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수의 로·티·플⑩] 넓은 세상 속 내가 만난 천재들
[아시아엔=차민수 <블랙잭 이길 수 있다> 저자, 강원관광대 교수] 필자는 전세계를 여행하며 수많은 천재들을 접했다.
중국은 인구가 워낙 많아서일까, 천재라 부를 만한 사람들이 아주 많다. 필자가 본 천재의 유형은 두 가지다.
첫번째로는 눈빚만 보아도 ‘아, 천재는 바로 이런 사람이구나’ 하는 반짝이는 느낌을 주는 겉으로도 나타나는 천재형이다. 조훈현과 이세돌은 이런 류에 속한다.
두번째로 ‘이 사람은 어떻게 험한 세상을 살아갈까’ 하는 느낌을 주는 다소 어리숙해 보이는 스타일이다. 역설적으로 후자의 스타일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서운 느낌도 지니고 있다. 중국의 니웨이핑과 한국의 이창호가 그 유형이다. 이창호는 신발 끈을 제대로 묶지 못해 자꾸 풀어져 그 끈을 밟고 넘어지곤 한다. 그래서 그는 끈이 있는 신발을 신지 못한다. 천재가 자기의 신발 끈도 잘 못 묶는다는 것은 아이러니하지만 말이다.
미국에는 멘사클럽이라는 ‘보통의 천재(?)들 모임’이 있다. 2007년 당시 IQ 180인 이들이 270명이나 되었다. 미국 정부에서 이들의 소재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으며 핵전쟁 시 이들을 제일 먼저 콜로라도주에 소재한 제1 방공호로 대피시키는 계획이 수립되어 있다. 만약 이들이 핵전쟁으로 사라진다면 지구와 인류의 멸망을 동시에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포커나 블랙잭 플레이어 중에는 180의 IQ를 가진 친구들이 많다. 이른바 천재라고 부를만한 이들이 30여명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들은 ‘3.29 X 4.25’라는 이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답을 내놓을 정도로 수학적인 두뇌를 겸비했다.
이들을 이기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필자가 포커 관련 서적 1권을 3개월에 걸쳐 읽는다면, 이들은 1시간이면 정확하게 외워 버릴 정도로 이해력도 뛰어났다. 필자는 전문용어를 번역하는 것만도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만 이들은 양면의 책을 동시에 읽어 내려가는 능력을 지녔다. 필자는 20번은 읽어야 이해가지만 이들은 한번이면 된다.
다행히 포커는 카드센스와 배짱과 판단력도 중요하기에 필자는 이를 바탕으로 천재들과 대적해 왔다. 천재들 중엔 자기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실행할 수 없고 같은 패턴을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필자는 그들의 패를 정확히 읽어낼 수 있었다. 상대방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나의 현재 능력과 위치를 제대로 알았기에 이길 수 있었다.
세상에는 천재도 많다. 한국의 각 분야에는 수많은 천재들과 인재들이 널려있다. 이들은 특히 예술과 스포츠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들의 천부적인 재능을 마냥 부러워 할 필요는 없다. 타인의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유형의 천재도 있기 때문이다.
<삼국지>의 조조는 타인의 의견을 경청하다 좋은 의견이 나오면 “경의 뜻이 짐의 뜻과 같도다”라고 말하곤 했다. 실제로 조조는 수하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용하는 지도자로 삼국지를 빛낸 영웅이었다. 조조에겐 타인의 것을 자기의 것으로 소화하는 천부적인 재주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른 이를 부러워하는데 그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와 소통하고 수용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천재가 될 것인가? 선택은 당신에 달렸다. 불통과 소통의 차이는 경청의 차이에 비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