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수의 로·티·플⑮] 카드게임 승리 6가지 필수요건
[아시아엔=차민수 강원관광대 교수, <블랙잭 이길 수 있다> 저자] LA 한인타운에 닥터 리라는 치과의사분이 있었다.
바둑을 좋아하는 아마추어 6단의 빵빵한 실력의 소유자이며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이민 온 후 타운에서는 유명인사로 자리매김였다. 그는 평소에 어려운 이웃에게 무료진료를 하며 선행도 많이 하고 본성이 착한사람이라 모든 이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하였다.
공군사관학교 군의관으로 복무시절 조훈현 9단과도 인연을 쌓아 조 9단하고는 막역한 사이다. 학창시절 공부라면 남에게 져본 적이 없던 그는 자존심이 유난히 강했다. 평소에도 블랙잭 게임을 좋아하던 그가 가족들과 함께 레이크타워로 휴가를 간 적이 있었다. 레이크타워는 유명한 스키장이 많기로 소문난 곳으로 1년 중 10개월을 스키를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네바다주와 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곳으로 길만 건너면 네바다가 되는 곳이며 그곳에는 카지노가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평소에도 운동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는 가족들을 스키장으로 보내고 자기는 카지노로 내려가 블랙잭 테이블에 앉았다. 3천달러를 가지고 맥주를 마시며 게임을 즐기던 그가 3만달러라는 거금을 이겼다. 다음날도 마찬가지로 가족들은 스키장으로 보내고 전날과 같이 게임을 하여 또 2만달러를 이겨 횡재를 하게 된다.
휴가에서 돌아 온 그는 또 쉬는 날을 이용하여 라스베이거스로 게임을 하러 갔다. 거기서도 5만달러를 이긴 그는 3번에 걸쳐 10만달러는 거금을 이기게 된다. 이것이 초보자의 운이라는 것을 모르는 그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영어로는 Beginner’ Luck, 초보자의 행운)이라고 한다. 혹시 내게도 차민수 사범과 같은 카드의 달인이 될 수 있는 달란트가 있는 것은 아닌가? 매일 환자들 썩은 이만 들여다보는 것도 조금은 신물이 나있는 터였다. 공부라면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던 터라 그는 온갖 블랙잭 서적을 구입한 후 공부에 몰두하기 시작하였다.
문제는 이제서부터다. 공부라면 남에게 져 본적이 없고 지능도 역시 상당히 좋은 사람이 공부를 시작했으니 성공하는 것은 따놓은 당상 같았는데 이것이 꼭 그렀지만은 않다. 바둑에서 대성하려면 기재라는 것이 필요하다. 연예인으로 대성하려면 타고난 끼가 필요한 것과 같다. 카드에서는 카드센스가 필요한데 이것이 부족한 것이다.
카드로 하는 게임에서는 필요로 하는 요소가 여러 가지가 있다.
첫번째, 카드센스다. 카드센스란 카드를 이해하는 독해력과 같은 것인데 하나를 배워 열 가지를 터득할 수 있는
카드에 대한 재능을 말한다.
두번째는 배짱이다. 만용과는 다른 부분인데 목에 칼이 들어와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수 있는 용기다. 쓸데없는 용기는 승부에는 해가 되는 것으로 금물이다.
세번째는 빠른 수학능력이다. 초를 다툴 정도의 순간에 정확하고도 빠른 수학적인 능력이 필요하다. 순식간에 정확하게 확률을 계산해내는 능력이다.
네번째는 판단력이다. 상황에 따른 상대방의 패를 정확하게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블랙잭에서도 게임의 흐름으로 혹은 바닥에 나오고 있는 숫자의 순서를 보고 딜러가 속에 가지고 있는 패의 숫자를 정확하게 계산해 내는 판단력이 중요하다.
다섯번째, 기억력이다. 딜러가 걷어가는 카드의 순서를 순서대로 머릿속에 기억해 두는 것은 블랙잭에서는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다음에 딜러가 걷어간 비슷한 순서의 카드가 나올 때에는 먼저의 카드가 그대로 나올 확률이 아주 높기 때문이다. 딜러가 셔플할 때에 한장 한장 정확하게 카드를 섞을 수는 없기 때문에 외워 두었던 부분의 카드가 나올 때에는 다음에 나올 카드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가 있다.
여섯번째가 절제력이다. 이기고 지는 것과는 상관없이 상황에 따라 지고도 일어날 줄을 알아야 된다. 프로가 되려면 절제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점을 이 박사가 간과하였을 것이다. 사람에게는 자기 나름대로 전문성이나 자기만의 달란트가 있다. 의사로서 성공을 이미 거둔 이가 의사 신분을 잠시 잊고 다른 분야를 성취해 보고자 했던 꿈은 너무나 참담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쉬는 날에 몸을 쉬어주어야 하건만 쉬는 날엔 라스베이거스로 다니면서 몸은 점점 망가지고 돈과 부를 한꺼번에 잃고 말았다. 이것은 이 박사에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오랜 승부생활을 하면서 한국사람들이 미국에서 사업으로 성공하여 백만장자의 대열에 들어선 후 카지노를 접하여 무수히 무너지는 모습을 보아왔다. 자기의 직업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만이 패가망신을 면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