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주연 ‘올인’ 실제인물이 말하는 승부의 세계 ‘차민수의 로·티·풀’에서 찾다
[아시아엔=박호경 기자] “그 사람을 읽으려면 눈을 보라.” SBS드라마 <올인>의 모델로 잘 알려진 차민수 전 세종대 겸임교수가 오래 전 펴낸 <차민수의 로·티·풀> 책 날개에 나오는 말이다. 저자는 이렇게 덧붙인다. “표정은 가식적일 수 있지만 눈은 결코 그럴 수 없다.”
차씨는 이 책에서 ‘게임에 임하면서 버려야 할 5가지 원칙’을 말한다. 자존심, 초조감, 욕심, 적막감, 두둑한 밑천 등이다. 차씨는 “이것들은 포커판에서 돈 잃은 사람들이 공통적 현상”이라며 “포커판이나 인생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포커 세계챔피언이 쓴 97% 승률 포커’란 부제를 달고 나온 이 책(2003년 2월5일 에그북스 초판 발행)의 추천사들이 참 재밌다.
“피의 흐름이 멈추고 신경세포 끝에서는 전류가 흐른다. 인생의 매 순간을 마지막 배팅처럼 사는 남자. 차민수! 프로는 험난한 과정속에 끊임없는 도전의 결과라는 것을 이 책은 증명하고 있다.”(곽경택 영화감독)
“당대 최고의 승부사이자 실존하는 전설 차민수 선생님의 배역을 맡게 된 것은 내 인생의 큰 행운이다.” (탤런트 이병헌)
“챔피언! 진정 포커 잘 치시는 차민수 선생님이 이 나라의 챔피언입니다.”(가수 싸이)
14년 전이란 세월의 흐름이 있지만 저자의 이름값을 짐작할 만한 추천사다. 저자 차민수씨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 장에서 “패배는 최고의 스승이다. 인내와 자제력이 최고의 무기다. 물러설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 위기에 처하면 냉정해지되 기회를 놓치지 마라. 맹수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성질을 다스리지 못해 생을 마감한 세계적인 포커 고수 쟌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아르메니아 출신의 쟌은 마음에 안드는 조그만 일도 잘 참지 못한다. 하지만 일단 게임을 떠나 일상 생활로 돌아오면 정이 많은 아저씨다(중략) 어느 날 나는 그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쟌, 네가 카지노에서 하루라도 남과 다투지 않는다면 매일 1천달러를 주겠어. 대신 남과 싸우면 백달러를 내게 줘’. 쟌은 자신을 무시해서 그런 제안을 했다며 불같이 화를 냈다. 우리는 곧 화해했지만 성격이 불같은 쟌이 언제나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 후 얼마 안있어 숨을 거뒀다. 40을 갓넘긴 젊은 나이였다. 내기가 걸린 농구 시합을 하다 상대와 시비가 붙은 와중에 심장마비를 일으킨 것이다. 사인은 심장마비였지만 최초 원인은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데 있었다.”(158~159p)
책 상권에서 포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마음 자세를 다룬 저자는 하권에서는 포커 실전에 대해 아주 자세히 설명한다. 포커 세계챔피언답게 수많은 경우의 수를 사례로 들면서 승부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끈다.
가령 이런식이다. “트리플이 되었을 때, 이때는 상대방의 패들이 괜찮기를 바래야 한다. 물론 이 책 독자의 연기력이 상당하지 않다면 상대방도 당신이 혹시 9트리플을 들고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있다는 점도 계산해 넣어야 한다.”
상하권 합쳐 500쪽에 이르는 이 책을 덮으며 내게 남는 두마디가 있다. “좋은 패를 들었을 때는 싸워라.” “나쁜 패를 들었을 때는 죽어라.” 포커나 세상사나 매한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