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수의 로·티·플⑧] 문재인 대통령 ‘블레어 하우스’ 3박4일 체류에 담긴 뜻
[아시아엔=차민수 강원관광대 교수, <Black Jack 이길 수 있다> 저자, 드라마 ‘올인’ 실제 주인공] 미국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묵고 있는 ‘블레어 하우스’(Blair House)는 백악관 건너편에 위치해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는 영빈관이다.
블레어 하우스에 얽힌 일화가 많다. 세계 2차대전 중 미국을 찾는 외국정상들은 백악관 안에 있는 영빈관에 묵었다. 영국 처칠 총리는 술을 좋아하고 시가를 즐겨 피웠다. 처칠이 시도 때도 없이 식사하고 술 마시고 시가를 피는 것을 못 마땅하게 생각하던 프랑크 루즈벨트 대통령은 국무부가 ‘영빈관 구매요청서’ 결재를 올리자 읽어보지도 않고 서명했다고 한다.
블레어 하우스는 미국의 양대가문으로 꼽히던 벤더빌트와 록펠러의 저택보다 규모가 크다. 4개동에 방 126개가 있으며 호화스러운 내부장식과 값을 매길 수 없는 초호화 가구들로 장식되어 있다. 1942년 당시 구입가는 720만 달러였다.
이 곳은 멤버십으로 운영돼 일반인은 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 멤버십 가입비 20만 달러, 연회비 1만5000 달러. 숙식비는 별도로 책정돼 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일본 아베 총리가 왔을 때도 이곳에 묵었다.
이 곳에는 방문 목적에 따른 규정이 있다. 실무방문과 국빈방문으로 나누어 실무방문인 경우 체류기간이 2박3일로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백악관 측은 실무방문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례적으로’ 3박4일 체류를 허가했다. 백악관이 규정을 어겨가며 문 대통령에 대한 파격적인 예우를 한 셈이다.
블레어 하우스에서 2박만 할 경우, 하루는 호텔로 옮겨야 했으나 이런 번거로움도 없어졌다. 경호원, 수행원, 경제사절단, 특파원 등 수많은 이들의 수고를 덜게 된 것이다.
백악관이 정상회담 전에 이런 세세한 문제까지 신경을 써줬다는 것은 문 대통령의 방미가 쉽게 풀려나갈 것임을 암시하는 듯 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제일 과제는 북핵문제다. ‘웜비어 사건’으로 악화된 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대한민국이 더 절실하다는 것을 이번 블레어하우스의 체류를 3박4일로 연장한 것에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마지막 날은 미국과의 일정이 없고 교민 및 미국 특파원들과의 만남이 있다. 불통으로 유명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소통의 정치를 펼치는 문 대통령의 다른 점이라고 현지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속담이 있다. 미국의 속내를 알았으니 이제는 문 대통령이 화답할 차례다. 모쪼록 국민의 열망을 담아 성공적인 방미일정을 마치길 바란다.