고 편리한 물질문명에만 도취할 것이 아니라, 마땅히 그에 따르는 결함과 장래의 영향이 어떠할 것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니, 지금 세상은 밖으로 문명의 도수가 한층 나아갈수록 안으로 병맥(病脈)의 근원이 깊어져서 이것을 이대로 놓아두다 가는 장차 구하지 못할 위경에 빠지게될 지라. 세도(世道)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깊은 근심을 금하지 못하게 하는 바이니라. 그러면, 지금 세상은 어떠한 병이 들었는가. 첫째는 돈의 병이니, 인생의 온갖 향락과 욕망을 달성함에는 돈이 먼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은 의리나 염치보다 오직 돈이 중하게 되어 이로 인하여 모든 윤기(倫氣)가 쇠해지고 정의(情誼)가 상하는 현상이라 이것이 곧 큰 병이며, 둘째는 원망의 병이니, 개인·가정·사회·국가가 서로 자기의 잘못은 알지 못하고 저 편의 잘못만 살피며, 남에게 은혜 입은 것은 알지 못하고 나의 은혜 입힌 것만을 생각하여, 서로서로 미워하고 원망함으로써 크고 작은 싸움이 그칠 날이 없나니, 이것이 곧 큰 병이니라”(중략) (교의품34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